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전에 결승골을 넣은 문준호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아우, 깜짝이야. 부담스러운데."

수원 삼성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화성FC의 측면 공격수 문준호(26)는 18일 밤 2019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1차전을 마친 뒤 10여명의 취재진에 둘러싸여 경기 소감을 말했다. 그가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관심이다.

전반 24분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1-0 승리로 이어진 결승 골을 넣은 문준호는 "오늘 하루가 짜릿한 것 같다. 준비한만큼 결과도 내용도 나와서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문준호에게 수원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팀이다. 용인대에서 두각을 나타난 문준호는 2016년 신인 선수로 수원에 입단했으나 K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교체 출전 기회로 1군 기록을 남겼지만 리그 출전은 없었다.

문준호의 골 세리머니는 그래서 더 통쾌한 느낌이었다. 문준호는 수원과 4강 대진이 확정됐을 때 심정을 묻자 "개인적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를 갈고 있었다"고 했다. 

"만날 때 잘해서 보여줄 거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는 문준호는 당시 스리백 전술을 쓰던 수원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됐다.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었다. 오른발을 잘 쓰는 빠른 공격수 문준호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득점을 직접 노리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경남FC를 2-1로 꺾을 때도 문준호는 이러한 플레이로 득점을 올렸다.

▲ 친정팀 수원에 복수한 문준호 ⓒ연합뉴스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다. 그런 부분에서 안으로 접어 놓고 감아차는 걸 많이 훈련도 하고 나 스스로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수원에서 난 보여준 게 없다. 축구 인생에서 힘든 시기였다. 이렇게 수원을 만나서 경기로 내가 복수 아닌 복수를 한 것 같다. 오늘 하루 기분 되게 좋다."

수원을 떠나 2018 시즌 FC안양으로 임대되어 K리그2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문준호는 2019 시즌 K3리그 어드밴스 무대까지 내려왔다. 프로 경력의 내리막길인 줄 알았으나 수원을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문준호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경기에 임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다. 수원에서도 실수가 많이 나오고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자신감도 찾으니 괜찮았던 것 같다."

문준호는 경기 전 수원 선수들과 연락했다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준결승 2차전에 대한 기대감도 표했다.

"수원 형들에게 연락했는데 처음엔 까였다. 이렇게 연락하면 안된다고 장난 아닌 장난을 했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멋진 경기하자고 얘기했다. 빅버드에서 데뷔전만 치러보고 그 뒤엔 엔트리만 들어봤다. 수원에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2차전도 준비 잘 해서 멋진 골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

문준호는 K3리그도 만만치 않다며 다시 축구 경력의 불꽃을 피우고 싶다는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직접 부딪혀보면 준비를 안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욱 준비 많이 하고 있다. 난 그냥 열심히 하고, 그게 따라오면 좋은 것이다. 지금처럼, 프로 오면서 수원 안양에서 부담만 많이 됐다. 여기 와서는 감독님이나 형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해서 행복하다. 지금처럼 즐기면서 축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원과 화성의 FA컵 준결승 2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0월 2일 열린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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