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하게 싸운 대전 코레일-상주 상무 ⓒ연합뉴스

▲ 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근원(왼쪽)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 14년 만의 '기적의 행진'에 코레일 임직원들도 총출동했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3부리그격) 소속의 대전 코레일은 전신인 2005년 인천 한국철도 시절 이후 14년 만에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상대팀이 K리그1 상주 상무였지만 윤빛가람(제주 유나이티드), 김민우(수원 삼성) 등이 전력해 충분히 도전 가능한 상대였다.

코레일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1943년 창단된 조선철도국이 코레일의 모체다. 국내 '최고(最古)' 축구단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었던 이을용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가 한국철도 출신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뛰는 이유다. 

1990년 한국철도에 입단해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오른 김승희 감독 입장에서도 감동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32강 K리그1 울산 현대, 16강 K리그2 서울 이랜드, 8강 K리그1 강원FC를 모두 2-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4강이 단판 승부가 아니라 1, 2차전으로 나눠 열린다. 하부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얼마든지 힘을 분배해 싸우기에 충분하다.
 
김 감독은 "4강까지 왔는데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 기본에 충실하고 들뜨지 않고 하면 되지 않을까"며 웃었다. 프로팀을 요리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직접 찾았다.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대전역 앞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본사가 있다. 손 사장 외에도 5백여 임직원 다수가 본부석 관중석을 메웠다.

김 감독은 "비서실에서 연락이 오기를 오늘 이기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 축구단은 홍보문화실의 문화홍보처 소속이다. 8강 진출 당시에서 KTX 기내 잡지인 'KTX 매거진'에 축하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4강에 오른 그 자체로도 코레일 축구단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지난 3월에는 대전 가양동에 클럽하우스도 마련했다. 지상 5층 규모로 22개의 합숙실과 물리치료실, 휴게실, 식당, 사무실 등을 갖췄다. 훈련장이 없어 사실상 숙소지만, 그래도 내셔널리그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코레일의 열세였다. 상주는 전역 선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교체 명단에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류승우, K리그1 팀에서 입대한 김건희. 이찬동이 있을 정도로 탄탄했다.
 
전반 내내 상주의 공세에 밀린 코레일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인 38분 김경연의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그래도 열과 성의를 다해 응원한 코레일 팬들이다. 상주 상무는 유스팀 선수들을 중심으로 1백여 명이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운이 없게도 후반 31분 류승우에게 실점하며 끌려 갔다. 하지만, 코레일 팬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연이어 외치며 격려했다. 10월 2일 2차전에서 뒤집기를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응원 열기에 코레일이 화답했다. 추가시간, 이근원이 머리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장을 환호에 빠트렸다. 기량 차이가 크지 않다는 코레일의 자신감이 터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극적으로 끝났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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