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라 2골.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버풀은 강했다. 아스널도 이를 인정하고 경기를 준비했지만 리버풀을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리버풀은 25일(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아스널을 3-1로 눌렀다. 리버풀은 3연승으로 선두로 나섰다.

나란히 2연승을 달린 팀이지만 리버풀은 거의 완성된 팀이다. 반면 아스널은 어린 선수들과 이적생들을 점검하며 새롭게 팀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아스널이 리버풀을 상대로 맞춤 전술까지 쓰면서 승점을 노려본 이유다. 하지만 리버풀은 전술적 색을 유지하면서도 아스널의 맞춤 전술마저 무력화했다. 리버풀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 귀엥두지 시프트, 아스널의 버티기 맞춤 전술

"전반전 우리는 함께 뛰었다. 몇 차례 좋은 공격 전환을 보여줬고 찬스도 있었다." - 우나이 에메리 감독

리버풀은 지공 시에 스리톱이 좁혀서서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 포진한다. 여기에 풀백인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가 높이 전진하고,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이나 조르지뇨 베이날둠이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면서 틈을 만든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아스널은 변형된 형태의 수비 조직을 꾸렸다. 이미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확고하게 색을 갖춘 리버풀과 정면 대결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아스널은 포진상 4-3-1-2 포메이션을 꾸렸지만, 중원의 '3' 가운데 오른쪽에 배치된 마테오 귀엥두지가 수비 시엔 오른쪽 측면을 넓게 커버했다. 사실상 로버트슨의 공격 가담 때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담당했다. 사실상 5명의 수비가 배치되는 형태로 에인슬리 메이틀란드 나일스가 중앙에서 머물렀다. 좌우 간격을 좁혀 하프스페이스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리버풀도 전반 내내 아스널의 수비진 공략에 애를 먹었다. 로버트슨과 알렉산더 아널드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높이에서 앞서는 아스널의 수비진이 비교적 잘 버텼다. 전반 40분이 지나는 시점까지 두 팀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수비 자체는 성공이었다.

워낙 리버풀 공격을 차단하는 데에 집중하다보니 공격이 쉽지 않았다. 단순한 역습을 몇 차례 전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것도 아쉬웠을 터. 전반 11분 아드리안의 위험천만한 전진과 볼 처리에도 불구하고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마무리하지 못했다. 니콜라 페페도 전반 31분과 전반 34분 좋은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 측면을 넓게 커버한 귀엥두지(파란 원)

◆ 리버풀의 몰아치기, 세트피스 한 방

"우리의 정체성은 강렬함에 있다. 우리는 그걸 잘 보여줬다." - 위르겐 클롭 감독

리버풀은 아스널의 버티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경기를 운영했다. 리버풀은 중원과 최전방에서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45분 가운데 수비 진영에서 단 9%만 머물렀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아스널의 패스 성공률도 전반엔 81%까지 떨어졌다. 귀엥두지가 측면까지 자주 나가면서 중원에서 숫자 싸움은 더욱 어려웠다.

리버풀로선 선제골만 터지면 됐다. 아스널도 실점하면 마냥 수비적으로 나설 순 없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하프스페이스 공략이 여의치 않자 크로스를 자주 활용했다. 풀백의 크로스 능력은 리버풀의 강점이기도 하다. 크로스의 증가는 곧 코너킥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코너킥에선 장신 선수인 페어질 판 데이크와 조엘 마티프를 쓸 수 있어 높이 싸움도 가능했다. 

그리고 전반 41분 마티프의 골이 터졌다. 리버풀은 전반에 6개의 코너킥을 시도했다. 후반엔 하나도 없었다.

▲ 전반 45분 동안 공격 지역에서 단 9퍼센트를 보낸 아스널

◆ 살라가 보여준, 아스널이 내려섰던 이유

"마지막 10분 점유율에서 53-47 혹은 그정도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80분은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경기를 완전히 통제했다. 우리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순간, 모든 이들을 즐겁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 위르겐 클롭 감독

아스널도 결국 후반전엔 공격 쪽으로 조금 더 무게를 옮겼다. 조 윌록이 측면 미드필더처럼 조금 더 전진했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가 터뜨린 2골은 아스널이 전반전 왜 리버풀 맞춤 전술을 쓰면서 수비적으로 물러섰는지를 되려 보여줬다.

후반 2분 만에 리버풀은 페널티킥을 얻었다. 알렉산더 아널드가 찔러넣은 전진 패스를 피르미누가 원터치로 내줄 때 살라가 반응했다. 다비드 루이스가 살라의 유니폼을 잡아당겨 반칙이 선언됐다. 측면에서 시작해 중앙에서 스리톱이 마무리하는 리버풀의 장점이 나온 장면이었다. 아스널이 1차 저지선을 두껍게 쌓고 공간을 좁힌 채 리버풀의 공격을 일단 견디려고 했던 이유다. 살라는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아스널이 전진하면서 경기는 더 치열해졌지만 빈틈은 많아졌다. 후반 13분 살라가 파비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절묘하게 돌아서면서 루이스를 제쳤다. 속도를 살려 그대로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간 뒤 왼발로 먼 쪽 골대를 노려 득점했다. 리버풀을 상대로 수비 라인을 올려서 공간을 줄 때 벌어지는 위험 상황이었다.

3골의 리드는 리버풀에 여유를 줬다. 굳이 서두르지 않으면서 완급 조절을 했다. 전방 압박이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애덤 랄라나 등 지난 시즌 부상으로 팀에서 활약이 적었던 선수들도 점검할 수도 있었다. 후반 40분 루카스 토레이라에게 실점하긴 했지만 이미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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