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A대표 소집 때 훈련 중인 구성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3월 A매치, 6월 A매치 그리고 9월 A매치까지 대표 팀 발탁. 구성윤(25, 콘사도레 삿포로)에겐 이제 'A대표 팀 골키퍼' 이미지가 생겼다. 두 번의 A대표 팀 소집을 경험하면서 구성윤은 더 높은 목표가 생겼고, 새로운 것을 배웠으며,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 팀 감독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나설 명단을 공개했다. 월드컵 10회 연속 출전을 노리는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와 H조에 배정돼 다음 달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르고,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아시아 2차 예선 첫 번째 경기를 갖는다.

김신욱이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첫 선발된 것을 비롯해 이강인이 재승선했고, 울산 현대의 신예 미드필더 이동경도 A대표 첫 발탁의 주인공이 됐다. 구성윤 역시 조현우, 김승규와 함께 변함없이 대표 팀 수문장 3인에 들었다. 

◆'이제는 A대표 팀 골키퍼 이미지'란 질문에

2015년 동아시안컵, 2017년 11월 A매치 때도 대표 팀에 선발됐던 구성윤은 자신도 '왜 뽑혔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확신이 부족했다. 하지만 2019년 3월 대표 팀 발탁 땐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던 그다. 이어 6월, 9월까지 A대표 팀에 뽑혔다. 대표 팀 골키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구성윤은 "저는 아직은 그래도 J리그 K리그에 좋은 활약을 하는 골키퍼가 많다고 생각한다. (김)승규, (조)현우 형은 월드컵을 경험한 형이다. A매치 경험도 많다. 저는 아직 A매치 경험이 없다. 벤투 감독님이 되고 나서 연속으로 뽑힌 것뿐이지 아직 승규, 현우 형처럼 당연히 뽑히는 선수 이미지는 아니다. 언제 바뀔지도 모른다. 항상 훈련 때마다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장점을 조금이라도 더 보이려고 어필하려고 하고 준비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아직은 당연히 뽑혀야지'라는 생각은 없다"며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대표 팀에 발탁된 구성윤은 "동기 (정)승현이, (박)지수, (권)창훈이가 잘 챙겨줬다. 승규 형 현우 형도 잘 적응하게 도와주셨다. 창훈이와 승현이는 리우올림픽을 함께 나갔던 사이다. 지수는 같은 포항 출신이다. 지수가 문덕초등학교를 저는 청림초등학교를 나와서 연습 경기를 하며 엄청 친하게 지냈다. 그랬던 사이인데, 이렇게 대표 팀에서 만나니깐 신기했다. '개천에서 용 났다'"며 A대표 적응기를 설명했다. 

▲ 아직 대표 팀 골키퍼 새내기 구성윤(왼쪽에서 두 번째)은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프로선수 못지않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빌드업 골키퍼' 구성윤이 경험한 A대표 골키퍼 세계 

구성윤은 197.4cm의 장신이다. 신장이 압도적이다. 선방능력뿐만 아니라 발이 좋은 J리그 최정상급 골키퍼로 평가받고 있다. 2018시즌 우라와 레즈에서 콘사도레 삿포로로 부임한 미하일로 페트로비치(애칭 미샤) 감독이 팀을 패스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구성윤은 미샤 감독 부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19시즌 콘사도레 2년 차를 맞아 미샤 감독의 축구가 무르익었다. 구성윤은 "지난 시즌은 미샤 감독님의 축구가 1년 차여서, 적응하는 단계였다. 올해는 많은 선수가 빌드업 축구를 이해하고 있다. 상대가 있더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패스 줄 곳에 주는 축구를 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설명했다. 구성윤은 2018시즌 34경기 전 경기를 뛰었고, 2019시즌 24라운드까지도 전 경기 선발 풀타임을 뛰고 있다. 빌드업 골키퍼로 한층 더 성장했다. 

