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평양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레바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김금철(흰색 유니폼, 10번)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북한의 '응답 없음'에 벤투호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러 2-0으로 이기며 첫 경기라는 부담을 덜었다. 

터키 이스탄불을 거친 장거리 원정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전을 해결하면서 이제 시선은 올해 치르는 일정으로 옮겨간다. 대표팀은 10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스리랑카와 2차전을 치른 뒤 15일 평양에서 북한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 11월에는 14일 레바논 원정을 간다. 총 12~13시간 정도 예상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환승이 유력하다. 거리상 가장 부담이 큰 레바논 원정을 치르고 나면 19일에는 평가전이 기다린다.

내년 3월 26일에는 홈에서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치른 뒤 같은 달 31일 직항으로 8시간 30분이 걸리는 스리랑카 콜롬보로 원정을 떠난다. 부담스러운 장거리 원정 75%를 올해 모두 소화해 2차 예선 힘 조절이 가능하다. 6월 4일 북한, 9일 레바논과 홈 2연전이라 일정이 좋은 편이다.

관건은 평양 원정이다. 북한은 지난 5일 레바논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정일관의 두 골로 2-0으로 이겼다. 10일 스리랑카 원정에서는 장국철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6점을 얻은 상태에서 '남북 겨루기'라는 특수성이 담긴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스리랑카를 이긴다고 가정하면 똑같이 승점 6점이라는 조건으로 만난다. 역대 전적에서는 7승8무1패로 한국이 압도하고 있다. 1패는 1990년 평양에서 열린 친선경기로 '야생마' 김주성이 한 골을 넣었지만, 1-2로 졌다.

무려 29년 만의 평양 경기라는 점에서 부담이 큰 편이다. 특히 최근 7경기는 2승 5무였는데 2승 모두 1-0 승리였다. 무승부도 0-0이 4경기, 1-1이 1경기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최종예선 4번 겨루기는 1승 3무(1-0 승, 0-0 무)로 끝났다. 23세 이하(U-23) 대표팀도 2승 1무 1패로 팽팽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연장 종료 직전 임창우(알와흐다)의 극적인 결승골로 1-0으로 겨우 이겨 금메달을 땄다.

북한은 지난달 2일 아시아 축구연맹(AFC)에 한국전을 10월 15일 오후 5시 30분에 김일성 경기장에서 치른다고 통보했다. 시차나 기후가 비슷해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전력 차이와는 별개로 서로 말이 통하는 경기를 하기 때문에 전술보다는 심리전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현 대표팀 전원은 평양에서 경기를 치른 경험이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발렌시아CF), 황의조(지롱랭 보르도) 등은 북한전을 뛴 경험도 없다. '국내파'이면서도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등을 나서지 않아 북한과 만난 경험이 없는 이용(전북 현대)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선수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평양에서 경기하면 인조 잔디에서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선수들도 이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며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손흥민-나상호-황의조(오른쪽부터) ⓒ연합뉴스

결국, 문제는 행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일찌감치 AFC를 통해 선수단 방북 경로를 협의하며 원정 준비에 나섰지만, 북한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11일 AFC를 통해 북한 축구협회에 질의했지만, 역시 응답은 없다.

통상 원정을 앞두게 되면 경기 한 달 전이나 늦어도 2주 전에는 축구협회 스태프가 현지답사를 떠나지만, 이번에는 워낙 특수(?)해 가기도 어렵다. 축구협회는 유관 기관인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와도 공조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예선이기 때문에 유관 기관 공조를 하더라도 축구협회가 북한 원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통일부도 "축구협회와 협의해 필요한 지원을 할 생각"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축구협회 복수 관계자는 정석대로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일단 대략적인 시나리오는  마련됐다. 1순위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입성하는 방법이다. 통상 방북길의 정석이다. 북한 비자를 받아야 하는 베이징에서 훈련하고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육로 이동이나 서해 직항로 이동 등 단번에 평양 이동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관계자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2017년 4월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대략 평양의 훈련 환경이나 숙소 등을 파악하고 왔지만, 현재 또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중국을 거치지 않는 이동이라면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 훈련을 최대한 하고 평양에서는 경기 전날 공식 훈련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구상과도 맞물린다. 대표팀은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전날 새벽(9일)에 이스탄불에서 아쉬가바트에 도착했다. 공식 훈련 한 번만 하고 다음 날 바로 경기에 나섰다. 벤투 감독은 "이동 계획이나 시간상 허용이 된다면 기본적인 계획은 늦게 들어가는 것이다. 평양 원정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떤 상대든 해당 국가에 늦게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기본은 항공 이동이다.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 대신 중국 국적기인 '중국 국제항공(에어 차이나)'를 탑승한다. 고려항공은 베이징, 선양(이상 중국),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에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다. 에어 차이나가 베이징-평양 구간 정기편이 있다.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고려항공을 탈 수 없고 탈 생각도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자 대표팀 평양 원정 당시 스태프들의 경험이라는 재산이 있다. 협회는 이들로부터 최대한 정보를 얻어 세부 계획을 정리하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4월 2일 베이징에 도착해 3일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중국 국제항공을 타고 평양에 도착했다. 저녁 도착이라 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4일 하루 훈련 후 5일부터 경기에 나섰다. 벤투호는 베이징 체류 일수가 이틀(12~13일) 정도로 늘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는 "이동 문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김일성 경기장 인조 잔디 상태 파악이 가장 중요한데 선발대를 받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경기 전까지 평양 체류 기간이 상당히 짧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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