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2019년 1월 5일.

김선형(31, 서울 SK 나이츠)은 눈물을 보였다. 기쁨과 안도, 미안한 마음이 엉켰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린 뒤 환호하는 동료, 코치진과 대조를 이뤘다.

기록지가 눈부셨다. 김선형은 이날 49점 4어시스트 필드골 성공률(FG%) 65.5%를 거뒀다.

소속 팀이 부산 KT 소닉붐을 91-90으로 따돌리는 데 크게 한몫했다. 한국 대표 포인트가드 '득점쇼' 덕분에 SK는 지긋지긋한 10연패 늪을 벗어났다.

2가지 루트가 눈에 띄었다. 우선 엘리베이터 스크린.

보통 이 전술은 슈터에게 중거리 슛 기회를 줄 때 사용된다. 그러나 SK는 볼핸들러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두 명이 픽을 서는 경우가 많았다.

코트 정면이나 좌우 45도에서 최부경, 아이반 아스카, 최준용 등 동료 빅맨이 동시에 스크린을 섰다. 이때 두 기둥(픽) 사이를 김선형이 빠르게 몸을 숙여 드리블로 뚫었다.

스크리너 2인이 순간적으로 돌파 길을 열어주는 그림이었다.

1인 속공 마무리도 돋보였다. 김선형은 빼어난 체공력과 보디 밸런스를 활용해 외국인 선수와 몸을 부딪혀도 끝까지 야투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55-59로 뒤진 4쿼터 1분 43초쯤 마커스 랜드리를 상대로 올린 원맨 속공이 대표적이다. 점프한 뒤에도 슈팅 핸드를 기습적으로 바꾸거나 양 코너에 엑스트라 패스를 건넬 줄 아는 선수다.

24일 리투아니아 전도 그랬다. 한국은 이날 57-86으로 크게 졌다. 그러나 첫 25분 간은 대등한 흐름을 보였다. 

라건아가 벤치로 물러났을 때 경기 운용과 3점 라인 바깥에서 감각 회복, 세트 오펜스 개발 등 숙제도 많았지만 분명 가능성이 엿보였다.

특히 라건아 피지컬이 세계 무대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최준용과 이승현은 내외곽에서 감각적인 플레이로 관중 탄성을 유도했다.

김선형도 2~3차례 번뜩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5-8로 끌려가던 1쿼터 4분 14초께 스크리너로 나선 라건아와 바깥으로 볼 없는 움직임을 보인 최준용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상대 콘테스트에도 깔끔한 미드 레인지 점퍼를 꽂았다.

17-21로 뒤진 2쿼터 1분 32초 무렵에는 눈부신 드래그 픽 앤드 롤을 합작했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이승현 스크린을 활용해 골 밑으로 진입한 뒤 노룩 패스를 건넸다. 이어진 이승현 왼손 레이업. 

리투아니아 작전타임을 끌어 낼 만한, 흐름과 스코어 모두 거머쥐는 공격 마무리였다. 

속도전에서 김선형은 훌륭한 피니셔로 기능할 수 있다. 국제대회서도 충분히 통할 재목이다.

한국은 오는 31일 중국에서 열리는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 나선다.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고 중국 우한으로 떠난다.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가 실전 파이널.

김선형은 지난 14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돌파 비중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제대회에 나서 보니) 슈터에게 허락된 공간이 많지 않았다"고 운을 뗀 그는 "2대2 게임 위력을 늘리려면 (꾸준히 1선에서부터) 균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번 월드컵에선 파고드는 빈도를 높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순수 개인 돌파보다 스크린을 활용한 엘보 지역 접근이 현실적이다. 라건아와 이승현, 김종규 역할이 크다.

김선형은 큰 걱정하지 않았다. 대표 팀에 승선한 3인이 원체 우수한 스크리너라고 칭찬했다.

"빅맨진이 워낙 스크린을 잘 걸어준다. 1선에 서는 가드들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가 만만찮지만 스크린만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승현은 대표 팀 키플레이어로 최준용(25, 서울 SK 나이츠)을 꼽았다. 앞선과 뒷선 모두 가능하고 파이팅과 리바운드, 속공 가담이 좋아 코트 안팎에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김선형은 달랐다. 팀 전원이 '미쳐야' 월드컵 1승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한 명만 꼽기가 어렵다. 포지션마다 1명씩은 미쳐 줘야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 해보자는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패턴을 연습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30대 첫 월드컵 출사표를 던졌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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