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이형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3년 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딱 한 경기 뛰고 2군 캠프 합류를 통보받았다. 그때 아픈 기억이 지금 나를 만들었다."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30)은 2016년 와일드카드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면서 그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정규 시즌 61경기에서 타율 0.282(124타수 35안타) 1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타격에 조금씩 눈을 뜰 때였다. 당시에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콘택트에만 집중하는 타격을 했다. 

LG는 KIA와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에서 2-4로 패한 뒤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형종은 2차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대타 이천웅과 교체됐다. 그게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을 야구였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이형종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이형종은 "와일드카드결정 2차전이 끝난 다음 날 아침에 바로 2군 캠프(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합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저녁에 경기가 끝났는데, 바로 짐을 싸서 다음 날 아침에 일본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며 3년 전 가을 아픈 기억을 되돌아봤다. 

이어 "2군 캠프를 이미 진행하고 있어서 나 혼자 일본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루라도 쉬고 갔으면 미야자키 직항을 탔을 텐데, 항공편이 없어서 후쿠오카를 거쳐서 기차를 타고 혼자 힘들게 갔던 기억이 난다. 통역도 없었다. 그때 마음이 독해졌던 것 같다. '진짜 열심히 해보자' '미친 듯이 쳐보자' 다짐했었다"고 털어놨다. 

LG의 가을 야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3위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업셋 시리즈를 챙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위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에서는 1승3패에 그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가진 못했다. 

그사이 이형종은 미야자키에서 변화를 준비했다. 장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미야자키에 가자마자 레그킥을 시작했다. 

이형종은 "2016년에 나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치는 타자였다. 시즌을 치르면서 9월 중순쯤부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와일드카드결정전 엔트리까지 갔다가 2군 캠프를 갔다. 그때 '내년에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내년에 나는 1군에 없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레그킥을 시도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를 악물고 노력한 끝에 1군에서 살아남았다. 지난해는 레그킥을 하지 않는 변화를 줬는데 118경기, 타율 0.316(437타수 138안타), 장타율 0.467, 13홈런, 42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6월 중순부터 레그킥을 다시 시작했다. 덕분인지 공인구 반발력을 낮춘 변화 속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장타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111경기에서 타율 0.294(388타수 114안타), 장타율 0.454,  13홈런, 6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형종은 "작년에 레그킥을 하지 않으면서 타격할 때 동작이 작아졌다. 잘 안 맞을 때 레그킥을 했더니 동작도 커지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여러 준비를 해보고 있다"며 "레그킥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타석에서 경험이 많이 쌓이고 노림수가 늘면서 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LG는 16일 현재 74승58패1무로 4위에 올라 있다. 5위 NC 다이노스에 5.5경기 앞서 있다. 3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거의 확정한 상태다.

3년 만에 가을을 준비하는 이형종은 "올해 이 정도면 감사한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가을에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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