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정우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기사 보고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우영(20·LG)은 계속 믿기지 않는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날 야구장에 나오기 전,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47) 감독이 자신을 두고 '제2의 임창용'으로 평가한 기사를 접한 뒤였다.

정우영이 신기해 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이 일본 대표팀 감독까지 언급할 정도로 존재감이 있는 선수인가 하는 부분, 또 하나는 자신을 두고 '제2의 임창용'이라고 평가한 부분이었다.

이나바 감독이 정우영의 투구를 직접 본 것은 지난 6일 잠실 롯데전이었다. 정우영은 이날 0.1이닝을 소화했다. 투구수 10개로 3타자를 상대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삼진 1개를 잡았지만 1안타 1볼넷 1폭투 1실점을 기록해 기록적으로나 투구내용이 썩 좋은 날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주머니 속의 송곳'은 한눈에 띄었다. 기록이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구수 10개만으로도 한국 대표팀에 뽑힐 만한 후보로서, 그 매력이 발산됐다는 방증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특히 8회초 2사 1·3루 위기에서 송은범을 구원등판해 상대 4번타자 전준우를 겁 없이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이나바 감독은 정우영에 대해 "오른손 타자의 허리에서 공이 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우타자들이 공략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유형의 사이드암 투수로, 프리미어 12에서 한국과 대결하면 경계를 해야할 만한 투수로 지목한 것이다.

정우영은 무엇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임창용과 연관된 부분을 신기해했다. 어릴 때부터 LG 팬으로 '엘린이(LG 어린이의 줄임말)' 출신이지만 투수로서 롤모델은 같은 사이드암인 임창용이었다. 그는 "항상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서 임창용 선배 투구 영상을 돌려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가면서 투구폼을 따라했다. 나하고 잘 맞는 것 같아서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임창용 선배 얘기가 나와서 더 신기했다"고 말했다.

▲ 임창용의 현역 시절 투구폼 ⓒ곽혜미 기자
실제 투구폼도 임창용과 흡사하다. 왼발을 크로스로 감아 돌린 뒤 유연하면서도 빠르게 중심이동을 하며 스트라이드하는 동작은 폭발적 구위가 생성되는 시발점이다. 힘찬 팔 스윙, 다이내믹한 피니시 동작 등도 거의 비슷하다. 임창용보다 10㎝ 이상 큰 키(193㎝)와 긴 팔을 활용한 익스텐션(투구 때 투구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는 타자들의 체감속도를 높이는 큰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임창용은 좌우로 꿈틀거리며 살아 들어오는 뱀직구가 전매특허였다면, 정우영은 뱀이 땅속으로 갑자기 파고드는 듯한 투심패스트볼이 매력적이다.

정우영은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49경기에 등판해 4승4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3.02의 호성적으로 가을잔치를 노리는 팀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가 되고 있다.

▲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
정우영은 "그날 일본 대표팀 감독이 본부석 쪽에 와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나를 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그 정도 선수인가? 신기했다. 제2의 임창용이라는 평가도 그렇고, 아무튼 신기했다"며 해맑게 웃었다.

정우영은 계속 "신기하다"고 되뇌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존재감은 쑥쑥 커지고 있다. 오히려 남들이 신기해할 만큼 특급 핵잠수함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 12' 대회부터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LG 류중일 감독의 말처럼 "야구에만 매진한다면" 조만간 국가대표 한 자리를 차지할 재목임에 틀림없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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