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겸 제주 감독이 팀 부진 원인 진단을 끝냈다. 강등 생각은 안하며 남은 기간 반전을 도모한다.

2부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회생 방안에 대해 선수단 구성원 각자의 표현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하나로 뭉쳐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자.' 위기를 맞은 제주 최윤겸 감독과 주장 박진포, 하반기 키플레이어 안현범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최윤겸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팀의 부진 원인에 대한 진단을 끝냈다. 이젠 남은 리그 10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득점을 기록하며 승점을 쌓는 것이 관건이다. 

제주는 리그 9라운드까지 무승(4무5패)에 빠지자 5월 3일 조성환 감독을 대신해 최윤겸 감독을 선임했다. 제주는 최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5월 4일 경남과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겨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팀도, 최 감독도 고무됐다.

하지만 이후 치른 18경기에서 제주는 2승만 더 올렸을 뿐이다. 연승은 없고,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제주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임상협, 오사구오나, 오승훈, 최규백, 남준재 등을 영입하며 최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반등은 없었다. 

리그 28라운드를 끝나고 9월 A매치로 2주 동안 팀을 정비할 기회가 생겼다. 제주엔 반등을 도모할 마지막 기회다. 최 감독은 그간 제주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했고, 강등 탈출을 위한 계획을 내놨다.

◆기대감이 컸던 제주 부임, 차가웠던 현실 

제주는 2016년 리그 3위, 2017년 리그 준우승을 한 팀이다. 스쿼드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어도 상위 스플릿엔 꾸준히 들어야 하는 전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2018시즌부터 급격히 부진에 빠진 제주는 막판 반등에 성공했지만, 2019시즌엔 더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결국 리그 10라운드를 앞두고 최 감독을 선임했다.  

"조성환 감독이 갑작스럽게 나갔고, (제주 부임) 제안을 받았다. '제주는 제 고향팀이었다'는  한가지만 생각했다. (인터뷰 장소인 제주 유나이티드 휴게실)뒤에 제 코치 시절 조윤환 선배와 찍은 사진도 붙어 있다. (제주에 대한) 애착도 많이 있었고. 언젠가 한번은 (제주를 맡을)기회가 오지 않을까 개인적인 욕심과 열망은 있었다. 지금까지 감독을 맡은 경험을 접목하고, 제 커리어상 가장 좋은 선수단과 함께하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지휘봉을 잡고 첫 승(경남 FC전 2-0 승)을 올렸다. 최 감독과 구단 역시 고무됐다. 하지만 반전을 하지 못했다. 연승은 없었고, 실점이 많았다. 조직력이 와해됐다. 특히 선수단 내부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오자마자 첫 승(개막 이후 9경기 무승 제주였지만, 최 감독 부임 첫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을 했고, 고무됐다. 기대도 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지진 못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을 바꾸고, 팀 내부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덜된 요소가 있었는데, '할 수 있다'는 제 생각만 한 것이 컸다."

"수준높은 선수들이 많았고, 선수도 기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인 부담이 (잘 풀리지 않은) 두번째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고 작은 문제가 선수 안에는 쌓여 있더라. 그런 걸 헤아릴 시간도 없이 바로바로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 결과마저 안 좋다 보니 저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최윤겸 감독이 진단한 제주의 근본 문제 

최 감독은 19경기를 이끌며 제주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파악했다. 제주 구단 안과 밖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선수단 역시 기술축구를 요하는 구성이었고, 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선수가 부족했다. 항상 '중박' 이었던 외국인 선수 영입 효과도 최근엔 주춤했다. 물론 자신의 역량 부족도 인정했다. 

"어느 정도 잡음이 있었던 상황들, 구단에 벌어진 일련의 일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겠다. 선수들은 감독이 갑자기 바뀌고, 선수가 트레이드되거나 갑자기 새 선수들이 수급되거나. 이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뤄지니 본인들도 즐거운 것보다 '나를 못 믿으니 다른 선수가 영입되나' 그런 부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구단의 성적이 안 좋을 정도로 제주가 투자를 안 하는 구단이 아니다. 선수층도 나쁘진 않다. 밖에서 '제주가 저런 성적을 낼 팀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는데 부딪혀 보니 이해되는 것도 있고, 고쳐야 하는 문제도 있더라. 다만 아직 해결을 못하고 있다. 제 역량이나 능력이 부족해 그러지 않나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제주는 외국인 선수가 항상 성공했던 팀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전부터 마그노를 제외하곤 이유야 어쨌든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가 떨어졌다. 아길라르에 대해선 선수단이 수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만이 있다. 대구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 세징야처럼 굉장히 수비를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해결을 하고 포인트를 올리면 국내 선수가 뭐라고 못한다. 수비를 안 하더라도 포인트를 올려야 하는 게 외국인 선수의 몫이다. 그래야 국내 선수들이 불만이 없다. 골을 넣는데 수비 못 하는 게 문제가 안 된다."

