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와 창간 특집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선수들의 훈련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디테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21세기 들어 유럽 축구의 뚜렷한 경향 중 하나는 포르투갈 축구의 약진,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 감독들의 성공이다. 

한국 축구도 유로 2000 4강을 이끌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통해 포르투갈 지도자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벤투 감독 부임 후 포르투갈 출신 감독의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포르투갈 지도자들이 각광받은 배경에는 주제 무리뉴 감독의 성공 방정식으로 알려진 ‘전술 주기화’가 있다. 경기별 전술에 대응한 훈련방식으로 포르투 대학 교수 비토르 프라데가 고안해 전 유럽으로 퍼졌다. 

파울루 벤투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때도, 한국에는 개념조차 생소해 적용이 어려웠던 전술 주기화 방식의 도입 여부가 화제가 됐다. 부임 당시 공식 회견에서 전술 주기화 방식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벤투 감독은, 공식 회견 특성상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가 그의 방법론과 한국 대표팀 운영 계획에 대해 물었다.

벤투 감독은 창간 5주년(10월 20일)을 앞둔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벤투 감독은 ①한국에서의 삶과 ②자신의 축구 철학,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계획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는 두 편에 걸쳐 벤투 감독과 단독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다. 지난 1년 동안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정제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던 벤투 감독의 내밀한 생각을 스포티비뉴스가 전한다.

- 포르투갈은 축구를 학문으로 다루는 대학이 많고, 관련 세미나와 강좌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럽 안에서도 포르투갈이 이렇게 축구를 연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포르투갈뿐 아니라 많은 유럽 국가에서 축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겠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이 축구에 대해 아주 큰 열정과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축구 흐름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죠. 특별히 더 연구를 한다는 것보다, 내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적응을 잘 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부족하고, 다른 나라가 더 우수한 부분,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빠르게 수용하고, 적절히 섞고, 이런 것을 한데 모아서 적용하는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 포르투갈 축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축구 흐름과 경기를 이해하는 통찰력입니다. 더불어 많은 다른 아이디어를 수용할 줄 알고, 한 팀을 꾸려서 일하는 데 있어서 우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학문적으로 더 우수하거나, 축구 지도자 교실이나 학원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나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이나 우리가 부족한 남들의 장점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이해력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포르투갈은 전술 주기화 훈련법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본인도 이 방법을 공부하고 적용해본 적이 있나요?

“우선 전술 주기화는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나온 훈련법이죠. 일단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내 자신을,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지도자가 하는 것과 비교하거나,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비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나 같은 경우 어떤 방법론으로 훈련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철학을 갖고 팀을 운영하느냐입니다. 팀 운영에 대한 방침과 생각을 정했다면 이를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할지 방침을 확립하고, 그게 나오면 이 철학을 갖고 원하는 플레이로 어떻게 구현할지, 그리고 훈련할지,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기에 훈련 방법론이 다를 수 있나요?

“대표팀을 운영할 때와 클럽 팀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세부적 디테일에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전술 주기화는 이름을 들어보면 화려하고, 좋아 보이죠. 실제로 학자들이 많이 연구한 하나의 좋은 훈련 방법론이 될 수 있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방법론에 대한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저는 아까 말씀 드린 방식으로 항상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중요한 것은 세계 축구 흐름과 경기 이해하는 통찰력"
■ "포르투갈 축구, 부족한 것 배우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데 강하다"

▲ 스포티비뉴스와 창간 특집 단독 인터뷰를 가진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 전문화된 코칭스태프와 함께 부임했습니다. 코치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아시다시피 우리 코칭 스태프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이클 김과 최태욱 코치는 한국에 와서 알게 됐습니다. 인연을 맺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우리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4명은 나와 전부터 일한 포르투갈 스태프입니다. 세르지우 수석 코치는 나와 함께 가장 오래 일했습니다. 스포르팅에 있을 때부터 같이 있었어요. 스포르팅에서도 처음에는 분석 코치 쪽으로, 스카우팅 파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포르투갈 대표팀에 갈 때 같이 갔죠. 거기서도 처음에는 분석 코치, 스카우팅 파트에 있다가 2014년에는 정식 코치로 같이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일했습니다.” 

