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오늘(24일) 경기로 아버지께서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KBO 리그는 올해부터 경조사 휴가를 도입했다. KIA 타이거즈 안치홍,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과 강민호가 경조사 휴가를 사용했다. 그 가운데 최채흥만 '조사' 휴가를 다녀왔다.

지난달 4일. 최채흥은 부친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최채흥은 경조사 휴가로 5일을 사용했다. 삼성은 최채흥이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더 줬고 최채흥은 열흘을 쉬고 1군에 합류했다.

이후 최채흥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복귀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키움을 상대로 2이닝 5실점(2자책점) 롯데를 상대로 4⅓이닝 6실점, LG를 상대로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부진이 장기화 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최채흥은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 2-1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4월 14일 KT 위즈와 경기에서 7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132일 만에 챙긴 승리다.
▲ 최채흥 ⓒ 삼성 라이온즈

경기 후 최채흥은 이전과 이날 경기력이 다른 이유로 구속을 짚었다. 그는 "이전까지는 구속에 욕심이 있었다. 강하게 던지려 하다 보니 제구가 생각만큼 안 됐다. 코치님들께서 혼을 많이 내셨다. 욕심을 버리고, 맞혀 잡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6이닝 1실점으로 결과는 좋았으나 8피안타를 기록하며 많은 위기를 맞았다. 최채흥은 "(우)규민이 형이 저에게 이야기를 해줬던 게, 장타를 맞았을 때는 1점을 준다고 생각하고 쉽게 쉽게 던지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투구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우규민 조언이 투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짚었다.

또한, 이날 승리는 최채흥이 부친상을 겪은 뒤 챙긴 첫 승리다. 그에게 뜻깊은, 의미가 남다른 승리일 수밖에 없다. 경기 후 만난 최채흥에게 '최근 (부친상으로)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최채흥은 이전과 다른 호흡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항상 마운드에 올라설 때마다 아버지에게 기도도 하고, 지켜봐 달라고 하고, 도와달라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며 잠시 아버지를 떠올리는 듯했다. 이어 "오늘 경기로 아버지께서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큰 감정 변화 없이 덤덤하고 차분하게 그는 마운드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했던 행동들을 이야기했다. 눈물은 없었다. 슬픈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흡과 목소리 속에서 그의 감정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아버지를 여읜 아들의 담담한 '사부곡(思父曲)'이었다.

스포티비뉴스 대구,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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