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토니스 투입으로 10번 자리가 채워지고, 구대영이 대각선으로 침투한 것이 수원의 제주전 승리 전술적 키포인트였다.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안토니스의 기점 패스, 김종우의 컷백에 이은 한의권이 슈팅이 골이라는 마침표로 찍히기 위해선 수원 삼성의 오른쪽 윙백 구대영의 온 몸을 던진 헤더가 필요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가 공을 걷어내려 발을 높이 뻗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들이민 구대영은 "무조건 머리로 해야 상대보다 빨리 터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로 주저없이 헤딩을 했다"며 웃었다.

수원은 30일 저녁 제주를 상대로 한 하나원큐 K리그1 2019 28라운드에 1-0 승리를 거두며 최근 홈 3연패에서 탈출했다. 올 시즌 24경기에서 16골을 몰아친 수원은 타가트 팀'으로 불리고 있지만, 타카트가 부상으로 빠진 경기에서 승리하며 원맨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 멀티 윙백 구대영, 대각선 침투로 공격력 살아났다

구대영의 득점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헤더 시도보다 중요했던 것은, 한의권의 슈팅이 육탄 수비에 걸려 굴절되었을 때, 구대영이 공이 흐른 그 위치에 와있었다는 점이다. 문전 우측 부근, 공격수가 자리할 위치에 오른쪽 윙백 구대영이 어느 새 침투해 있었다. 

득점 장면을 다시 살피면 구대영은 안토니스가 2선 지역에서 빠르가 왼쪽 측면 전방의 김종우에게 스루 패스를 찔러 넣어 공격 국면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순간부터 문전 우측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마치 공이 그리로 튀어 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한 사전 움직임이었다.

경기 MVP로 선정되어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대영은 "경기를 계속하면서 스리백 보면 윙백이 공격적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공격 선수들이 슈팅하면 볼이 내 앞으로 흘러나가는 경우가 많더라"라며 이번에도 공이 빠지면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고, 사전에 그 자리를 선점하고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대영의 관찰력이 빛나기도 했지만, 스리백을 쓰기에 공격력이 더 중시되는 윙백을 맡아야 하는 구대영을 발전시키기 위한 이임생 수원 감독의 주문과 지도도 있었다.  이임생 감독은 "공격적 성향보다 수비 성향이 강했던 선수다. 구대영 선수와 개인적으로 미팅을 통해서 구대영 선수도 공격적으로 갈 수 있다고,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 계속 대화를 했다"고 했다.

▲ 공격적인 윙백으로 거듭나고 있는 구대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임생 감독이 구대영에게 구체적으로 주문한 것은 '대각선 움직임'이다. "구대영이 전진과 후진의 움직임만 갖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들어가면 골을 넣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 그렇게 들어가서 골이 나왔다.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구대영은 전술 이해력을 갖춘 선수"라고 설명했다.

2014년 FC안양에서 데뷔한 구대영은 수원 입단 까지 6시즌동안 공격 포인트가 1골 2도움에 불과했다. 그 스스로도 "안양에 있을 떄도, 아산에 있을 때도 포백을 많이 썼고, 포백의 사이드백에서 수비에 많이 치중했다"고 했다. 구대영은 수원 입단 후에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전 6시즌의 공격 포인트와 동수를 이뤘다.

구대영은 지난 7월 1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홀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2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당시 득점도 대각선 움직임으로 나왔다. 이때는 왼쪽 윙백으로 기용되어 아직 팀을 떠나기 전인 사리치의 패스를 받아 문전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들어가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측면에서 전후로 오르내리며 크로스 패스를 연결하는 단순한 플레이가 아닌 대각선 침투와 연계 플레이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들었다.

▲ 제주의 공세를 막기 위해 수원이 준 후반전 대형 변화 ⓒ김종래 디자이너


◆ 제주 총공세 막기 위해 이임생이 준 변화

수원이 선제골을 넣자 그 전 7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던 제주는 중앙 미드필더 권순형,공격수 이근호, 공격형 미드필더 아길라르를 차례로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수원은 구대영의 골을 끌어내는 과정에 스리톱의 한 축이던 유주안을 빼고 테리 안토니스를 투입해 10번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해 3-4-1-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상황이었다.

제주의 공격이 밀고 올라오는 가운데 왼쪽 윙백 홍철과 센터백 민상기의 근육 상태가 좋지 안자 이임생 감독은 수비 안정을 위한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먼저 후반 24분 공격수 바그닝요을 빼고 오른쪽 윙백 신세계를 투입했다. 이를 통해 구대영을 왼쪽 윙벡 자리로 이동시켰다. 지친 홍철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그리고 후반 28분 민상기를 빼고 조성진을 투입한 뒤, 한의원과 안토니스만 공격 진영에 남겨두고 수비 블록을 만들었다.

제주는 공격 숫자를 늘렸으나 수원의 두 줄 사이를 흔들지 못했다. 안토니스의 후반 34분 장거리 슈팅이 추가골로 이어질뻔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수원은 안정적으로 1-0 승리를 지키며 홈 3연패를 끊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 출전한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에 기여한 안토니스 ⓒ한준 기자


◆ 10번으로 뛴 안토니스,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고민 해결할 실마리

이임생 감독은 이날 대각선 움직임을 통해 윙백 구대영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로 영입한 안토니스를 현재 수원의 고민으로 꼽히는 10번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해 2선 화력을 높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타가트와 데얀, 염기훈 등의 부상으로 인해 공격진 공백이 큰 가운데 안토니스의 전진배치는 긍정의 메시지를 남겼고, 이들이 복귀했을 때 2선에서 좋은 패스로 직접 골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는 조합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안토니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존 포지션보다 공격적인 역할에 대해 "상관없다. 경기에 뛸 수 있다면 수비형이든 공격형이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미드필드 지역에서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임생 감독도  "오늘은 10번 위치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서 공격 활로를 찾아주길 바랐다. 잘 해줬다. 아직 체력적인 부분이 조금 더 장기간 부상 때문에 부족한 건 사실인데 2주 간 잘 만들어서 준비하면 주전으로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향후 안토니스를 중원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암시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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