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이 경고를 불사하면서 베트남 선수들을 보호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얌전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은 180도로 달라졌다. '동남아 한일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태국-베트남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태국과 베트남은 5일 태국 방콕의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렀다.

조편성부터 화제가 됐다. 라이벌끼리 묶인 것도 모자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모여 '미니 아세안 축구연맹(AFF) 스즈키컵'으로 불렸다. 아랍에미리트(UAE)만 외로웠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에 계속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태국이 일본 출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하면서 작은 한일전 성격도 있었다.

경기 스타일도 확실하게 달랐다. 베트남은 박 감독이 베트남의 저항 정신을 깨우면서 선굵은 축구를 잘 녹였다. 태국은 특유의 잔기술에 일본의 잔패스가 더해져 양팀이 볼을 주고받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경기 초반 벤치에 앉아 이영진 수석코치와 대화를 나누던 박 감독은 이내 기술지역으로 걸어 나와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의 정신을 깨우는 데 집중했다. 니시노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박 감독의 열정적인 모습에 서서 독려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잔잔하게 흐르던 경기는 후반 초반 태국 티티판 푸앙잔의 슈팅이 당반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전투적으로 변했다. 몸싸움이 계속됐고 서로 밀려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경기 막판,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41분 공교롭게도 부티엔둥이 볼 경합 과정에서 태국 벤치 앞에서 넘어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니시노 감독이 다가가 무슨 말을 건네며 불쾌하다는 동작을 심판에게 취했다. 시간 지연 행위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반대편 벤치에 있던 박 감독이 뛰어나와 강력하게 항의했다. 주심은 박 감독에게 경고를 꺼내 들었다. 박 감독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여주며 벤치로 들어갔다. 태국 홈팬들의 야유는 덤이었다.

박 감독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니시노 감독의 항의에 선수 보호를 위해 벤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원정에서 지지 않고 홈으로 돌아가 싸우는 소득을 얻은 베트남과 박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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