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가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어수선한 것이 사라졌어요. 예전에는 제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기도 했고,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경기가 편안하고 맞아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구FC의 공격수 김대원이 지난 27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최근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마음고생, 그리고 이젠 다시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읽힌다. 

대구는 시즌 초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부터 다져진 역습 전술과 많이 뛰는 축구를 바탕으로 3,4위를 유지했다. 새로운 안방 DGB대구은행파크에 모인 구름 관중이 여기에 힘을 보탰다. 경기력, 성적, 화제, 관중 동원 등 다방면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6월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날씨가 더운 와중에, 부상자들까지 속출했다. 15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부터 24라운드 FC서울전까지 2승 3무 5패를 거뒀다. 순위도 6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8월엔 흐름을 바꾸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면서 4위에 복귀했다. 새로운 힘은 팀에 복귀한 선수들에서 나온다. 최전방에 배치된 에드가와 경찰청에서 복귀한 김선민, 김동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에드가 부상 복귀: 역습에서 버티는 힘

에드가는 어깨를 다쳐 1달 반 정도를 결장한 뒤 8월 11일 울산 현대전에서 복귀했다. 울산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 골을 기록하면서 복귀를 알렸다. 이번 시즌 7번째 골이다. 하지만 에드가 복귀 효과는 단순히 득점에 있지 않다.

대구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치는 팀이다. 스리백을 세우고 단단하게 수비한 뒤 공을 빼앗아 단번에 상대 골문까지 전진한다. 에드가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는 세징야와 김대원은 빠른 발과 기술이 장점이다. 에드가는 장신 선수로 속도가 장점은 아니지만, 수비를 등진 채로도 공을 지킬 수 있다. 세징야와 김대원와 다른 특성으로 오히려 궁합이 잘 맞는다. 

김재성 SPOTV 해설은 대구-강원전에서 "대구가 잘하는 축구, 역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최전방 공격수가 중요하다. 에드가가 돌아오면서, 볼을 빼앗은 이후에 에드가에게 첫 번째 패스를 하면 공을 잘 지켜주고 있다. 2선에서 올라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면서 좋은 역습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가 부재 시 세징야 혹은 김대원이 공을 빼앗은 뒤 직접 드리블로 전진해야 했다. 당연히 직접 체감하는 수비 강도도 높았다. 하지만 에드가의 합류 이후 세징야와 김대원은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대구가 3-1로 승리한 강원과 27라운드에서도 에드가의 장점이 제대로 나왔다. 전반 10분과 전반 28분 세징야의 골은 모두 에드가의 발에서 시작됐다. 전반 16분 김대원의 득점 과정에선 수비를 오른쪽 측면으로 끌고 움직이면서 김대원에게 공간을 만드는 '간접 효과'도 봤다. 확실히 세징야-김대원만 있을 때와 다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에드가 없을 때는 세징야도 그렇고 해야 하는 게 많았다. 이제는 골고루 자기 몫만 하면 되는 것 같다. 편해진 게 사실이다. 역습으로 나갈 때 믿고 나가면 볼을 소유해주고 연결시켜주니까. 볼 빼앗기는 것 자체가 적다. (강원전에서) 공간이 보이니까 빨리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믿으니까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 김대원

▲ 김동진(가운데 오른쪽)은 강원전 퇴장을 받았지만, 징계 사후 감면으로 오는 상주전에도 출전이 가능하다.

◆ '전역' 김선민-김동진 복귀: 안정적인 선수 기용

김선민과 김동진의 합류도 천군만마다. 대구의 시즌 초반 상승세의 중심엔 츠바사가 있었다. 안정적인 패스 전개도 좋았지만, 신체적으로 강인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깰 만큼 투쟁적인 수비력도 돋보였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 이후 중원 조합은 늘 고민이었다. 류재문, 박한빈, 한희훈 등이 중원을 채워보려고 했지만 확실한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황순민이 중앙으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이 경우엔 왼쪽 수비가 고민이었다. 

아산에서 돌아온 전역자들은 선수 운용에 숨통을 틔웠다. 김선민은 입대 전까지 대구 중원을 책임졌다. 키는 작지만 패스 연결에 장점이 있고 활동량이 장점이다. 김동진은 왼쪽 수비를 안정시키면서 황순민의 중앙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황순민이 중원에 출전하게 되면서 정승원은 오른쪽 윙백으로 옮겼다. 수비 능력은 물론이고, 활동량과 공격 능력까지 필요한 윙백에 잘 녹아들고 있다. 전역자 합류는 스쿼드 전체의 질도 높이면서 대구 팀 전반적으로 안정성을 더했다. 상황에 따라 '임시방편' 기용을 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대원은 "어수선한 것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제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기도 했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경기가 편안하고 맞아들어간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 대구의 재도약이 시작될까.

◆ 시간이 해결: 휴식도 줄이고 조직력 훈련

수비 문제는 시간이 해결했다. 수비 핵심 홍정운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헌데 대구는 홍정운을 중심으로 거의 변화 없이 수비진을 꾸려온 상황.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직력이 흔들렸다. 지난 20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이례적으로 4실점이나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김우석은 "(정)태욱이, (홍)정운이 형, 저 이런 체제로 가면서 다르게 바꿔서 해본 적이 없다. 플랜B를 짜고 훈련을 해봤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부상자가 생기면서 자리가 자꾸 바뀌면서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흔들리는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 내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빠르게 조직력을 높였다. 더운 날씨에 휴식까지 줄인 것에 선수들도 힘은 들었지만 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엔 김우석이 홍정운의 자리인 스리백의 중심에 배치되고, 박병현과 정태욱이 좌우를 지키는 형태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대원은 "여름 훈련 열심히 했다.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다. 경기 수가 많고 힘들었다. 사실 쉬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팀이 잘되는 게 우선이고 이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후반기에는 올해 초반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력 안정은 대구에 의미가 크다. '선 수비 후 역습'이란 확고한 전술적 지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가 잘 돼야 대구가 잘하는 공격 전개도 나오기 때문이다. 대구는 8월 들어 치른 울산과 강원을 상대로 1실점을 기록하고, 경남전에서 무실점 경기력을 기록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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