“페드로 피지컬 코치와 비토르 GK 코치는 2016년에 브라질 크루제이루에 갔을 때부터 합류해서 일했습니다. 비토르 코치의 경우 특히 내가 스포르팅에 있을 때 1군 코치는 아니었지만 연령 팀 코치로 인연이 있어서 알고 있었어요. 페드로도 전에 알던 사이지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게 됐죠. 마지막 합류한 사람이 필리페 필드 코치입니다. 2017년 말 합류해서 중국에서부터 같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기자회견마다 코치진이 모두 들어오는 게 화제가 됐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특별한 의미는 없고, 예전부터 해왔던 일입니다. 우리를 더욱 더 한 팀으로 단결시키기 위해서하는 것이죠. 항상 기회가 되고 상황이 되면 코치들도 함께 참석합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상황이 되면 늘 코치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공 소유와 경기 지배가 중요한 것은 가치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승리의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기 때문에 채택한 것인가요? 

“우선 제가 봤을 때 전 세계 어느 감독이나 무언가를 한다면,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기본 철학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두 가지 다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전술 이해력을 갖춘 선수를 필요로 합니다. 월드컵과 같은 수준에서도 이 스타일의 경기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은 언제 얻었나요? 

“한국 대표팀 같은 경우 내가 오기 전, 부임이 확정되고 오기 전 이미 봤던 영상들을 통해서도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대로 해야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선수들을 직접 만나고 훈련하고, 경기하면서도 그 생각이 계속 이어졌어요. 이 철학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 철학을 설정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나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도자 본인의 성향도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선수 자원을 갖고있느냐도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이 방향이 맞다는 구성원의 동의와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이 방향대로 꾸준히 훈련하고, 원하는 방식대로 팀을 만들어 그 안에서 결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대표팀 축구는 소집 시간이 제한적이라고, 단기 토너먼트인 월드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클럽 축구와 전술이나 훈련 등 모든 것이 다를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의 경험이 한국 대표팀을 운영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그때와 지도자로서 달라진 점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 더 나은 것들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히 똑같은 대표팀이라고 해도 비교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일반 클럽팀과 대표팀간 차이도 얘기했지만 같은 대표팀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아시아와 유럽은 차이점이 많습니다. 단순히 플레이 스타일이나 선수들의 능력, 전술적 부분 등 차이가 아니라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예선을 치르는 것과 아시아 예선은 상황이 많이 달라요. 행정적인 것도 차이가 나고, 우리가 처한 환경이 여기는 기후의 차이도 크고, 이동 거리나 시차의 차이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FIFA A매치 기간 안에 2경기를 하면 경기간 주어지는 시간도 그렇고, 많은 것들이 환경적으로 너무 다릅니다. 직접적으로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의 경험을 살려 적용하고, 그때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죠.”

■ "내 방식은 전술 주기화 아닌 플레이 스타일 확립이 우선"
■ "월드컵 본선 진출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미지로 진출했는가도 중요하다"

▲ 스포티비뉴스와 창간 5주년 특집 단독 인터뷰를 가진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 아시아에서 한국은 5-4-1 대형의 밀집 수비를 상대해야 하고, 월드컵에서는 반대의 상황으로 경기를 해야 합니다. 아시안컵을 마친 뒤 부임 당시 가졌던 것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예선을 치르면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아시안컵에서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처럼 우리를 상대할 팀도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에 맞는 대응방안을 들고 나가야겠죠. 여태까지 확립해놓은 플레이 스타일 안에서 그에 맞게 최고의 대응 방안을 선정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여태까지 우리 스타일과 틀을 만들어 놓았고 쌓아왔기 때문에 이 틀을 확 깨거나 우리의 철학과는 상반된 것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 안에서 각 경기별,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할지 대응전략을 짜야 합니다. 굉장히 밀집 수비를 하고 라인을 내려 극단적인 수비를 하는 팀도 있고, 다른 류의 플레이를 하고 다른 어려움을 줄 수 있는 팀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상황에 맞게 잘 분석해서 경기별로 우리 틀 안에서 대응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죠.”

- 축구 지도자로 한국에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가요? 그리고 지도자 개인으로 이루고 싶은 궁국의 목표가 있다면?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팀을 무사히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목표입니다. 본선 진출도 절실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진출했느냐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진출했는지, 그 결과를 통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나중에 떠나더라도 정말 프로답게 진중하게 열심히 일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이 나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남기고 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 이후 지도자로 내가 어디까지 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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