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범(왼쪽)과 윤일록이 후원사와 상생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 성적은 떨어졌지만, 다양하고 참신한 마케팅 덕에 제주의 2019시즌 평균 관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강등을 걱정하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2019시즌, 홈 관중은 오히려 늘었다. 지역 후원사와 적극적으로 상생을 모색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마케팅팀의 노력 덕분이다. 마케팅팀이 팬의 유입을 늘리고, 선수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 김동훈 PD] 매 시즌 반복되는 업무지만, 제주 유나이티드 마케팅팀은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한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빠른 피드백"이 제주 마케팅팀이 말하는 일 잘하는 비결이다. 

제주 마케팅팀은 2019 시즌 새롭고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 시즌 반복적으로 일하는 티켓 런칭이나, 선수 영입 오피셜 발표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변화를 줬다. 팬과 지역 후원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팬이 요구하는 아이디어를 흡수해 하나의 이벤트로 내놓기도 한다. 일례로 굉장한, 놀라운, 훌륭한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제주 방언 '제라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주를 사랑하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을, 팬이 직접 선정하고 구단이 기념하는 '제라진 프로젝트'가 있다. 

또한 입장 동선을 변경하거나, 팬들의 응원 문구를 선수단 몰래 라커룸 등에 배치해 '마케팅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성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 구단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마케팅팀의 노력으로 2019 시즌 제주 홈 평균 입장 관중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마케팅팀의 노력으로 늘어난 팬은 제주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마케팅으로 선수단을 응원하는 팬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구조가 이루어졌다. 

다음은 제주 유나이티드 마케팅팀과 일문일답 

- 이 업무의 '전문가'지만 팬의 의사를 전부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은 뭐든지 (팬이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는)한번씩은 언급한다. 전화든 메시지가 온 사안에 대해 언급한다. 물론 FC서울이나 전북현대, 수원삼성, 인천 유나이티드처럼 팬층이 두꺼운 팀들은 경기가 끝나면, 엄청 많은 민원과 의견을 받을 거로 생각한다.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니다. 직접적인 요청도 많지 않다. 그래서 한번씩 마케팅 회의할 때나 담당자한테 '이런 게 있는데 해결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게 불만 사항이면 보고하고 피드백하고 전달해주고. 이런 과정을 거친다. 마케팅팀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 마케팅팀의 직원 구조와 의사 처리를 하는 방식은. 

"권성진 팀장 밑에 정직원 3명, 인턴 1명 이렇게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원끼리는 따로 보고 체계는 없다. PM(프로젝트 매니저)제다. 그래서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진행하고 팀장→국장→대표이사 순으로 보고를 한다. 하지만 피드백이 정말 빠르다. 팀장은 소통하는 걸 중시한다.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계속 이야기를 한다. 보고를 문서화한다든지 그런 게 없다. 팀장 보고는 서로 이야기하고 정하고, 그게 곧 보고가 된다. 협업인 셈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것이 일의 진행이며 국장에게도 보고가 된다. 빠른 피드백이 장점이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게 제주 마케팅팀의 장점이다."  

▲ 제주 구단이 팬의 의견을 받아 홍보 소재로 활용한 제라진 프로젝트 ⓒ제주 유나이티드

▲ 제주는 오피셜 사진에도 지역 후원사와 직접적인 상생을 도모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 말로만 하는 지역 상생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 마케팅 시도가 돋보였다.

"후원사들이 정말 좋아했다. '이렇게도 할 수 있냐'고 즐거워 하신다. 현재 후원의 집이 아닌데도 연락이 와서 우리 가게도 '옷피셜'을 찍어주면 안 되느냐고 요청이 들어온다.

'후원의 집'이란 명칭으로 지역 상생을 하지만 후원은 없다. 업체는 제주의 홍보 포스터를  붙여주시거나, 우리가 원정 경기를 하면 티비로 틀어주신다. 제주 팬에게 할인도 해준다. 우린 유니폼도 드리고 연간 회원 할인도 해주고, 홍보도 해주면서 보답해 드린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최규백 선수가 '옷피셜'을 찍은 고깃집에서 선수단 회식을 시켜준 적은 있다. 오랜 제주 팬이어서 보답하고 싶다고 하더라(웃음)." 

- 유니폼 마케팅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에서 나오나.  

"이것도 빠른 피드백과 간편한 보고 체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후원의 집과 공생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아직 '후원의 집'이 정착이 안 됐다. '감귤이네'였다가 올해는 후원의 집으로 바뀌었다. 남들이 다하는 거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홍보 팀 내부에서 계속 이야기했다. 마침 여름 이적시장과 맞물렸다. 선수 오피셜 사진에 멋진 스팟이 없어서 고민하던 때였다. 그래서 후원의 집과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팀장과 이야기를 했고, 좋은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국장을 거쳐 실현이 가능했다. 후원의 집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사진작가도 섭외했다. '고급지게' 해보자고 했다. 후원의 집뿐만 아니라 제주도 풍경도 추가했다. 제주도도 홍보하고, 후원의 집도 홍보하는 일석이조가 아니었나 싶다." 

