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앙골라와 대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평일 낮 3시 30분 경기. 과연 몇이나 볼 수 있을까?

24일부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선 현대모비스 4개국 초청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다. 24, 25일 리투아니아와 체코를 상대한 한국은 하루 휴식 후 27일 앙골라와 경기를 펼친다.

앙골라는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나이지리아를 대비한 스파링 파트너다. 리투아니아, 체코와 달리 NBA(미국프로농구) 리거는 없지만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한국과 전력이 제일 엇비슷하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앞선 2경기보다 앙골라전이 더 재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직접 앙골라전을 보기란 쉽지 않다. 경기가 화요일(27일) 낮 3시 30분에 열리기 때문. 오히려 같은 날 열리는 리투아니아-체코 경기가 오후 6시로 보기 좋다.

직장인들의 경우 따로 휴가를 내지 않으면 앙골라전을 직관하기 힘들다. 때문에 대회 일정이 나올 때부터 많은 농구계 관계자들과 팬들은 한국 경기 시간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경기를 평일 낮에 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지상파 중계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한국경기는 MBC와 MBC스포츠 플러스가 생중계한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이른 경기 시간은 방송사 중계 편성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앞선 리투아니아, 체코전이 저녁 시간대가 아닌 오후 3시에 시작한 이유도 MBC스포츠 플러스의 야구 중계에 밀린 탓이다. 앙골라전은 MBC에서 중계를 하는데 역시 편성하기 좋은 낮 시간대로 배정했다.

아무리 지상파에서 중계를 한다해도 평일 낮에 경기를 한다면, 이를 볼 농구 팬들은 많지 않다. 또 요즘 스포츠 팬들은 TV보단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중계를 통해 경기를 시청한다. 모처럼 국내에서 열리는 농구 국제대회이기에 팬들이 갖는 실망감도 크다.

▲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활약 중인 도만타스 사보니스(오른쪽).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아들이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 한국-앙골라의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체코전을 관람한 직장인 김태진 씨는 "리투아니아와 체코 경기를 모두 직접 봤다. 농구는 축구나 다른 종목과 달리 대표 팀 경기가 많지 않아 기대가 됐다"며 "앙골라전도 보러 오고 싶다. 하지만 평일 낮에 한다는 얘길 듣고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친구들과 왔다는 김세정 씨 역시 "국내에서 하는 대표 팀 경기가 평일 낮에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경기장을 직접 찾는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 경기 시간과 더불어 부족한 대회 홍보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는 농구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많았다.

도만타스 사보니스, 요나스 발렌슈나스(이상 리투아니아), 토마스 사토란스키(체코) 등 이번 대회엔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들이 출전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전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볼거리는 충분했다.

하지만 대회 개최를 알고 있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체코전을 보러 온 박정민 씨는 "인천에 살고 있지만 내 주위 사람 중 1명도 이번 대회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나 또한 리투아니아전 기사를 보고 대회 소식을 들었다. 협회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팬들의 이런 불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경기 시간에 대해선 “경기 시간 때문에 팬들이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경기장을 직접 찾는 팬들보단 지상파 중계에 더 무게를 두고 경기 시간을 배정한 셈이다.

한편 이번 대회 첫 날인 24일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경기엔 3,737명이, 둘째 날인 25일 체코전엔 2,950명의 농구팬들이 경기장에 왔다. 27일 앙골라와 경기엔 앞선 두 경기보다 훨씬 적은 팬들만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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