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회생 방안에 대해 선수단 구성원 각자의 표현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하나로 뭉쳐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자.' 위기를 맞은 제주 최윤겸 감독과 주장 박진포, 하반기 키플레이어 안현범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제주가 (강등을 피하려면, 반전하려면)인천 유나이티드처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현범은 2016 시즌 제주에 입단해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부수고 슈팅하고 돌파하는 제주의 '돌격대장'이었다. 제주는 안현범의 활약 덕분에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7 시즌 안현범은 자신의 무르익은 기량과 제주의 '감귤타카'가 위력을 발휘하며 준우승을 경험했다. 안현범 역시 커리어 최고 순간을 만끽했고, 병역의무를 위해 아산 무궁화에 입단했다.
아산에서 두 시즌을 보낸 안현범은 지난 8월 전역해 제주로 복귀했다. 하지만 안현범이 과거에 뛰었던 제주와 현재 제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조성환 제주 전 감독이 팀을 떠났고, 새로운 선수들이 무더기로 영입된 외적 변화 말고도 팀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팀은 2018시즌에 이어 2019시즌에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돌아온 안현범은 일단 팀에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현범은 제주가 강등되지 않아야 할 이유를 힘줘 말했다.
◆안현범이 밝힌, 달라진 제주
안현범은 전역 이후 "새로운 팀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는데, 최근 2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27라운드 FC서울전, 28라운드 수원삼성전을 연달아 뛰며 팀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팀은 그가 복귀한 이후 뛴 세 경기에서 2무1패로 반전하지 못했다.
"팀이 이기지 못하니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선수들도 많은 부담을 갖고 있어요. 다들 제 실력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선발로는 한 경기 뛰었어요. 경기하면서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가 잘할 수 있게 옆에서 (이)창민이나 (권)순형이 형이나, (최)규백이랑 옆에 센터백이나 미드필더 선수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최근 거듭된 부진에 최윤겸 감독과 면담에선 자신의 생각을 과감없이 이야기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했어요. 원래 성격이 할 말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현재 제주의 부진은)선수만의 문제,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체 다 문제죠. 누구를 콕 짚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한 명이 잘못했으면 팀이 도와서 한 명의 실수를 묻어주는 희생정신이 필요해요."
◆어려운 시즌, 지리적인 어려움도
제주에 입단한 이후 늘 '이기는 팀'만 경험했던 안현범은 제주가 처한 현실이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일단 수비수로서 팀의 실점이 많은 것을 인식하고, 제주도의 지리적인 어려움이 최근엔 더 크게 다가온다고 인정했다.
"경기를 하면 맞아야 하는 것들, 그런 순간들이 안 맞아요. 심지어 선수들끼리도 호흡이 잘 안 맞더라고요. 새로 영입된 선수들도 많아요. 저도 그렇고 한 번에 맞추는 건 쉽지 않아요. 안 그래도 감독님이 많이 노심초사하신 것 같아요. 제가 입장을 바꿔 생각을 했는데 답이 안 떠오르더라고요. 지도자는 어려운 거구나.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을 받는 게 안쓰러워 보였어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주, 강등 피하려면 '인천처럼' 싸워야
안현범은 제주의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 강등권 경쟁팀 "인천처럼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천은 매 시즌 강등권에서 싸우다가 가까스로 잔류하는 팀이지만, 끈끈한 경기력으로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스타일을 지녔다. 반면 제주는 인천처럼 싸우는 축구를 하지 않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다수 배치돼 '얌전한 축구'를 하는 팀이다.
아산에서 강팀으로 두 시즌 뛰면서 안현범은 내려선 팀보다 오히려 끈끈하고 조직적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많이 뛰는 팀이 어려웠다는 경험을 인천에 비유했다.
"하나의 예로 아산에 있을 때 저랑 팀만 하면 상대가 내려섰어요. 수비적으로 하는 팀이 많았죠. 유독 광주FC나 대전 시티즌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이유가, 물면 안놓는다고 표현하는데, 맨투맨을 되게 열심히 해요. 그런 팀들이 까다롭고 많이 지기도 했죠. 그 이야기를 했어요. 개인 기술이나 그런 건 떠나서 부끄럽지만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이기기 위한 축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
"감독님이 미팅할 때도 선수 불러서 들고, (강)윤성이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1명 이상 몫을 해줬기 때문에. 열심히 뛰고 태클하고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이런 요소가 있어서 윤성이가 어리지만, 팀 내에서 가장 어린 편인데,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경기장에 들어간다'고 선수들에게 주입해 주셨어요."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