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14살 소녀 이해인(한강중)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이해인은 7일(이하 한국 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2019~2020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0.13점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 60.57점을 합친 130.7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6.93점과 합친 총점 197.63점을 받은 이해인은 194.4점으로 2위에 오른 다리아 우사체바(러시아)를 체지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값진 성과를 거뒀다. 하나는 7년 만에 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김해진(22, 은퇴)이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한국 여자 싱글 선수들의 승전보는 멈췄다.

김해진 이후 박소연(22, 단국대) 최다빈(19, 고려대) 유영(15, 과천중) 임은수(16, 신현고) 김예림(16, 수리고)이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시상대에 섰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선 이는 없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 대회는 러시아 선수들이 독식했다. 또한 일본의 어린 기대주들도 여기에 합류하며 한국 선수들의 우승 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이해인은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을 넘어서며 7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이해인은 3위에 올랐다. 69.04점으로 1위에 오른 우사체바와 점수 차는 2.11점이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은 우사체바와 마야 크로미크(러시아) 그리고 마스이케 리노(일본)와 메달 경쟁을 펼쳤다.

이해인에 앞서 출전한 마스이케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하며 충점 193.03점을 받았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1, 2위를 휩쓰는 러시아 선수들을 생각할 때 이해인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그러나 이해인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클린 경기에 성공했다.

▲ 이해인 ⓒ 곽혜미 기자

이해인은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점프 7개를 모두 깨끗하게 뛰었다. 특히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1.6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겼다.

그는 점프는 물론 비점프 요소에서도 모두 수행점수를 놓치지 않았다. 세 가지 스핀 요소(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백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받았고 스텝시퀀스는 레벨3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 가장 고전했던 부분은 구성요소 점수(PCS)였다. 그러나 이해인은 빠르고 유연한 스케이팅과 14살에 걸맞지 않는 성숙한 표현력을 뽐내며 60점이 넘는 PCS를 받았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만 14살 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2004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한 김연아는 전설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 이해인(가운데) ⓒ ISU 인스타그램 캡쳐

이해인은 김연아가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처음 우승한 다음 해인 2005년 4월에 태어났다. 그리고 김연아와 똑같은 나이인 14살에 주니어 그랑프리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14살 소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이해인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에 "쇼트 프로그램에서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며 "그러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만회한 것 같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남은 6차 대회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는 오는 2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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