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사진은 저지가 지난 2016년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전 2회말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돌고 있는 모습.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남몰래 땀 흘리고 오랜 시간 준비하며 간절했던 소망이 이루어진 순간이라면 더욱 소중하고 잊지 못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빅리그'에 콜업된 순간은 잊지 못할 순간이다. 대부분 마이너리그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만을 기대하며 선수생활을 하던 어느 날, 어려서부터 소망해왔던 전화가 온다. 그때부터 더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하는 메이저리그 생활의 시작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것이다. 다음은 ESPN 에디 매츠 기자가 소개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콜업된 순간들이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뉴욕 로체스터에서 미네소타 트리플A 팀과 경기가 있었다. 그날 어머니와 가족이 경기를 보러와서 경기가 끝나고 밤 12시쯤 호텔 옆 유일한, 그러나 맛있는 BBQ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으려 했다. 우리 팀 모두 그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다.

그런데 감독이 우리 테이블로 왔다. "좀 더 빨리 먹어야 겠다. 내일 뉴욕에서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나도 "여기서 경기하는 것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감독은 "로체스터 말고 뉴욕 양키스타디움"이라고 알려줬다.

놀랐지만 그래도 배고파서 음식을 기달렸다. 우리 가족은 난리가 났고 어머니는 눈물을 보였다. 내머릿속에는 우리 가족을 어떻게 양키스타디움으로 이동시킬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냥 렌트카를 빌려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내가 운전하려고 했으나 어머니는 경기가 있으니 쉬고 자신이 직접 하시겠다고 했다.

비좁은 차 뒷자리에 앉아서 5시간 정도 걸려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5시쯤이었다. 6시쯤에는 호텔 화재 경보가 울려 아예 잠을 못 자고 경기장에 갔다. 그날 3타수 2안타 1홈런(메이저리그 첫 타석)을 쳤다. 잠을 못 잔 것이 홈런을 친 비결이다.

▲ 보스턴 레드삭스의 잰더 보가츠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

트리플A 경기가 끝나고 로드아일랜드 한 호텔에서 동료들과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었다.호텔 방으로 감독한테 전화가 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10타수 무안타 7삼진을 기록하며 성적이 별로였다. 그래도 나는 유망주였고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전화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감독은 "보스턴으로 갈 택시가 온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 보스턴에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야 했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직 공식발표가 나기 전이어서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엄마한테는 알려야 했다.

▲ 밀워키 브루어스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마이너리그 시절 룸메이트였던 제이크 매리스닉(현 휴스턴)과 같이 메이저리그 콜업된 후 마이애미에서 같이 루키 시즌을 보냈다. 사진은 2013년 7월 25일 미국 콜로라도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경기가 끝난 뒤 옐리치(왼쪽에서 2번째)와 매리스닉(오른쪽)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크리스티안 옐리츠(밀워키 브루어스)

테네시 더블A 팀에서 경기 중이었다. 3회 안타를 쳤는데 대주자로 교체됐다. 대충 감은 왔다. 안타를 친후 교체될 다른 이유가 없었다. "콜업됐다"고 알려줬다. 다음타자였던 제이크 매리스닉(현 휴스턴)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매리스닉도 교체됐다. 매리스닉도 같이 콜업됐다.

지금도 친하지만 그때는 JT 리얼무토와 같이 3명이 룸메이트였고 친하게 지냈다. 빅리그에 처음 콜업되는 순간을 친구랑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뭐가 뭔지 잘 모르던 루키 시즌을 같이 보냈다.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는 마이애미에서 첫 시즌도 같이 살았다. 멋진 추억이었다.

▲ LA 다저스의 간판 타자 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오클라호마시티에 있었다. 새벽 2시반쯤 룸메이트 트레버 옥스(현 캔사스 로열스)가 방에 들어와 나를 깨웠다. 당시 다저스 팜 디렉터였던 게이브 캐플러(현 필라델피아 감독)가 낮부터 6번 정도 전화 연락을 했었는데 전혀 듣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놓은 상태였다.

결국 캐플러는 내 룸메이트에게 연락을 했다. 콜업 소식을 듣고 난 새벽 2시 반에 곧바로 부모님께 전화했다. 아침 8시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에 가야했다. 방에서 짐을 싸고 곧바로 경기장에 가서 다른 짐을 챙겼다. 경기장에서 아침 6시까지 있다가 6시 반에 공항으로 갔다. 잠을 잘 수 없었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셰인 비버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작년이다. 우천으로 중단됐지만 전날 '노히터' 피칭을 했다. 당시 체인지업을 연습 중이었다. 투수코치 스티브 카세이가 "비디오를 보여줄 것이 있다"며 아침 일찍 나오라고 했다. 그때 조지아주 귀넷에 있었다. 약간 이상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체인지업 동영상을 같이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이 들어오더니 투수코치에게 "아직 안 알려줬어?"라고 말했고, 나는 코치를 바라봤다. 코치는 "지금까지 본 영상들이 다 미네소타인 것을 알아챘냐?"고 묻고 "목요일에 미네소타에서 선발로 등판하게 됐다"고 알려줬다.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동영상들이 미네소타 경기장에서 피칭을 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해 보지 않았고 메이저리그 볼을 던져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지금은 트리플A에서도 메이저리그와 같은 공을 쓰지만 그때는 달랐다. 투수코치가 "캐치볼을 하자"고 했다. 코치가 메이저리그 공을 갖고 있었다.

▲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윗 메리필드
◆윗 메리필드(캔사스시티 로열스)

워싱턴주 타코마에 있었다. 그날엔 '키즈 데이(Kids Day)' 행사가 있어 오전 11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동료들과 오후 3시 골프 티타임을 잡았다. 아마 대부분 초구에 스윙하며 빨리 경기를 끝냈다.

골프가 끝나고 18번 홀에서 걸어나오는데 트리플 A팀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새벽 3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야했다.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때 나는 27살이어서 메이저리그 콜업이 될지 확실치 않았다. 기쁜 순간이었고 골프를 같이 친 동료들이 축하를 했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프란밀 레이에스
◆프란밀 레이에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네바다주 리노에 있었다. 그날 '어머니날'이어서 핑크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날 경기에서 역전 3루타를 쳤다.

경기 후 샤워하고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감독이 나를 불렀다. "내일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며 "오늘 나쁜 공에 2번이나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말도 안된다"며 "스윙 2번 잘못했다고 출전을 못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감독은 "내일 경기에 출전 못하는 이유는 내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위해 뛰기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믿을 수 없었다. 엄마에게 먼저 전화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샌디에이고로 갔다. 가족들이 샌디에이고에서 축하를 했다.  

▲ 콜로라도 로키스의 찰리 블랙먼
◆찰리 블랜먼(콜로라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낮경기가 끝나고 산으로 송어 낚시를 갔다. 4~5명이랑 같이 갔는데 힘든 날이었다. 아무도 고기를 잡지 못하고 나만 한 마리 잡았다. 낚시가 끝날 때쯤 콜업 연락을 받았다.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힘든 날이었지만 나에게는 고기도 잡고 콜업 연락을 받은 아주 좋은 날이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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