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1)는 20살 때인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2시즌을 다저스에서만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3차례(2011, 2013, 2014년), MVP를 1차례(2014년) 수상했다. 특히 2014년에는 사이영상과 시즌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커쇼는 투수로 받을 수 있는 개인적 영예는 많이 차지했지만 팀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벌써 베테랑이 된 커쇼가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의 변화, 가족, 은퇴,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커쇼는 팀 동료 로스 스트리플링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더 빅 스윙(The Big Swing)'에 출연해 농담을 주고 받는 편한 분위기에서 질문에 대답했다. 평소에도 많은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지만 이번 팟캐스트에서는 이례적으로 40분 이상 다양한 주제를 논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커쇼의 인터뷰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 클레이튼 커쇼.
◆야구인생을 바꿔놓은 토리 감독과 면담

커쇼는 데뷔 첫 해인 2008년 5승5패 4.26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미래가 촉망되는 20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2009시즌이 시작된 후 첫 4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7.29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커쇼는 5월초 당시 다저스 감독 조 토리와 타격코치 돈 매팅리와 면담을 한 것이 자신의 커리어를 바꿔 놓은 순간으로 기억했다.

매팅리는 커쇼에게 차트를 보여주며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패스트볼 하나로만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토리 감독은 "다른 구질의 공을 습득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커쇼에게 '최후의 통첩'을 전했다.

커쇼는 무척 기분이 상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커쇼는 그날 당장 불펜에서 슬라이더를 연습했다. 슬라이더는 얼마 후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무언가를 깨달은 커쇼는 그날 이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피칭을 향상시켰고, 2009시즌을 8승8패에 평균자책점 2.79로 대폭 낮추면서 끝냈다. 

재밌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체인지업을 던지라는 많은 조언을 듣고 연습했지만 지금까지도 체인지업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 커쇼와 함께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오른 다저스.
◆커쇼가 본 다저스의 변화…세이버메트릭스 도입과 사라진 헤이징 문화

1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커쇼가 보고 겪은 변화는 다양하다. 그 중 다양한 통계자료를 사용하는 '세이버메트릭스' 도입과 루키들을 괴롭히는 '헤이징(Hazing)' 문화가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사라진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물론 메이저리그 모든 팀들이 다저스와 같은 것은 아니다. 다저스는 타 팀에 비해 최첨단 통계자료 활용을 아주 중시하는 팀이다. 커쇼는 "연구원처럼 보이는 50여 명의 다저스 구단 리서치팀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분석자료를 내놓는 시대"라며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커쇼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예로 들며 "그 팀은 포수 야디에로 몰리나의 리드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도 많은 팀들이 다저스처럼 세이버메트릭스 자료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클 와카(스트리플링과 같은 대학 야구팀 동료)는 같은 팟캐스트에 지난 4월에 출연해 "구단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는 무시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커쇼는 "통계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요즘은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투지, 승부욕, 동료와 관계 등은 잘 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오른쪽)가 팀 동료 로스 스트리플링(가운데)이 진행하는 팟 캐스트 '빅 스윙(Big Swing)'에 출연해 공동 진행자 쿠퍼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는 로스 스트리플링 인스타그램.
커쇼는 자신의 루키 시절을 회상하며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불문율'을 하나씩 알아가야 했다. 버스는 가장 일찍 타고 원정시 선배들이 호텔방에 먼저 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는 가장 늦게 타야 했다. 트레이닝룸도 베테랑이 없을 때만 사용해야 했다. 잘 모르는 이유로 베테랑의 미움을 받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같은 루키 시즌을 보낸 투수 제임스 맥도널드는 선배한테 찍혀서 어느날 소중하게 여기던 글러브가 불태워져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루키의 양복을 잘라버리는 일도 봤다"면서 "루키들도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내가 당했다고 루키들에게 불편한 것을 전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커쇼는 "내가 루키 시즌 부진했던 것이 꼭 클럽하우스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워커 뷸러 등이 루키 시즌에, 그리고 올 시즌 루키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 변화된 다저스 클럽하우스 문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쇼는 빅리그 10년차였던 2017시즌부터 자신도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벨린저가 오늘은 어떤 말을 할지, 뷸러는 또 어떤 행동을 할지 등 자신과 많이 다른 후배들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고 오히려 배울 점도 많다고 한다.

