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수는 K3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9년 전보다 발전했다.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010년 K리그에서 22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 유병수(31, 화성FC)의 별명은 '월미도 호날두'였다. 유병수는 18일 밤 그때의 찬란했던 시절을 떠올릴만한 경험을 했다. 수원 삼성과 2019 FA컵 준결승 1차전 승리를 이끈 뒤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30여 분 넘게 화성 시민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응했다. 유병수는 이날 공격 포인트를 올린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화성 시민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모은 '슈퍼스타'였다.

인천 시절 활약을 통해 태극 마크까지 달았던 유병수는 당시 득점 기술에 특화된 선수였다. 2009년 데뷔 첫 해 리그 27경기에서 12골을 넣은 유병수는 2010시즌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뒤 2011시즌을 치르다 사우디 아라비아 클럽 알 힐랄로 이적했다. 사우디에서도 두 시즌 동안 공식 경기 29골을 넣은 유병수는 2013-14시즌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로스토프로 이적했는데, 세 시즌 동안 리그 득점이 세 골에 불과했다. 이후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와 김포시민구단에서 뛰었고, 올해 화성FC에 입단해 K3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자신의 득점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뛸 줄 아는 유병수

화성의 FA컵 4강 돌풍의 중심에 유병수가 있다. 유병수가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경남FC와 8강전에 치명적 슈팅으로 넣은 선제 득점 덕분이다. 그런데 수원 삼성과 준결승 1차전에는 그가 4부리그 격 화성에서 뛰고 있으면서도 전술적으로 더 성숙한 선수가 됐다는 것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화성이 수원을 상대로 경기력 면에서 우세한 플레이를 했고, 그 중심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 전술적 역할에 집중한 유병수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학철 감독은 이날 5-4-1 포메이션을 내세웠는데, 스리백으로 수원 투톱을 묶고, 좌우 윙백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케 하면서 유병수의 양 옆을 보조하는 문준호와 전보훈을 통해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과거 유병수는 전방에서 많이 뛰지 않고 슈팅 기회만 노린다는 이미지가 있었으나 이날은 수원 골키퍼 노동건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물론,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수원 수비를 유도해 문준호의 공격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전방 꼭지점으로 공이 없을 때 위치 선정과 공격 전개 시 허슬 플레이도 노련했다.

▲ 유병수 ⓒ대한축구협회


물론, 최대 무기인 슈팅 능력도 발휘했다. 전반 16분 시도한 대포알 왼발 강슛은 수원 골키퍼 노동건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시원하게 골망을 가를 수 있었다. 팬들의 사진 요청을 모두 마친 뒤 인터뷰에 응한 유병수는 그 슈팅에 대해 묻자 "잘 맞기는 했는데 너무 가운데라 아쉬웠다"며 슈팅 방향이 완벽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슈팅에 대해서 유병수는 완벽주의자다. 그리고 이는 연구와 노력의 결과다. 유병수는 "수비수도 그렇고 상대 골키퍼도 많이 분석하고 나왔다"고 했다. 유병수는 자신이 득점하지 못했지만 아쉬운 기색이 크지는 않았다. 팀이 승리했고, 그 과정에 자신이 전술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골 찬스 만들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내가 선수들이 많이 나를 집중마크하면 항상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생긴다. 리그도 FA컵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준호도 골 넣고 다른 선수에게 찬스 생기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해주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결승 진출 보다 화성 선수들의 경험을 생각할 줄 아는 유병수

수원전은 8강에서 격침한 경남전보다 내용이 좋았다. 이 경기를 보고 오히려 화성이 수원보다 나은 팀으로 보였다는 외부 평가도 많았다. 더구나 수원은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으로 FA컵 우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FA컵에서 1부리그 팀이 하부리그 팀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은 로테이션을 가동하거나, 후보 선수, 어린 선수에 기회를 주는 과정에 발생한다. 수원은 이날 정예 선수를 모두 출전시켰음에도 화성에 패했다. 유병수는 "솔직히 경남때보다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성남이랑 할 때 수원이 베스트 전력을 다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 것 같았다"며 체력적 우위의 결과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 화성시 최고의 축구스타 유병수 ⓒ한준 기자


경기 흐름에서는 전반 24분에 문준호의 선제골이 나오면서 유리한 양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선취골 넣게 되면 기회가 더 많이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초반에 선취점하려고 밀어붙인게 잘 된 것 같다."

유병수는 화성의 승리와 자신의 활약 모두 포장할 생각이 없다. 다만, 자신이 공격수로서 더 성숙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했다. 욕심을 버리고 이타적 플레이에 집중하니 지금과 같은 결과가 온 것 같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예전 모습이랑 비교 많이 하시는 데, 그때는 솔직히 어릴 때 멋모를 때였다. 프로에서는 어쨌거나 골을 넣어야 부각이 되고 관심을 받으니까. 여기에서는 그런 것 보다, 하부리그에 있으니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 많은 시합에서 화성이 좋은 성적 나는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지난 시즌까지 FA컵 준결승은 단판 승부였다. 대회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면 화성은 이날 승리로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초연해진 유병수는 2차전을 원정 경기로 치러야 하는 올 시즌 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저 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한번 더 스포트라이트 받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받은 게 선수 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가서 수원과 경기를 또 해보겠나. 긍정적인 것 같다."

◆ 화성시 축구 열기를 살리고, 자신의 축구 경력도 살린 유병수

유병수와 화성의 돌풍은, 프로 구단이 없는 화성 시민들의 축구 열정을 일깨웠다. 유병수도 이날 시민들이 보인 열기에 놀란 모습이었다. 유병수는 경기를 마친 뒤 사우나로 향하던 길에 30분 넘게 시민들의 성원에 답했다. 귀찮은 기색은 없었다. 승리의 원동력이 시민들의 성원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평일에 이렇게 많이 오기 어려운데 정말 많이 와주셔서 놀랐다. 뛰면서 수원 원정 팬들이 엄청 많이 올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 팬들이 많았다. 그런 열기나 소리 들리는 힘들이 우리에게 보탬이 된 것 같다."

유병수는 1차전 승리가 결승 티켓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화성 시민들은 이미 유병수를 사랑한다. 화성을 FA컵 챔피언으로 만들어달라는 외침과 더불어 "프로로 가라"는 당부와 응원도 이어졌다. 유병수는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하면 자연히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2차전을 질 수도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게 이제 가능성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프로에 가는 것 보다, FA컵 1차전을 이겼으나 2차전까지 잘해서 꼭 결승 올라갈 수 있도록, 더 가서 우승할 수 있도록 여기서 다 쏟아붓겠다. 그 이후에는 기다리도록 하겠다."

유병수는 플레이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져 있었다. 유병수와 화성의 돌풍이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까? 결승 진출팀이 가려질 수원과 화성의 FA컵 준결승 2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0월 2일 열린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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