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타짜: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더 무비' 포스터. 출처|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사라진 천만영화와 함께 여름 성수기가 사라졌다? 싱겁게 막을 내린 올해 극장가 이야기다. 7월 중순 불이 붙기 시작해 8월 초 정점으로 치닫는 여름 극장가는 영화계의 한 해 장사를 판가름하는 승부처. 올해도 CJ엔터테인먼트의 '엑시트', 쇼박스의 '봉오동전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나랏말싸미' 등 제작비 100억대 텐트폴 영화들이 4편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맥이 빠진다. 의문 속에 개봉했지만 공개 이후 복병으로 떠오른 색다른 재난영화 '엑시트'가 나홀로 독주, 지난 1일까지 891만 관객을 모으며 9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독립군의 벅찬 승리를 담아낸 '봉오동 전투'가 471만 관객을 모았으나 손익분기점을 조금 넘어서는 데 그쳤다. 시리즈화를 목표로 했던 구마 액션 히어로 '사자', 한글창제의 이면에 상상력을 더한 '나랏말싸미'는 손익분기점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작품에 담긴 야심과 정성을 떠올리면 특히 아쉬운 결과다. 1000만을 넘봤던 디즈니의 '라이온킹'이나 초반 기세가 무서웠던 '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 등도 고만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밖에는 150만 관객을 모은 고포물 '변신'의 틈새 선전이 돋보인다.

기대작들의 기대 이하 부진과 함께 여름 극장가가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7~8월 전체 관객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감지된다. 7~8월만 따져도 예년보다 500만 명 이상 총관객이 줄었다. 특히 여름 대작들이 폭발적으로 관객을 모으며 후발 주자들이 힘을 받는 시기인 8월에는 지난해, 지지난해 모두 3000만 명 안팎의 관객이 몰렸으나, 올해엔 월 총관객이 2481만 명으로 집계됐다. 자연히 흥행작의 폭발력도 줄었다. 여름 시장에서 1000만 영화가 나오지 않은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장 측, 투자배급사 측에서는 "'알라딘'과 '기생충' 등 5월 개봉작 2편이 1000만 영화에 등극하며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 "5~6월 영화를 능가하는 화제작이 안 나왔다", "여름 대작으로 보일만한 대형 화제작이 부족했다", "관객들의 냉정한 판단" 등의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알라딘''기생충'이 1000만 영화에 등극했고, 이들의 화력이 최고조였던 6월 총관객은 2284만명으로, 성수기인 7월의 2191만명보다 많다. 외적 요인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에 비해 날씨 덕도 덜 봤다", "초등학생의 방학이 짧아진 탓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낮아진 낮아진 기온과 극장가의 관심은 이미 추석 극장가로 옮겨갔다. 추석 연휴 직전인 11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타짜:원 아이드 잭', 쇼박스의 '힘을 내요, 미스터 리', CJ엔터테인먼트의 '나쁜 녀석들:더 무비' 등 대형 배급사의 영화 세 편이 한꺼번에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물괴'를 시작으로 '안시성', '명당', '협상'이 동시에 맞붙었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던 지난해 추석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러나 여름의 숨고르기 이후 펼쳐진 추석의 극장가 한 상은 구색이 나쁘지 않다. '타짜:원 아이드 잭'은 추석의 명가 '타짜' 시리즈의 3편으로, 인정 없는 세계를 다룬 성인용 오락영화의 본분을 지킨다. 차승원과 '럭키' 이계벽 감독이 뭉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명절 코미디 더하기 착한 영화의 감동을 앞세운 12세관람가 영화다. 대세 마동석을 앞세워 성인 타깃 TV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나쁜 녀석들:더 무비'는 15세 관람가로 수위를 낮춰 추석을 겨냥했다. 셋 모두 여름을 쉬어 간 관객들이 가볍게 선택하기 좋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작품이 한 날 몰리며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각각의 작품이 경쟁력을 가지고 사이즈가 커진다면 긍정적 효과가 날 수 있다. 8월을 부진하게 보낸 극장들도 프로모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른 영화사 관계자는 "모든 게 그때그때 다르다. 점점 극장가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며 "다른 재미를 지닌 영화들이 윈윈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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