커쇼는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묻자 "뷸러와 반대로 행동하라(?)"고 먼저 농담을 던진 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세보다는 모르는 것을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커쇼는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된 더스틴 메이와 토니 곤솔린 등의 예를 들면서 "특히 토니(곤솔린)는 내가 뭘 하는지 몰래 훔쳐볼 때(?)가 있다. 그리고 항상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물어본다"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니 언제든지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뷸러는 지금은 워낙 친해졌고 평소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캐릭터여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 자신이 주최하는 탁구 대회에서 코디 벨린저(오른쪽)와 복식조를 이룬 커쇼.
커쇼는 등판하는 날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헐크' 같은 모습으로 돌변한다. 예전에는 경기 하루 전부터 등판에만 몰두하며 다른 사람들과 말도 잘 섞지 않았다고 한다. 스트리플링은 데뷔 초 눈치없이 등판을 준비하는 커쇼에게 덕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건네다가 머쓱해했던 적도 있었다.

커쇼는 등판하는 날, 항상 같은 시간에 몸을 풀기 시작하며 똑같은 시간에 정해진 루틴대로 행동한다. 그는 "최근에는 자녀들이 많이 성장하면서 10% 정도 부드러워졌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딸 캘리(4)와 아들 찰리(2)는 자신이 등판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대하기 때문에 경기장에 나오기 전에는 예전과 달리 많이 유연해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커쇼는 "요즘 찰리가 야구를 너무나 좋아한다. 찰리가 메이저리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까지 뛸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나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받기 힘들 정도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때를 기억한다. 찰리가 언제까지 야구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아들과 같은 경험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쇼가 그리는 은퇴 이후의 삶

커쇼는 "아직 은퇴를 하면 무엇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 및 팟캐스트 진행을 하며 다양한 야구 외 삶을 즐기는 스트리플링에게 은퇴 후 많은 조언을 얻어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주위에서 많이 권유하는 골프를 해봤지만 아직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골프로는 자신의 승부욕을 해소하기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다고 한다.

커쇼는 야구를 사랑하지만 은퇴 후 야구 관련 일을 하면서 원정경기나 잦은 출장을 가야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편한 시간에 야구장에 나와 파트타임으로 '컨설팅' 임무만 하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고 한다.

그는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투구을 할 때 꼭 필요한 하체 강화를 위한 다리 운동은 싫어한다"며 "은퇴를 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할 수 있는 다리 운동만 할 것"이라며 웃었다. 

커쇼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을 해봤다. 현재 나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뿐이며 우리 팀은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땀흘린 노력과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할 것이다. 팀 경기를 하는 우리에게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최종 목표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상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승을 하는 순간 덕아웃 한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쇼는 "다저스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은 야구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많은 팬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현실화되는 경험일 것이다. 12년 동안 LA 다저스에서 뛰면서 팬들의 간절함을 봤다. 그들을 위해서 꼭 우승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 클레이튼 커쇼.
커쇼에게는 야구 외에 중요한 삶이 있다. 바로 2011년부터 시작한 '커쇼의 도전(Kershaw Challenge)' 자선 사업이다. 지금까지 750만 달러 이상을 아프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커쇼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그리고 LA의 취약 계층들에게 제공했다.

커쇼는 "엘런(아내)이 아프리카 방문 도중 HIV에 감염된 고아 소녀 호프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엘런은 아프리카에서 곧바로 나에게 전화해서 뭔가를 해야한다고 설득했다. 호프는 원래 치료가 끝난 후 다시 길거리에 나서야 했지만 '라이즈 아프리카(Rise Africa)'라는 단체와 함께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그 지역에 학교와 숙소 등이 절실한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은 남녀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는 2개의 기숙사와 학교 등을 설립했다. 해마다 6~7명의 학생들을 선정해 스폰서 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자선사업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부인과 함께 야구라는 '플랫폼'을 통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한다.

커쇼는 어렸을 때는 앤디 페티트를 좋아했고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는 로이 할러데이를 존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탈삼진 경기 또는 3홈런을 치는 경기 중 양자택일 하라"고 하자  커쇼는"타석에 3번 나설 정도면 어느 정도 잘 던지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3홈런을 치는 경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만약 지금 타자로 전향을 하면 자신의 시즌 성적을 4홈런, 타율 0.177 정도로 예상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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