제주는 2019 시즌 최다 실점 팀이다. 반등을 할 듯 하면 실점하고 무너지는 경기가 반복되다 보니 연승은 불가능해졌다. 최 감독 역시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다가도 실점하고 팀이 무너지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상황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실점률에 대해서는 원인을 얘기하면 모든 선수에게 책임을 주게 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건 아니다. 실점이 많은 것에 대해 충분히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얘기하고 주변에서 염려했듯이 '선수들이 한 골 실점하면 쉽게 무너지고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안에서는 더 많은 걸 느끼고 있다. 선수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제 나름대로는 체력적, 전술적, 기술적으로 상대가 강한 압박을 했을 때 미흡했고, 수비 전환이 부족했고, 실점 이후 극복하는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했다.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 현재 정체돼 있는 분위기가 그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판단하기에 가장 좋았을 때가 두차례 있었다. 5월 18일 전북현대와 원정경기에서 (1-3으로 지기는 했지만)경기력이 좋았고, 5월 25일 강원 원정을 가서 1-0으로 이겼다. 하지만 강원전이 끝나고 이틀 휴식하고 3일째인 28일 인천과 홈 경기를 해 1-2로 졌다. 원정경기를 다니다가 제주로 내려온 지 얼마 안 됐던 때다. 굉장히 피곤한 일정이었다. 인천전에 '체력이 비축된 선수를 기용하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를 한다. 한 경기 잘 치렀다가 터무니없이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니 올라왔던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올리기는 어려운데 떨어질 때는 무섭다. 극복하는 노하우와 힘이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게 실수였다."

▲ 최윤겸 제주 감독은 고민이 깊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윤빛가람 전역, 강등 생각은 안 한다

제주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준급 선수를 여럿 보강했다. 지난 8월 안현범과 김지운이 아산 무궁화에서 전역해 합류했다. 윤빛가람과 백동규 역시 오는 17일 상주 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합류한다. 최 감독 역시 안현범, 윤빛가람의 합류가 팀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일단 윤빛가람이 오면 선수들의 플레이 자체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윤빛가람의 패스나 볼 소유가 강하니 상대가 위축될 수 있을까 싶다.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 패스나 킬 패스가 온다고 기대감을 가지면 선수들도 나와서 안 받고 침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최 감독은 선수단에게 투지있게 뛰는 강윤성의 플레이 비디오를 보여주며 인천 유나이티드나 대구 FC처럼 뛰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선수나 팀의 성격이나 습성이) 하루아침에 안 변한다. 강윤성이라는 선수는 항상 그런(싸우는) 기질의 소유자다. 기량이 좋든 안좋든, 승부 근성이 있다. 대구 선수들도 그런 성질이 있다. 정신적인 요소가 뛰어나다. 경기에 뛴다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불타오르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선수들은 개인 기량이 좋다."

"기후 조건이나 그런 것 때문에 패싱 플레이를 하려는 선수 구성이 됐다. 선수들이 모두 박스 밖에서만 패스를 받으려고 한다. 저는 적극적으로 크로스나 슈팅을 요구하지만, 볼이 다시 뒤로 돈다. 뛰는 것도 필요하고, 때려야 하고, 높이도 있어야 한다. 여러 요소가 섞여야 한다. 또 가서 붙어야 하는데 느슨해져 있으니. 우리만 항상 압박당하고, 상대 공격을 풀어주고.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다가 뒤로 돌려서 역습당해 실점하고 와르르 무너진다. 이런 걸 없애야 한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최 감독은 선수단에 적극적인 경기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고, 공격하고, 직선적인 축구로 후반기 많은 득점을 만들어내겠노라고 다짐했다. 강등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실점에 대한 부담은 크지만, 승점 확보를 하기 위해 조금 더 공격적인 축구를 요구할 것이다. 설령 지더라도 결국 순위는 다득점으로 정해진다. 떨어진다는 것보다는 최악의 상황에서 유리한 것을 진단하고 '0-1보다는 1-2로 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준비하려 한다. 조금 더 골을 생산하는, 오사구오나-이근호 투톱을 배치해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하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솔직히 (강등에 대한)생각 자체를 안하려고 한다. 지난해 부산과 서울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산이 이겼다면 서울은 무조건 떨어졌을 것이다. 당시 서울이 상황이 안 좋았다. 부산이 1차전에서 3실점해 서울에 여유가 생겼다. 승강 플레이오프 전 서울처럼 지금 우리는 쫓기는 신세가 됐다. 아직은 경기 수도 그렇고 최악의 순간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