▲ 12살인데 바이아웃이 740억 원이라는 엔드릭 펠리페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삼바의 나라' 브라질은 축구 강국으로 강하게 인상이 박혀 있다. 명문팀이 여럿 존재하고 이들을 기반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도 상당히 많다.

자연스럽게 선수 발굴 체계도 잘 잡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발견되면 일찌감치 에이전트나 팀 스카우트가 점찍고 육성한다.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가 딱 그랬다. 15세 이하(U-15)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강창학 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팔메이라스(브라질)의 결승전에는 다수의 에이전트가 찾아 관전했다. 물론 팔메이라스 선수들보다는 성남 선수들을 주로 살피는 모습이다. 팔메이라스 선수들은 이미 국제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고 찍힌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접전을 벌인 끝에 팔메이라스가 2-1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팔메이라스는 지난 시즌 36개 대회에 나서 무려 30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 시즌에도 3개 대회에 나서 모두 우승했다. 선수들의 실력은 꽤 좋다. 브라질 U-15 대표팀에 오갔던 선수들만 5명이나 됐다. 현 U-15 대표 2명도 동행했다.

놀라운 점은 만 13세 선수가 U-15 팀에 월반했다는 점이다. 2006년생 엔드릭 펠리페 모레이라(13)가 그 주인공이다. 엔드릭은 전북 현대에 두 골을 터뜨리는 등  6경기에 나서 5골을 넣었다. 득점 부문 공동 4위였다. 선배 공격수 케벤 페르난도(15)가 6골로 공동 2위였다.

엔드릭은 이미 구단에서도 최고의 재능으로 인정하고 있다. 소문에는 구단이 무려 2억4천866만 헤알(5천527만 유로, 740억 원)의 바이아웃 금액을 설정했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정확하게 알려주기는 그렇지만, 어린 선수가 재능이 보여오면 꽤 높은 금액의 바이아웃 기준을 만든다.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도 13세 때 6백억 원 정도는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엔드릭은 이번 대회에는 동행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루카스 페레이라 감독이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데려왔다고 한다. 팔 부상이 낫지 않아 주로 교체 출전했는데도 5골을 뽑아내는 순도 높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 팔메이라스가 브라질 국가대표는 물론 유럽까지 진출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자원들. 케벤 페르난도(왼쪽)-엔드릭 펠리페(가운데)-마테우스 마티아스(오른쪽)

브라질 선수답게 자신감은 충만했다. 그는 "팀에서도 13세 팀에서는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상위 연령별 팀에서 배우라고 해 U-15 팀에 왔다"고 말했다. 루카스 감독도 "엔드릭은 보물이다. 상위 팀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극복하며 발전하는 모습이 필요해서 이번에 데려왔다.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감독의 마음을 아는 엔드릭은 "헤딩 경험이나 볼을 등진 상태에서 상대를 제치고 돌파하는 것을 많이 익히려고 한다. 분명한 것은 13세 팀에서는 배울 것이 없었다. 이 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말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지만, 스스로 겸손해지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미 브라질 현지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서귀포에 와서도 관계자나 다수 관중으로부터 사진 촬영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나중에 대선수로 성장하면 자료로 간직하기 위함이다.

그는 "겸손하려고 한다. 사진을 찍자거나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 보통 선수처럼 다가서려고 한다"며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 목표다"고 유럽 진출을 통해 큰 선수가 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축구 입문은 단순했다. 아버지가 우리로 치면 동호회 축구를 즐겼는데 전반전이 끝나고 그라운드에서 볼을 다루게 했단다. 5살에 볼을 만졌고 7살부터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팔메이라스 유스팀의 재능을 인정받아 선발됐다. '제2의 네이마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로 관심받고 있다.

그는 "팔메이라스 U-15 팀도 강하다. 브라질 대표팀 선수도 있다. 이렇게 빨리 U-15팀에 올라오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잘 해내겠다. 브라질 U-15 대표팀에도 가고 싶다. 브라질 안에서만 뛰는 것보다 독일이나 한국에 와서 경기하니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제2의 네이마르' 수식어를 받았지만, 롤모델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다. 그는 "호날두는 성실하다. 뭐든지 이기려는 갈망이 있다. 재능보다 노력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언젠가는 호날두가 거쳤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꼭 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히려 함께 뛴 케벤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케벤은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다가 10살이 된 뒤에야 정식으로 일반 클럽에서 배우기 시작했고 팔메이라스와 인연이 닿았다. U-15팀에서는 무서운 골잡이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그는 "팔메이라스 성인팀에서 뛰는 것이 1차 목표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이룬다면 언젠가는 FC바르셀로나에서 꼭 뛰겠다"고 말했다.

촉망받는 수비수 마테우스 마티아스는 이번 대회 '미나'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는 "브라질도 좋은 수비수가 많이 나온다. 이번 시즌에 레오나르도 두아르테(23)가 플라멩구(브라질)에 있다가 AC밀란(이탈리아)으로 갔다"며 자신도 같은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뛰고 싶은 팀과 롤모델이 상극이라는 점이다. 그는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한다. 세계 최고 선수라 그렇다. 하지만, 뛰고 싶은 팀은 FC바르셀로나다"며 웃었다. 라모스의 강력한 대인방어에 푹 빠졌기 때문에 뛰고 싶은 팀과 닮고 싶은 선수가 차이가 있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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