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3~4위전 경기를 마친 뒤 김연경(오른쪽)과 포옹하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스테파노 라바리니(40, 이탈리아) 감독이 본격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한지 3개월이 지났다. 짧은 기간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이하 VNL)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 그리고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세 번의 대회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라바리니호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1차 목표는 8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에서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었다.

세계 랭킹 5위 러시아를 적지에서 이기긴 쉽지 않았다. 또한 대회를 앞두고 라바리니 감독이 가장 공을 들였던 선수인 세터 이다영(23, 현대건설)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야심 차게 비행기에 오른 라바리호는 뜻하지 않은 먹구름을 만났다.

그러나 베테랑 세터 이효희(39, 한국도로공사)의 투혼에 힘입어 캐나다와 멕시코를 이겼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러시아와 경기에서는 2-3으로 역전패했지만 나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는 4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대회였다. 한국의 최종 목표인 올림픽 진출과는 무관한 대회였지만 국내에서 열린 국제 대회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난적 태국은 주공격수 아차라폰 콩요트를 제외한 주전 선수가 모두 출전했다. 중국은 1.5진, 일본은 청소년 대표 팀이 주축을 이룬 2진이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이 대회 첫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 팀 감독(왼쪽)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발목이 잡혔다. 25일 열린 중국전에서 완승한 한국은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러나 애초 목표를 생각할 때 라바리니 감독은 다시 한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 세계를 생각할 때 라바리니 감독의 중간 평가는 A학점을 받기에 부족하다. 대회마다 세터가 바뀐 점은 목표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평균 나이 19.7세의 젊은 일본 선수들에게 진 점은 충격이었다.

일본에 진 뒤 기자회견장에 나온 라바리니 감독은 "상대의 기술과 수비가 우리보다 뛰어났다. 결정적인 순간 일본이 우리보다 잘했다"며 상대방을 인정했다. 그는 "일본의 2단 공격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 리시브가 된 뒤 이루어진 플레이보다 쉽게 잡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안 됐다. 준비가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잡은 일본은 25일 열린 결승전에서 태국마저 3-1로 꺾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이 펼친 경기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180cm가 넘는 선수가 별로 없는 '단신 군단'인 일본은 전광석화 같은 빠른 플레이와 탄탄한 기본기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태국도 빠른 공격과 기본기 여기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팀 워크가 팀의 장점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승한 중국은 아시아 배구의 섬세함과 높이, 파워를 접목해 여자 배구 최강에 등극했다.

반면 한국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아직 특별한 색깔이 없다. 한국은 오랫동안 '김연경의 팀'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오랜 과제였다. 중국과 경기에서도 김연경이 팀 공격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그는 이 경기에서 홀로 29득점을 올렸다.

아직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는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라바리니호는 짧은 휴식기에 들어간 뒤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세계 강호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몇 강팀을 잡는 경기를 보여줘야 라바리니 감독이 신임을 회복할 수 있다.

▲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환호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연합뉴스 제공

라바리니 감독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은 1분 1초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대표 팀에 전념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은 소속 팀에서 뛴 뒤 복귀한다. 또한 자신도 새롭게 계약한 이탈리아 1부 리그 팀(부스토 아르시치오)을 이끌어야 한다.

지난 3월 한국에 처음 들어온 라바리니 감독은 "나와 협회가 모두 인지(내년 1월에 대한 일정)가 된 상태에서 계약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에이전트에게 내년 1월이면 올림픽 예선으로 바쁠 것이라고 얘기했고 그렇게 일정을 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9년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 월드컵 대회는 다음 달 14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서 진행된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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