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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선수권대회] '잠실 쇼크' 김연경-라바리니 만으로 강팀 어려운 이유

조영준 기자 cyj@spotvnews.co.kr 2019년 08월 25일 일요일

▲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역전패한 뒤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잠실, 조영준 기자] "솔직히 많이 힘드네요. 항상 대표 팀만 오면 힘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늘 시련이 와서 그런데 무게감과 책임감을 (이)재영이나 (김)희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어렵네요."

좀처럼 약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여자배구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세터를 제외한 정예 멤버로 나선 한국은 평균 연령 19.7살인 일본 대표 팀에 1-3으로 역전패했다.

애초 이 경기는 한국이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여겨졌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베스트 멤버가 아닌 청소년 대표 팀이 주축이 된 어린 선수들을 보냈다.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10대였고 180cm가 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어린 선수들은 기본기와 조직력 그리고 상황 대처 능력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매 세트 일본과 힘든 경기를 펼쳤다. 특히 3세트와 4세트는 20점을 먼저 넘은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팀 최다인 30득점을 올렸다. 이재영(23, 흥국생명)도 20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문제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와 미들 블로커였다. 김연경과 이재영 등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에 의존한 한국은 일본의 다양한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10년 가까이 김연경에 의존했다. 늘 김연경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0, 이탈리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은 대대적인 변화에 들어갔다. 세계의 흐름인 스피드 배구를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브라질, 미국 유럽 국가들이 추구하는 토털 배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달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홈 팀 러시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점은 아쉬웠지만 장신 군단 러시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8강 라운드 2차전에서 태국을 3-1로 잡았다. 최고 난적으로 여겨진 태국을 잡은 한국은 안방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 첫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청소년 대표 팀이 주축을 이룬 일본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평균 나이는 19살에 불과했고 날개 공격수들의 키는 170cm 초반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기본기가 탄탄했고 빠른 플레이에 익숙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이들의 성과는 한국전에서 드러났다.

특히 세터 포지션에서 두 팀의 명암이 엇갈렸다. 일본의 주전 세터 세키 나나미의 토스는 전광석화처럼 빨랐고 매우 정교했다. 세키의 현란한 토스에 한국 블로커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경기 패턴을 바꿔 한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김연경은 "경기 전날 비디오로 일본을 처음 봤다.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선을 막으면 직선이 뚫리고 대각을 막으려하면 그쪽리 뚫렸다. 페인팅도 그랬다. 그래서 블로킹과 수비가 모두 안 됐다"고 설명했다.

라바리니 감독도 "기술과 조직력에서는 일본이 뛰어났다"며 상대방을 인정했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팀 감독(왼쪽)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연속 출전했다. 올림픽 예선에서 모두 일본을 이기는 통쾌한 성과도 남겼다.

그러나 특정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유소년 발굴 및 체계적인 기본기 훈련에 등한시했고 세계 배구의 흐름에도 뒤늦게 따라갔다. 냉정한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런 점을 눈감아주지 않았고 이번 '잠실 쇼크'로 이어졌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세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육성하지 못한 점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장윤희 SPOTV 배구 해설위원은 "홈에서 우승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반면 일본은 아무런 부담 없이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마다 세터가 교체된 점도 아쉬웠다. 매번 세터가 바뀌는 상황에서 경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블로킹 싸움에서 9-1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주공격수인 김연경은 30점이나 올렸고 이재영도 분전했다. 그러나 세터 포지션의 현격한 열세가 결과로 이어졌다. 라이트와 중앙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이 포지션에서 득점이 많이 나오지 못한 점도 패인이었다.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은 김연경은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랴부랴 소방수로 나선 라바리니 감독도 팀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여자 배구 중고등학교 선수층은 계속 엷어지고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배구를 하는 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본은 시니어 대표 팀에 못지않은 청소년 선수들을 키워냈지만 한국은 유소년 선수층이 매우 열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 대회가 끝나면 그 경기에서 나타난 점을 선수들에게 알려준다. 잘못된 점과 보완할 점은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이번 대회를 잘 짚어본 뒤 다음 대회를 위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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