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판곤 위원장 ⓒ곽혜미 기자
▲ 최인철 감독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박주성 기자] 축구 지도자들의 역량 하나만 보고 지휘봉을 맡기는 시대는 지났다.

최인철 감독은 지난달 29일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후 3일 축구회관에서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이루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며 본격적으로 대표팀 일정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여자축구 현대제철 감독 시절 선수 폭행, 폭언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9일 최인철 감독은 자진 사퇴했고, 10일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축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판곤 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들이 모인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 가장 먼저 그는 송구스러운 일로 뵙게 돼 죄송하다. 여자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결과로 축구팬과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을 안겨 위원장으로서 사과드린다. 전권을 부여받은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판곤 위원장은 약 15분 동안 이어진 긴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의 의혹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이 최 감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량이었다. 그는 우리 기준이 높아 그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가 몇 명 안됐다. 최 감독이 인터뷰에서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다. 영상으로 현재 대표팀을 평가했고 미래에 만들려는 목표 지점까지 잘 설정했다. 세계 축구 트렌드도 명확하게 잘 파악하고 있었다. 기술적인 역량 면에서는 월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감독의 역량은 도덕적 기준이 갖춰진 뒤에 봐야할 사항이 됐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이라도 선수를 향한 폭행이나 폭언이 있다면 요즘 시대에는 더이상 그 누구도 그 감독을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성적 우선 주먹구구식 지도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협회는 그 부분을 놓쳤다. 협회는 최 감독의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역량이라는 화려한 불빛을 쫓아가고 말았다.

위원회에서 강성 이미지가 약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주변 평판을 듣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어떤 감독은 최인철 감독을 추천한다고 했다. 다른 분은 강성 이미지 때문에 현대제철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는 것이 편안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감독 인터뷰를 할 때 그 부분을 가장 먼저 물어봤다.”

인터뷰 이전 현대제철 선수 4명과 이야기를 했다. 주로 월드컵, 대표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현대제철은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최인철 감독이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다. 비행기 옆에서도 현대제철 선수와 앉아 최인철 감독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그 선수는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한다고 했다. 피드백이 상당히 좋았다.”

그런 가운데 인터뷰를 해서 의심없이 믿었다. 감독이 예전에 어리고 미숙했다면서 그 사건을 먼저 이야기했다. 어떤 선수의 머리를 파일로 친 적이 있고, 너무 기분 나빠해 사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후 그 선수를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또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그런 계기를 통해 성장했고,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표팀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 안 된다고 리포트했다. 역량 면에서 다른 후보와 차이가 많이 나서 계약서 안에 폭언이나 폭력이 일어나면 해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어느 정도 위험 요소를 알고 있었지만 그 부분을 깊게 바라보지 못했다. 최 감독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인터뷰를 한 현대제철 선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김 위원장의 걱정거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피해 선수들을 직접 만나보지 않고, 선임을 결정한 건 성급한 일이었다. 결국 그 사소한 실수 하나가 최인철 감독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박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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