- 매 시즌 반복되는 업무,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건 '귀찮은' 일이기도 할 텐데. 

"'루틴한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저도 지루한 느낌이 있었다. 여기만 그렇겠냐는 생각, 다른 직업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케팅팀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주목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 그게 우리 마케팅팀의 일이다. 아직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것을 하면 샘이 난다. '왜 우리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승부욕도 생긴다. 보람을 느끼고 있다." 

- 제주 마케팅팀은 입장 동선 변경, 안현범 사례, SNS와 손편지, V 응원 등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이런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일까.

"대화를 하면서 얻는 것 같다. 국내 사례는 물론이고 해외 사례도 많이 참고한다. SNS 팔로우로 자연스럽게 사례를 본다. 보는 것보다는 마케팅팀 내에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다가 얻어걸린 것이다. 우리는 항상 대화한다."

▲ 선수들의 입장 동선을 변경한 참신한 시도는, 홍보가 선수단에게 힘을 줬던 제주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다. ⓒ제주 유나이티드
▲ 성공하진 못했지만, 루틴한 업무 '시즌 티켓'에 변화를 줬던 '빅3' 마케팅 ⓒ제주 유나이티드

 -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케팅팀의 시도가 있는지. 

"사실 잘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티켓이다. 연초 연간 회원, 중간 티켓북을 런칭하고 할인을 가끔 하는 루틴이다. 루틴한 업무여서 뭔가 색다르게 하면 어떨까 싶었다. 올해 새롭게 시도한 것은 제주도 내에서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3사인 신화월드-제주 유나이티드-아쿠아플라넷을 연계해 연간 회원권을 만들자고 했다. 일명 '빅3' 연간 회원권인데, 세 곳을 모두 프리패스하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가 그리 많이 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은 금액 때문인 것 같다(19만 원). 신화월드 테마파크 다 들어가고, 아쿠아플라넷 1년 내내 구경하고, 제주 홈 19경기 전부 다 볼 수 있다. 뭐가 잘못됐는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홈경기 외에도 행사를 많이 한다. 엄마와 딸 축구 캠프, 다문화 가정 축구 캠프, 유소년 1대1 챌린지 등. 그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사실을 팬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좋은 취지의 행사가 많아 서귀포시에서도 적극 지원해준다. 우리가 더 홍보를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 안현범 박진포 선수 모두 마케팅팀의 노력을 칭찬하던데, 오히려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미안하다고도 하더라. 

"팀 성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팀에서도 할 것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특히 SNS 콘텐츠를 뽑기가 어렵다. 지금도 업로드해야 하는데 밀린 콘텐츠가 3~4개는 되는 것 같다. 못 올리는 게 아니라 안 올리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기획한 건데 반려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 팀이 연패하는 도중 선수들이 했던 말들, 훈련 방식, 생활을 녹여서 찍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우리도 전체적인 상황이나 미팅 장면을 담으면서 선수단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원했다. 선수단이 반대하진 않는다. 마케팅팀 내부에서 자른다. 성적이 좋을 때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잘못된 시기에 올리면 '가서 훈련이나 해라'며 오히려 출연한 선수들이 욕을 먹는다."

- 좋은 성적과 참신한 마케팅이 함께하면 좋을 텐데. 

"맞다. 최고의 마케팅은 성적이다. 이것은 진리다. 우리 마케팅은 그거에 국한해서 일하지 않는다. 성적이 좋으면 마케팅 행사가 새로 생긴다. 성적이 좋으면 '제주 선수들의 원정 경기 동행기'를 꼭 해보고 싶다. 버스에서 출발해 비행기 타고 숙소에 내리고, 미팅하고 경기하고 다시 제주도로 이동하는 장면을 담고 싶다."

- 제주 마케팅팀은 '팀의 성적이 동반되지 않은 홍보는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역으로 마케팅으로 선수들을 응원해 성적이 좋게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성적이 좋아서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있는데 역으로 마케팅으로 성적을 좋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몰래 힘이 되는 팬들의 포스트잇 메시지나 입장 동선 변경 등은 선수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마케팅의 방법이다.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 제주 마케팅팀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관중'이다. 궁극적인 건 관중이다. 관중이 많이 오게 하는 거다. '왜 관중이 많이 와야 하는데' 하고 물으면 '프로구단이니까'라고 답변할 수 있다. 우리는 프로니까, 그들의 사랑과 관심을 얻으려고 한다. 제주가 한해 쓰는 돈에 비해 버는 돈은 10분의1 수준도 안된다. 재정적으로만 보면 축구단은 운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이다. 하지만 돈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프로니깐 돈이 아닌 팬의 관심과 사랑을 다른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기업 SK나 후원사들을 홍보하거나, 다른 요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이 모두 그렇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 김동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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