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를 받은 직후 이강인
▲ 교체로 출전하는 이강인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바르셀로나(스페인), 유현태 기자] 이강인이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라리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인 25분을 뛰었다. 하지만 팀의 사령탑이 교체되며 상황은 복잡해졌다.

발렌시아는 15일 오전 4시(이하 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2019-20시즌 라리가 4라운드에서 FC바르셀로나에서 2-5로 졌다.

이른 실점이 치명적이었다. 전반 2분 만에 10대 공격수 안수 파티에게 실점했고, 불과 5분이 지난 전반 7분엔 프랭키 더 용에게 추가 실점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빼앗겼다. 경기 뒤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은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고 인정했다. 전반 27분 케빈 가메이로의 추격 골이 터졌지만, 후반 6분 야스퍼 실러센이 공을 흘리면서 제라르드 피케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골이나 더 얻어맞았고, 경기 종료 직전에야 막시 고메스의 득점으로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살렸다.

발렌시아로선 충격적일 경기였다. 발렌시아는 지난 11일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경질과 함께 셀라데스 감독을 선임을 알렸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 트로피를 따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피터 림 구단주와 마르셀리노 감독의 껄끄러운 관계가 문제로 꼽혔다.

새 감독 체제를 맞았지만 당장 1경기만 놓고 보자면 이강인에겐 기회가 됐다.  이강인은 후반 22분 교체 출전해 오른쪽 미드필더로 추가 시간 2분을 포함해 25분을 활약했다. 지금까지 라리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2018-19시즌 출전한 3경기 가운데 가장 길게 출전한 것은 32라운드 레반테전이다. 후반 33분 교체 출전했다. 이번 시즌 마요르카전에서도 후반 39분에야 출전했다.

셀라데스 감독은 4-4-2 포메이션에서 양쪽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곤살루 게드스와 페란 토레스를 빼면서 이강인과 데니스 체리셰프를 교체로 기용했다. 포메이션은 유지한 채 선수만 바꿨다. 1-4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직접 경기에 출전해 경기력을 점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강인의 경기력은 괜찮았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지만 중앙의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공을 돌렸고 92%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왼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도 좋았다. 슈팅도 2번이나 시도하면서 과감한 공격도 했다. 후반 말미 승리가 유력한 바르사가 공을 이리저리 돌리는 와중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덤벼든 것은 이강인이었다. 어린 선수다운 투지까지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 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셀라데스 감독(오른쪽) ⓒ유현태 기자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구단 내부의 복잡한 분위기는 경기 뒤에 읽혔다. 셀라데스 감독 부임 뒤 첫 경기를 대패했기 때문이다. 현지 기자 중 한 명은 경기를 마친 뒤 셀라데스를 직접 마르셀리노와 비교했다. '마르셀리노와 보낸 2시즌 동안 단 1번도 5실점을 한 적이 없는데, 같은 팀이 왜 5골을 허용했다고 생각하는가?'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셀라데스 감독은 "며칠간 일어난 일을 완전히 숨길 순 없다. 몇몇 선수들에겐 정신적 충격을 줬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하고 상황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경기가 있고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감독 교체와 관련된 위기도 인정했다.

선수들 인터뷰 역시 통제됐다. 발렌시아 언론 담당관인 알렉스 나바로는 "선수들이 믹스트존을 지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팀 사정과 관련해서 원래도 1,2명의 선수만 인터뷰에 응할 계획이었다. 선수단 분위기에 따라 인터뷰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믹스트존엔 발렌시아 선수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강인 역시 질문 내용과 관계 없이 인터뷰는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팀 내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강인은 셀라데스 감독 아래서 기회를 조금 더 잡을 것으로 보인다. 셀라데스 감독은 연령별 대표를 이끈 경험이 있는 인물로, 이강인이나 페란 토레스처럼 어린 선수들을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어린 선수를 길러내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황은 이강인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기 어렵다. 이강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전 시간 확보인데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시즌 개막 이후 부임한 셀라데스 감독이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이미 검증된 선수들을 중심으로만 팀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강인이 혼란 속에 팀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속단하기엔 어렵다. 

셀라데스 감독은 일단 포메이션 역시 4-4-2 포메이션을 고수한다. 이강인은 여전히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점진적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있으나 당장 변화는 쉽지 않다. 팀이 흔들리는 것이 마냥 좋을 리 없다.

스포티비뉴스=바르셀로나(스페인),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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