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양의지(왼쪽)와 정영일은 여전한 친분을 이어 가고 있다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NC의 경기를 앞두고 한 SK 선수가 NC 더그아웃을 찾았다. 정영일(31·SK)이 주인공이었다. 그가 애타게 찾고 있는 선수는 양의지(32·NC)였다.

정영일은 언론 인터뷰를 진행 중인 양의지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인터뷰가 끝나자 정영일은 허리를 굽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한 살 차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깍듯함이었다. 정영일을 반갑게 맞이하며 둘만의 시간을 가진 양의지는 “영일이는 여전히 선배들한테 참 잘한다”고 흐뭇하게 웃엇다.

두 선수는 광주진흥고 1년 선·후배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양의지는 “사실 당시 우리 학교의 전력이 좋지 않았다. 내 고교 3년 동안 전국대회는 황금사자기 딱 한 번이었다. 거의 지방대회만 나갔다”면서 “영일이가 2학년 때는 물론 1학년 때도 거의 모든 경기에 나가 던졌다. 항상 삼진을 10개 이상 잡았는데, 우리가 0-1로 진 경기가 굉장히 많았다”고 옛 추억에 빠졌다. 양의지의 어투에는 여전히 미안함이 있었다.

양의지가 예상보다 늦은 순번(전체 59순위)에서 지명을 받은 것도 이런 사정이 있었다는 게 정영일의 설명이다. 정영일은 “의지형은 당시에도 야구를 참 잘했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조용히 잘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국대회에 나가지 못하다보니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1년 선배들(06학번) 중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았다. 광주만 해도 특급 선수들이 많지 않았나”고 떠올렸다.

꼭 배터리, 선·후배가 아니라 동문이 되기 전부터 친했다. 양의지는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20년이 넘은 인연인 셈이다. 그래서 양의지는 정영일이 많은 길을 돌아온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양의지는 “지금도 좋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난 여전히 당시 정영일의 공이 지금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정영일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마추어를 평정하고 미국에 갔다. 수술 등 방황의 시간도 있었지만 KBO리그에 복귀한 뒤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불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양의지는 각고의 노력을 거쳐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포수가 됐다. 이처럼 길은 서로 달랐지만, 한 무대에서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반갑기만 하다. 정영일이 자랑스러워 할만한 ‘형’이 된 양의지는 “우리 또래가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니겠나”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지 14년이 지났다. 하지만 변치 않는 인연처럼 두 선수도 변한 게 없다. 타석에서 정영일을 상대하는 양의지는 “영일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똑같다. 자존심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품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영일은 “의지형 타격폼은 고등학교 때도 이랬다. 지금도 똑같다”고 크게 웃었다. 두 선수는 인연 또한 변치 않고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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