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투수 배영수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두산 배영수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허무하게 끝내기 보크를 범하고 말았다. 특히 사상 최초로 ‘무(無)투구 끝내기 보크'라는 진기록 써 주목됐다. 배영수가 보크를 범한 상황을 야구규칙을 통해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중심발 뒤로 빼지 않고 견제 시늉만 하면 보크

두산은 9회말 6-4 리드를 안고 들어갔지만 마무리투수 이형범이 동점을 허용한 뒤 1사에 주자 1·3루에 두는 위기에 몰렸다. 두산 벤치는 여기서 이형범을 내리고 베테랑 투수 배영수를 마운드에 투입했다.

타석에는 노수광. 배영수는 초구를 던지기 위해 글러브와 공을 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뒤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세트포지션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이때 배영수는 초구를 던지는 대신 몸을 재빨리 1루 방향으로 틀면서 견제 동작을 했다. 1루주자 정현은 황급히 귀루했다. 문제는 이때였다. 배영수는 공을 1루에 던지지 않았다. 그러자 4심 모두 "보크"를 선언했다. 안전진루권을 얻은 3루주자 김강민이 홈을 밟으면서 두산은 6-7로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 두산 배영수가 14일 인천 SK전에서 6-6 동점 9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해 허무하게 끝내기 보크를 범했다. 중심발(오른발)이 투수판에서 3루를 향해 빠진 채 1루 견제 시늉을 하면서 심판에게 보크를 지적당했다. ⓒSPOTV2 중계화면 캡처
배영수가 보크를 범한 것은 야구규칙 8.05(b)에 따른 것이었다.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1루 또는 3루에 송구하는 흉내만 내고 실제로 송구하지 않았을 경우' 보크가 선언된다.

물론 견제구를 던지지 않고 시늉만 해도 보크가 선언되지 않는 상황은 있다. [주]를 보면 '투수가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을 때 주자가 있는 2루에는 그 베이스 쪽으로 똑바로 발을 내디디면 던지는 시늉만 해도 괜찮으나 1루와 3루, 타자에게는 던지는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수가 중심발을 투수판 뒤쪽으로 빼면 주자가 있는 어느 베이스에도 발을 내딛지 않고 던지는 시늉만 해도 괜찮으나, 타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중심발은 우투수는 오른발, 좌투수는 왼발이다. 우완투수인 배영수는 보크 선언 이후 심판진에게 "오른발을 투수판에서 뒤로 뺐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보크는 4심 중 한 명이라도 선언하면 보크가 되며, 어필을 통해 정정할 수 없다). 그러면서 SK가 7-6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주심을 맡은 KBO 박종철 심판위원은 "세트포지션에서 오른발을 투수판 뒤(2루쪽)로 빼야 하는데 배영수는 오른발을 3루 쪽으로 뺀 뒤 몸을 돌려 1루에 던지는 시늉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루에 견제구 던졌더라도 보크, 왜?

그런데 이날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영수가 1루에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 1루에 공을 던졌더라도 보크가 선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당시 두산 내야수들은 모두 전진수비를 하면서 내야땅볼 때 3루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한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1루수 오재일도 1루를 비워둔 채 전진수비를 시도했다. 결국 배영수가 견제구를 던졌더라도 1루수 오재일이 공을 받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주자를 태그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경기 지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자가 없는 베이스에 견제구를 던져도 보크가 선언되듯,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진 야수에게 공을 던져도 보크가 된다.

▲ 두산 배영수가 1루로 견제구를 던지려는 순간, 두산 내야진들이 모두 전진수비를 하고 있다. 1루수 오재일도 베이스에서 옆으로 한참 떨어져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다. ⓒSPOTV2 중계화면 캡처
박종철 심판위원은 "투수가 견제를 하는 동작 중에 1루수가 베이스를 향해 견제구를 받으러 이동을 한다면 괜찮다. 그러나 이날은 배영수가 1루수 쪽으로 견제구를 던지려던 순간에는 전진수비를 한 오재일이 베이스를 향해 들어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배영수가 실제로 1루수 오재일에게 공을 던졌더라도 보크가 선언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투수가 견제를 하려면 주자가 있는 베이스에 던져야하고, 실제로 야수가 주자를 태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을 때에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1루주자를 베이스에 묶어두면 좋다. 한술 더 떠 견제구를 던져서 주자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날처럼 내야진이 모두 전진수비를 선택한 상황이라면 투수는 주자 견제 대신 타자 승부에만 주력해야한다. 만약 1루주자가 2루 도루를 시도하면 그대로 보내주고 타자와 승부하거나 만루 작전을 쓰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두산은 더블플레이를 노린 게 아니라 홈을 최우선 목적지로 선택하고 있었다.

◆역대 끝내기 보크와 사상 최초 '0구 끝내기 보크' 

이날 패전투수는 이형범이었지만, 끝내기 보크는 배영수의 묷이었다. 올 시즌 1호이자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6번째 끝내기 보크. 특히 '0구 끝내기 보크'는 사상 최초 진기록이다. 종전 5차례 사례는 투수가 이미 타자를 상대로 투구를 한 뒤 끝내기 보크를 기록한 것이었다.

<역대 끝내기 보크 일지>

1. 1986년 7월 26일 빙그레 장명부=잠실 MBC전 9회말(6-6 동점) 무사 만루 0B-0S

2. 1989년 9월 12일 해태 이강철=대전 빙그레전 11회말(6-6 동점) 2사 2·3루 0B-0S

3. 1993년 5월 23일 쌍방울 강길용=잠실 OB전 9회말(1-1 동점) 1사 2·3루 1B-0S

4. 1996년 9월 4일 현대 정명원=잠실 LG전 9회말(2-2 동점) 2사 3루 3B-2S

5. 2018년 7월 27일 KIA 문경찬=대구 삼성전 11회말(10-10 동점) 2사 만루 0B-0S

6. 2019년 9월 14일 두산 배영수=인천 SK전 9회말(6-6 동점) 1사 1·3루 0B-0S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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