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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경험이란 말은 이제 그만' 제자리 한국 농구, 농구협회가 바뀌어야 한다

맹봉주 기자 mbj@spotvnews.co.kr 2019년 09월 09일 월요일

▲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 ⓒ 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바뀐 건 없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그대로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 팀은 8일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열린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순위결정전 코트디부아르와 M조 최종전에서 80-71로 이겼다.

부상으로 12명의 선수 중 3명이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건아(26득점 16리바운드), 이승현(8득점 4리바운드) 등이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잔부상을 안고 뛴 선수들의 투지도 돋보였다.

한국은 이날 전까지 월드컵에서 25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1994년, 월드컵 전신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집트와 13위 결정전에 만나 89-81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였다. 비록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 전패하고 2020 도쿄올림픽 진출권이 멀어졌지만, 코트디부아르전 승리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승리보다 중요한 건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한국 농구의 바뀌지 않는 민낯이다. 국제대회를 치르고 나면 매번 똑같은 소리의 반복이다. "세계 농구와 한국 농구의 실력 차 확인", "부족했던 농구협회의 지원 및 준비", "선수들의 부상 투혼", "값진 경험" 등이 그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농구 강국들이 몰려있는 아메리카, 유럽 팀들과 한국의 격차는 시간이 가도 제자리다. 선수단 안팎에서 들려오는 협회의 열약한 지원도 그대로다. 나이대별 유소년 대표 팀과 상비군 시스템으로 무장한 농구 선진국들에 비해, 그때그때 국제대회가 임박할 때마다 준비하는 한국 농구의 시스템도 바뀐 게 없다.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되다보니 대표 팀에 뽑히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선수들이 매번 나타난다. 선수들은 아픈 걸 참으며 뛴다. 대회가 끝나면 '값진 경험'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 농구와 세계강국과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5년 전 월드컵과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 농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적어도 대한농구협회는 그대로다.

잠깐 눈을 옆 나라 중국으로 돌려보자. 중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대대적인 준비를 했다. 

공식 평가전만 20여 차례 가졌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선 어린선수들이 주축인 2군 멤버를 내보냈다. 개최국으로 출전권을 이미 획득한 중국은 선수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 승리보단 어린선수들에게 경험을 주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엔 NBA(미국프로농구) 서머리그에 참가하기도 했다.

투자에 비해 결과는 참담했다. 코트디부아르, 한국을 이겼지만 폴란드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와 확연한 실력 차이를 보이며 패했다. 월드컵 출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 한 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진출권도 이란에게 밀리며 놓쳤다.

중국 내 비난 여론이 일자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이 직접 나섰다. 야오밍 회장은 "중국 대표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은 내게 있다. 내가 팬들을 실망시켰다. 중국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큰 기대를 했을 것이다"라며 "월드컵은 우리가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과 세계 농구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게 확인됐다. 앞으로 유소년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나갈 생각이다"고 자책과 함께 중국농구의 변화를 예고했다.

▲ 중국은 많은 투자와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중국농구협회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다른 점이다.
한국의 2019 농구 월드컵은 끝났다. 하지만 대한농구협회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3년 전 국제대회 출전을 앞두고 당시 대표 팀 베테랑이었던 한 선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표 팀은 변한 게 없다. 이게 대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준비와 지원이 부족하다. 아주 기본적인 유니폼 문제부터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오롯이 농구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우리는 선수가 농구 외적으로 챙겨야할 게 많다"며 "지금 대표 팀 선수들은 사명감 하나만으로 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1년 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때 박찬희는 “중국과 일본은 상비군 제도를 운영한다. 비중 있는 대회엔 1군이 나가고 그렇지 않는 대회엔 1.5군이나 2군이 나간다. 1, 2군 선수들은 서로 오가며 교류한다”라며 “선수로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스태프의 숫자다. 트레이너, 매니저, 코치, 감독 등 거의 10명의 스태프들이 있다. 스태프가 워낙 많다보니 몸 푸는 것부터 우리와 다르다. 중국과 일본은 포지션별 코치가 있어 가드, 포워드, 센터로 나눠가며 훈련한다. 체계적으로 잡혀있다. 하지만 우리는 옛날과 똑같다. 바뀐 게 없다. 어쩌면 더 퇴보했을 수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다른 나라는 발전해서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고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말했다.

지금도 그때와 바뀐 건 없다. 대한농구협회는 한국 농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농구계 안팎에서 문제점들이 제기됐지만 개선 의지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따른 반성과 책임도 없었다.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해도 책임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만 돌아갔다. 대한농구협회는 그대로였다.  

과거의 사람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국 농구는 발전을 멈췄다. 이대로라면 4년 후 농구 월드컵도 이번 대회의 재방송일 뿐이다. 대한농구협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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