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대회 홍보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팬들이 한국-리투아니아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반대로 말하면, 대한농구협회의 홍보만 제대로 됐다면 더 많은 농구팬들이 올 수도 있었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졌지만 소득은 있었다.

한국은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 첫 날 1차전에서 리투아니아에 57-86으로 졌다. 3쿼터 초반까지 30-34로 선전했지만 경기 막판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대패했다.

리투아니아(6위)와 한국(32위)의 전력 차를 생각한다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오히려 경기 내용 면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여럿 만들며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이날 경기장엔 총 3,737명의 관중이 찼다. 프로농구 비시즌인 8월 달에 한국 대표 팀이 NBA(미국프로농구) 선수들이 있는 세계적인 강호 리투아니아와 격돌한다는 것 자체가 농구 팬들에겐 이슈였다. 다만 대회 홍보가 많이 안 됐고 중계 방송사의 편성 문제로 다소 이른 시간(오후 3시)에 경기가 시작된 점은 아쉬웠다.

▲ 한국-리투아니아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팬들이 줄을 섰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리투아니아전을 통해 한국은 라건아(30, 200cm), 최준용(25, 200cm)의 실력이 세계 강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라건아는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NBA(미국프로농구) 리거 요나스 발렌슈나스(27, 216cm)를 상대로 팽팽히 맞섰다. 24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최준용은 화려한 플레이로 대표 팀 공격에 창의력을 더했다. 속공 상황에서 덩크슛, 라건아에게 건네는 노룩 패스 등 2m 장신 포워드지만 빠른 움직임과 센스로 리투아니아 수비진을 흔들었다.

공격적인 압박 수비도 효과를 봤다. 한국은 3쿼터 초반까지 리투아니아를 34점으로 묶었다. 경기 후 리투아니아 감독과 발렌슈나스도 한국의 수비를 언급했다. 아도마이타스 다이니우스 감독은 한국에 대해 "수비가 좋았다. 굉장히 공격적이었다"고 했고 발렌슈나스도 "공격적인 수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꽉 막힌 외곽 공격, 고질적인 제공권 열세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국은 이날 3점슛 14개를 던져 단 1개 성공에 그쳤다. 슈터인 이정현, 가드 허훈이 7개 던져 하나도 넣지 못했다. 장신 수비수를 상대로 오픈 찬스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리바운드 격차도 컸다. 전반까지는 라건아가 잘 버티고 최준용의 수비 리바운드 단속이 이뤄지며 17-21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반엔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 후 28-41로 리바운드 차이가 확연했다.

▲ 리투아니아의 아도마이타스 다이니우스 감독과 요나스 발렌슈나스(왼쪽부터).
▲ 한국 남자농구를 이끄는 김상식 감독. 월드컵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대표 팀 김상식 감독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3점슛에 대해선 "아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올 것이다. 우리보다 큰 유럽, 남미 팀의 스위치 수비를 상대로는 외곽 찬스가 잘 나지 않는다"며 "외국선수들은 앞에 수비가 있어도 던지는데, 우리는 장신 선수가 앞에 있으면 슛을 주저하는 게 있다. 성공률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많이 던져서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어디까지나 월드컵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당장 경기의 승패보단, 이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고 월드컵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상식 감독은 "(리투아니아전에서)분위기를 탈 때 더 밀어 붙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 대회보다 더 중요한 월드컵이 코앞이다. 혹시라도 선수들이 다칠까봐 로테이션을 돌린 부분도 있다. 팬들이 많이 와서 신경 썼지만 그런 점에선 아쉽다.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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