"확실히 일본 기자분들이 인터뷰를 해오실 때 '성윤 선수가 작년에 비해서 패스 횟수도 많아지고 경기 중에 뛰는 하프라인까지 나가 높은 포메이션에서 수비 커버 범위가 넓어졌다'고 하신다. 지난 시즌 경기나 훈련 때 생각해보면, 아직 자신 있게 패스를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상대 수비가 있어도 주고받는다. 한꺼풀 한꺼풀 벗기면서 상대 진영까지 가는 플레이가 많아졌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3월, 6월에 소집은 됐지만 아직 A대표 데뷔를 하진 못했다. 구성윤은 "일단은 3번 골키퍼로 뽑히는 것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만족하는 건 아니다. 저를 위해서도 그렇고 팀을 위해서도 그렇고 경쟁해야 한다. 지금 A대표 팀 3번이 목표가 아니고, 높은 목표가 있다. 더 높은 리그 수준 높은 대회 등 꿈이 있어서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다. 대표 팀도 소속 팀에서도 '내일은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준비하고 있다. 승규 형, 현우 형은 A매치 경험도 많고 월드컵도 다녀오셨다. 승규 형은 크로스에서 잘 대처하는 것 같다. 활동 범위가 넓더라. 현우 형은 슈퍼세이브가 많은 것 같다"며 A대표 골키퍼로 느낀 점을 말했다.   

▲ 구성윤(오른쪽)은 빌드업과 선방 능력이 강점이다. ⓒJ리그1 홈페이지

 ◆구성윤이 A대표 팀에서 느낀 것들

두 번에 소집 동안 구성윤이 느낀 것은 많다. 벤투 감독의 스타일, 자주 대화를 나누는 빅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곁에서 지켜본 '재능' 이강인, 슈팅하면 꽂힌다는 손흥민까지. 

구성윤은 벤투 감독과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에 대한 인상으로 "지금까지 본 벤투 감독님은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님이신 것 같다. 경기장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 텐션 잘 이끄시는 유형이시다. 축구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선수들이 쉴 수 있게 분위기 만들어 주신다. 집중해서 할 땐 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주신다. 실베스트레 코치님은 3월 처음 뽑혔을 때 '우리는 이런 축구를 하고 있다'는 미팅을 했다. 세세히 알려주셨다. 골키퍼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 잡고, 코칭을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지도해주셨다. '대표 팀은 역시 다르구나' 느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수 못지않은 슈팅으로 골키퍼 훈련 중인 실베스트레 코치에 대해선 "(슈팅하면) 강하게 꽂힌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웃음). 빅토르의 '그날'이 오면 못 맞겠더라.  (실베스트레 골키퍼의 무회전 슈팅이 꽂히자 손흥민이 '호우' 세리머니를 했을 당시) 세 골 연속 먹은 피해자가 저다. 선수의 의욕을 없애신다(웃음)"고 웃었다.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뽑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들에 대해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니 중간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지켜봐 주시고 대표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시간을 주신다고 생각하고 있다. 뽑혔지만 경기에 못 나간다는 건 결국엔 감독님이 원하는 것에 충족하지 않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못 나간다고 생각한다. 벤투 감독님이 처음 부임하시고'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하더라고 전술에 맞으면 뽑겠다' 하신 게 기억난다. 그렇기 때문에 뽑혔어도 경기 못 뛰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에 나가고 싶지만, 묵묵히 자리에서 하고 있다 보면 언젠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잡는 건 선수 본인의 몫이다." 

모름지기 골키퍼로 훈련하면서 대표 팀 선수들의 슈팅을 여럿 막아봤을 구성윤은 "슈팅은 일단 (손)흥민이 형이랑 (황)의조 형이 좋은 것 같다. 의조 형의 슛을 J리그에서 그리고 대표 팀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은 '쉽지 않은 폼에서 저런 슈팅을 차지? 밸런스가 무너지는데도 끝까지 볼을 보면서 차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흥민이 형은 리우올림픽 때부터 '다르구나' 싶었다. 슈팅을 다 구석으로 꽂아버리더라. 저는 고개만 움직였다(웃음). '흥민이 형이 잘못 차야 내가 막는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역시 프리미어리거 슈팅은 다르구먼'"이라며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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