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 거닉 MLB.com 다저스 담당 기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박스 밖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포즈를 취했다. ⓒ양지웅 통신원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 관련 뉴스를 자주 보는 이들은 켄 거닉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거닉은 1982년부터 다저스를 취재했고 2001년부터는 MLB.com에서 다저스를 담당했다. 한국에 보도되는 수많은 다저스 기사에 거닉 기자가 보도한 것들이 많이 인용된다. 지금도 거닉의 트위터에는 다저스 공식 트위터보다 더 먼저 다저스 선발라인업이 공개된다. 다저스 취재 현장에서 가장 오랜 세월 다저스를 지켜본 다저스 전문 야구기자 켄 거닉에게 다저스와 류현진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다저스 팬에서 MLB 다저스 전문기자가 되기까지 

거닉 기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3년 다저스 스프링캠프가 떠오른다. 당시 달리기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고 금연을 권장(?)했던 인물이다. 거닉 기자는 "악의적인 보도가 아니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만을 기억한다"며 웃었다.

알고 보니 거닉 기자는 어려서부터 LA에서 성장한 다저스 팬이었다. 샌디 쿠팩스를 좋아했고 모리 윌스를 닮고 싶어했다. 윌스는 다저스 1번 유격수로 작은 체격이지만 도루에 능한 스위치히터였다. 1962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다저스 역사상 개인통산 최다 도루 기록(490도루)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거닉은 "메이저리그는 더 이상 '스몰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60년대 다저스를 기억하는 거닉의 나이는 벌써 60대 중반이었다. 워낙 작은 체격에 평소 모자를 자주 쓰고 다녀 나이를 정확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거닉은 학교신문 기자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다저스를 취재하는 야구기자로 전환했다. 5년 동안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한 '외도(?)'를 제외하고 야구기자로 다저스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다 보면 선수와 같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64세의 거닉도 다저스의 모든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50%를 현장에서 취재한다. 거닉은 현지시간 오후 7시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5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경기장에 나와 있다. 거닉은 "메이저리그 야구기자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정경기 취재를 위해 비행기와 호텔 예약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사 직원 같은 일을 수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우버 등으로 편해진 것도 있는 반면, 미국 항공사들의 노선 문제 및 각 공항의 안전검색 강화 등으로 인해 원정경기 취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다저스 2년 연속 WS 실패 "로버츠 감독 탓만 할 순 없다"

아직도 다저스(10일 현재 93승52패)는 내셔널리그 최고 성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 10경기에서 5승5패로 주춤하면서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 등 선발 투수들이 최근 등판한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팬들의 포스트시즌 걱정은 더욱 커졌다.

거닉은 다저스의 지난 2시즌을 비교하면서 "포스트시즌은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닉은 "2017년 다저스는 압도적인 정규시즌을 보냈다. 시즌 종반은 그렇지 못했지만 그래도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갔다. 2018년은 힘든 정규시즌을 거친 후 겨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월드시리즈에 나갔다. 워낙 보스턴이 작년에는 강한 팀이었기에 우승을 놓친 것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지난 2시즌은 완전 다른 시나리오 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2017시즌은 한두 경기가 아닌 몇몇 플레이가 시리즈 흐름을 바꿨고 7차전까지 가서 졌기에 다저스에게는 더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였다. 그러나 휴스턴도 우승을 하기에 충분한 강팀이어서 다저스가 우승을 못한 것이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월드시리즈 흐름을 바꾼 몇몇 플레이에 대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책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거닉은 이에 대해 "나는 로버츠 감독을 탓하지 않는다. 야구는 팀 경기다. 선수와 감독 모두의 책임이지 감독만 탓할 수 없다"면서 "선수들이 승패를 좌우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할 뿐이다. 그리고 경기운영에 대한 큰 결정들은 사전에 감독을 포함해 프런트 오피스와 모든 관련 스태프들이 같이 한 것을 따르기 때문에 로버츠 감독만 탓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개인 견해를 전했다.

18경기가 남아 있는 정규시즌에 대한 거닉의 생각을 물었다. 거닉은 "큰 의미는 없다. 다저스는 남은 경기를 포스트시즌 준비에 집중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실전에 투입해 더 지켜봐야 하는 선수도 있고,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거닉은 류현진을 예를 들며 "다저스는 남은 경기에서 류현진의 승패는 관심이 없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잘 던지기만을 바랄 것이다. 작년 다저스는 정규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던 반면 올해는 포스트시즌을 일찍 준비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팀들과는 우선 순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 "FA 류현진,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오퍼받을 것"

거닉과 인터뷰는 6일(현지시간) 오후 2시,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이 이번주 볼티모어 3연전 선발등판을 건너 뛸 것"이라고 발표하기 약 1시간 전에 진행됐다.

류현진의 최근 부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거닉은 이에 대해 "류현진 스스로 모를 수도 있고 이해를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 시즌을 계속 던지는 것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그리고 팔 수술을 받은 후 올 시즌처럼 많이 던진 적이 없었다"면서 "나는 다저스 구단이 휴식을 줄 것이라 본다. 무슨 문제를 숨기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면 피로밖에 없다. 여러가지 피로가 있는데 '피칭 피로'는 투수가 릴리스 포인트 또는 투구시 감을 최상의 투구를 할 때처럼 못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닉은 "아직도 많은 경기가 남아있고 내일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일 혹시 류현진이 수술을 하는 발표가 날 수도 있다. 섣부른 전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류현진이 올 시즌 후 FA 시장에서 더 좋은 오퍼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최고의 장기계약 몸값을 제시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저스 프런트 오피스는 선수 영입을 위해 다른 팀과 경쟁하며 최고의 오퍼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닉은 "류현진이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을 하는 것보다 좀 더 적은 돈을 받더라도 다저스에 남고 싶어할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 WS 우승 도전 다저스, "가장 큰 문제는 클로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서는 잔여경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거닉은 "2년전 월드시리즈에서도 홈필드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큰 의미가 없다. 당연히 있으면 좋지만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 더 큰 것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팬들은 달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다저스 구단은 포스트시즌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거닉은 "다저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클로저"라면서 다저스 역시 현재로선 정답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거닉에게 다저스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더니 1988년 월드시리즈 커크 깁슨의 홈런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을 꼽았다.

거닉 기자는 2014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그렉 매덕스의 만장일치 헌액에 단 한 표의 기권표를 던진 사람으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약물의 시대에 '한마디'를 한 거닉의 기권표를 두고 당시 '관심병 환자'로 몰아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WBSC 프리미어 12' 같은 메이저리그가 주관하지 않는 국제대회 취재를 불허하는 MLB에 투덜거리는 그를 보면 나름대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 소탈한 60대 현역 야구기자인 거닉은 여전히 왕성하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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