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경기 연속 홈런 등 무시무시한 힘을 과시하고 있는 LG 카를로스 페게로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타구속도는 타자가 가진 능력을 총망라한 지표로 뽑힌다. 그리고 높은 타구속도는 궁극적으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카를로스 페게로(32·LG)가 기대를 모으는 것도 같은 원리다. 현재 성적과 별개로 방망이에 맞혔을 때의 타구속도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KBO리그에 데뷔했을 당시보다는 방망이에 맞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LG의 가을 히든카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샘솟는다.

페게로는 1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1-1로 맞선 5회 결승 투런을 터뜨렸다. 김민수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 끝까지 날아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자신의 시즌 7호 홈런이자 3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페게로의 한 방에 힘입은 LG는 kt를 4-2로 누르고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역시나 총알 같은 타구였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속도와 궤적이었다.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린 페게로는 이날 3안타를 기록하는 등 점차 살아나는 타격감을 선보였다. 2경기 연속 3안타, 3경기 연속 홈런, 최근 10경기 타율은 0.341로 오름세가 뚜렷하다.

페게로도 경기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페게로는 “홈런을 노리고 들어 갔다기보다는 콘택트에 신경을 쓰자는 마음이었다. 콘텍트가 잘되니 결과도 좋게 나왔다. 이전과 다르게 (홈런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콘택트에 신경 쓰고 있었다”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돼 기분 좋고, 기대가 된다. 좋은 타격감을 이어 가 앞으로도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가을을 앞두고 타격감이 오르고 있는 것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페게로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장점은 강력한 힘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 후 “그렇게 치라고 데려온 선수”라면서 “포스트시즌이 기대된다. 타구질이 좋다”고 했다. 맞으면 타구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실제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페게로는 홈런 타구속도가 180㎞를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MLB)와 비교해도 정상급 타구속도다. KBO리그에서는 단연 최고 수치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인플레이타구 속도 하나만 따지면 기존에 힘이 좋다던 제이미 로맥(SK)이나 제리 샌즈(키움)보다도 낫다. 홈런 타구 속도는 차이가 꽤 크다. 트랙맨 시스템이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역대급 타구 속도”라고 귀띔했다. 

단점도 있다. 확실히 코스별로 타율과 삼진 비율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바깥쪽 낮은 코스, 몸쪽 낮은 코스의 유인구에 약하다. 특히 좌완이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시기도 있었다. 스윙 궤적상 높은 코스도 공략하기 쉽지 않다. 누구도 페게로에게 한가운데 공을 주지 않는다. 페게로가 한동안 고전한 이유다.

그러나 타석에서 주는 위압감 탓인지 투수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칫 몰리면 장타다. 한편 김민수를 상대로 쳐 낸 홈런은 그간 페게로가 약했던 몸쪽 낮은 코스였다. 페게로가 점차 상대 투수의 계산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LG 타선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장타를 칠 선수가 많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좋은 투수들이 총동원되는 가을무대에서는 한 방의 가능성이 자연히 떨어지지만, 그만큼 나왔을 때는 경기나 시리즈를 좌우할 변수가 된다. LG가 가을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서는 승부처에서의 장타가 반드시 필요하다.

류 감독의 말대로 페게로는 그런 장타를 만들기 위해 데려온 선수다. 재계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페게로지만, 가을에도 무시무시한 인플레이타구 평균속도를 보여준다면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남은 시즌 좌완에 대한 약점 극복, 상대 투수의 견제를 역으로 이용하는 현명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어쨌든 한 차례 고비를 넘겼음은 분명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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