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의 불꽃 남자 정재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매 경기가 힘드네요."

포항 스틸러스 중앙 미드필더 정재용(29)은 김승대(28)가 전북 현대로 떠난 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배슬기(33), 김광석(36) 등 선참들이 정재용에게 주장감이라며 완장을 채웠다.

K리그 팬들 사이에서 '불꽃 남자'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정재용은 올해 3월 A매치 휴식기에 울산 현대에서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동해안 더비'로 묶인 라이벌 관계에서는 쉽게 이적이 이뤄지지 않지만, 정재용은 살길을 찾기 위해 포항을 선택했다.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에 직접 포항 대표로 등장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포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일대일 대인방어가 뛰어나 수비 앞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하기에 적격이다. 여름 이적 시장 전북에서 임대된 최영준(28)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막내 이수빈(19)과 주전 경쟁을 하면서 팀을 상위 스플릿에 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3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8라운드 성남FC전에서는 최영준과 호흡하며 성남의 공격을 막고 1-0 승리에 기여했다. 정재용이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 위치까지 올라가서 막고 최영준이 넓게 뛰며 수비를 보호했다.

정재용은 "매 경기가 힘들다. 제 할 일을 하기도 바쁜데 팀도 챙겨야 한다"며 남다른 고통(?)을 호소했다. 부주장으로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던 김승대가 전북으로 떠나면서 선참들의 추천을 받아 갑작스럽게 경기 안팎으로 지휘하고 있다.

그는 "배슬기, 김광석 등과 대화를 나눴고 주장 완장을 찼다. 어쨌든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서 기분은 좋다. 승리하는 그 자체가 좋은 것 아닌가. 지금 포항은 내용보다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단이 어수선했던 여름을 보내서 힘들었다는 정재용이다. 김승대는 이적했고 이석현은 군 입대를 위해 K3리그의 파주시민축구단으로 향했다. 공격 주축이 사라진 상황에서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 팔로세비치가 영입됐다.

정재용은 "사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주축 선수들이 떠나고 새로운 선수들은 팀에 적응하느라 바쁘니 잘 섞이기가 어려웠다"며 예민한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음을 전했다.

▲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준비하는 정재용(왼쪽 두 번째)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래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정재용이다. 선수들 스스로 클럽하우스 합숙을 하는 등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다들 팀을 하나로 뭉치자는 생각으로 한 것 같다. 자발적으로 해주니 고마웠고 감독님도 말은 없었지만, 원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최영준과의 호흡은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둘은 진주 봉래초등학교에서 함께 뛰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떤 스타일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경기를 하니 도움이 된다. 참 좋다"며 웃었다.

영플레이어상 후보 자격이 있는 이수빈과는 당당한 포지션 경쟁을 이어간다. 그는 "그동안 (이)수빈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하면서도 "그래도 누가 주전으로 뛰고 그런 것은 없다.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경기에 나서는 것 아닌가"라며 당당한 경쟁을 강조했다.

자신보다 팀을 앞세운 정재용이다. 그는 "포항에 와서 성남전까지 22경기를 뛰었다. 일단 홈에서 다 이기고 원정에서도 제대로 해서 상위 스플릿에 가고 싶다. 결과를 꼭 내야 한다"며 "내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팀이 우선이다. 나는 상관없다. 팀이 괜찮아야 내가 있지 않은가"라며 무한 헌신과 희생을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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