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와 손자가 펜웨이파크에 나란히 선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느 스포츠든 적지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선수나 누릴 수 있는 특혜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29)는 고작 자신의 메이저리그 97번째 경기에서 그 영광을 누렸다.

만 29세의 나이에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야스트렘스키는 18일(한국시간) 미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 선발 1번 좌익수로 출전했다. 이날 7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그중 1안타는 4회 터진 중월 홈런이었다.

그런데 펜웨이파크에 모인 보스턴 팬들은 홈런 이후 '적군'인 야스트렘스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것도 상당수가 일어서 홈런을 축하했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보스턴 팬들이 추억하는 전설적 선수인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칼은 보스턴 팬들의 마음에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이다. 1961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칼은 마지막 시즌이었던 1983년까지 오직 보스턴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1967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올스타전에만 18번 나간 그는 통산 3308경기에서 타율 0.285, 452홈런, 1844타점을 기록했다. 1989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보스턴 팬들은 손자 마이크를 마치 자신들의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했다. 그가 대기타석에 섰을 때, 타석에 섰을 때, 수비를 할 때, 홈런을 쳤을 때 모두 박수를 보냈다. 경기에서는 적이지만, 보스턴 팬들에게는 ‘우리 전설의 손자’가 우선이었다. 공교롭게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포지션은 모두 좌익수다. 할아버지가 오랜 기간 뛰었던 바로 그곳에 손자가 다시 선 셈이다. 벅찬 순간이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상대 선수임에도 펜웨이파크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마이크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할아버지도 못한 일을 해냈다”고 표현했다. 

경기 전 할아버지와 함께 펜웨이파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기도 한 마이크는 “친구와 가족 앞에서 그런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어 매우 특별했다”고 기뻐했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보스턴에서 그의 할아버지가 뛰었던 좌익수 포지션에 나서 첫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오늘 밤보다 더 나은 각본을 짜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마이크는 사실 할아버지가 이 도시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보스턴 근교 태생인 마이크는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보스턴 팬으로 컸고, 할아버지가 정말 위대한 선수라는 것은 조금 더 성장했을 때 알 수 있었다. 마이크는 “친구들, 가족들과 추억이 너무 많은 곳이다.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자체가 특별하다”고 활짝 웃었다. 할아버지도 그런 손자를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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