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호사(왼쪽에서 3번째)의 골 뒤풀이. ⓒ한국프로축구연맹
▲ 서울전 승리 뒤 기쁨을 나누는 전북 선수단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당연히 최근 몇 경기 수비적인 팀들을 상대로 고전했던 걸 알고 있다. 고민하면서 (서울전을) 준비했고 잘 맞아 떨어지면 시즌 끝날 때까지 다양한 옵션의 전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 모라이스 감독

전북 현대는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중국에 진출해 시즌 중반 큰 변화를 맞았다. 특히 전북이 고전한 것은 수비적인 팀을 만났을 때였다. 지난 라운드 안방에서 성남FC와 맞붙을 때도 전북은 촘촘한 수비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압도적인 힘과 높이가 있는 김신욱은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였다. 김신욱은 직접 득점도 올렸지만 빠르고 기술적인 2선의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신욱 덕분에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전북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8라운드 FC서울전을 맞아서는 조금 다른 전술을 준비했다. 시즌 내내 플랜A로 삼았던 4-1-4-1 포메이션 대신 김민혁, 최보경, 권경원을 최후방에 두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스리백을 세우고 수비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서울을 깨기 위한 전술이었다. 결과는 2-0 승리였다.

◆ 전북의 공격적인 스리백

"스리백으로 바꿨지만 수비적으로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스리백을 놓고 공격적으로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1대1로 붙는 형태로, 수비할 때나 공격할 때 많이 이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개인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 모라이스 감독

전북이 밀집 수비에 고전하는 이유는 개인 기량을 살릴 수 있는 틈이 없기 때문이다.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 빠른 협력 수비가 가능했다. 그래서 전북이 자주 취했던 공격 방식은 역습의 형태였다.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이) 포백을 쓸 때 스리백을 만나면 역습 형태를 많이 했는데 그런 방향이 싫다. 그래서 맞붙는 형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북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개인 기량이다. 전북은 조금 더 적극적인 형태로 공격을 구상했다. 문선민과 로페즈는 수비수들을 까다롭게 할 수 있는 속도와 기술을 지녔다. 새로 영입된 호사 역시 빠른 발을 가진 공격수다. 공격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라이스 감독이 구상한 것은 앞에 무게를 싣는 것이었다. 스리백은 그 방책. 윙백의 적극적 전진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비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 윤종규(가운데)을 적극적으로 압박한 김진수(오른쪽) ⓒ연합뉴스

◆ 격전지1: 윙백vs윙백

"저뿐 아니라 (이)용이 형도 볼이 들어왔을 때, 똑같은 스리백이라 윙백을 잡아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 김진수

사실상 서울전 맞춤 전술이었다. 서울은 빌드업 시에 측면 윙백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터치라인을 오르내리면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후방 빌드업 땐 수비 라인에서, 공격 시엔 미드필더 위치까지 전진하는 식이다. 전형적인 윙이 없는 3-5-2 포메이션을 쓰기 때문에, 윙백은 사실상 측면을 전담한다.

전북은 개인 기량이 뛰어난 김진수-이용을 서울의 윤종규-고광민 윙백 조합과 맞대결을 시켰다. 특히 김진수는 전반 내내 윤종규를 거칠게 압박하면서 공격의 싹을 잘랐다. 김진수는 "윤종규를 잘 막아야 찬스가 안 날 거라고 생각했다. 전반부터 압박을 했다. 후반전에 교체돼서 들어가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와 전술에 변화를 줬다. 전북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반증이었다. 오른쪽 수비수 윤종규와 미드필더 정원진을 교체했다. 고요한이 오른쪽 수비로 가고 정원진이 중원을 채웠다. 측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노련하고 기술이 더 뛰어나며 투쟁심까지 갖춘 고요한이 김진수와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알리바예프와 정원진이 양쪽 윙백에게 공이 전달됐을 때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공을 받으러 움직였다. 전북의 압박을 대처하려면 윙백이 공을 잡았을 때 측면에서 공을 받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다만 전북의 대응이 좋았다. 중원에 배치된 손준호-이승기 조합이 미드필더들을 잘 따라다녔고, 스리백도 측면 커버와 크로스 방어에서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김진수는 "제가 오른쪽 윙백을 잡으려고 튀어나가니까 그 뒤를 노리려고 했던 것 같다. 제 뒤에 경원이나 수비수들이 크로스에 대한 대응이나 커버를 잘해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문선민(왼쪽)의 빠른 발과 돌파 능력이 빛났다. 마무리만 아쉬웠다. ⓒ연합뉴스

◆ 격전지2: 스리톱vs스리백

또 하나의 포석은 서울의 황현수-정현철-김주성 스리백에 맞서 로페즈-호사-문선민 스리톱을 배치한 것이다. 평소 측면 플레이에 장점이 있는 로페즈와 문선민도 측면을 이용과 김진수에게 맡기고 서울의 센터백을 1대1로 공략했다. 수비 시엔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면서 서울의 부정확한 전방 패스를 유도하고, 이를 역습으로 연결하면서 재미를 봤다. 

서울의 스리백은 전북의 스리톱과 1대1 맞대결에서 고전했다. 문선민과 로페즈는 자신의 장기인 돌파 능력과 빠른 발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정현철은 호사의 거친 몸싸움 때문에 볼 처리에서 몇 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전반 16분 문선민이 김주성을 돌파하면서 시작해 손준호의 슛까지 나온 장면이나, 전반 31분 로페즈의 돌파처럼 개인 돌파에서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3분 나온 추가 골 역시 빠른 발을 살린 문선민의 개인 돌파에서 시작됐다. 모라이스 감독이 경기 전 "윙포워드가 뒤에 내려와서 수비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공격을 더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변화를 준비했다. 더 공격적인 것을 보고 싶다"는 말대로 매서운 공격을 선보였다.

전북은 사실상 윙백까지 포함해 최전방에서 5대5로 싸웠다. 그리고 최후방엔 스리백을 세웠다. 자연스레 엷어진 곳은 중원이었다. 고요한-오스마르-알리바예프 3명이 배치된 중원을 상대로 이승기-손준호 조합이 나서 숫자도 부족했다. 여기에 힘을 보탠 선수가 권경원이었다. 공격 시엔 권경원이 직접 공격적으로 올라가거나, 직접 로페즈나 호사를 겨냥한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9분 첫 골은 깊이 전진한 권경원의 발에서 시작해 호사가 마무리하며 나왔다. 

전반전 서울의 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2골의 리드를 벌었다. 전북은 후반전 역습을 노리고 완급 조절을 했다. 옥에 티는 마무리 능력이었다. 후반 8분 김진수의 인터셉트에서 시작된 역습, 후반 14분 호사와 문선민의 연이은 슈팅, 후반 37분 로페즈의 크로스와 한교원의 슛까지. 모두 역습 과정은 좋았지만 방점이 찍히지 않았다. 모라이스 감독이 "찬스가 많았지만 득점을 더 하지 못한 점은 나아져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있었을 때 득점해야 수비수가 더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전에서 거둔 성과는 남은 시즌 경기 운영에도 다양성을 줄 수 있다. 스리백을 세우는 팀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전술 하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이 잘 해줬다. 스리백을 쓴 이유도 상대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많이 뛰면서 압박한 점이 좋았다. 상대 팀에 따라서 스리백을 쓸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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