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즈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앙투안 그리즈만도 시즌 초반 FC바르셀로나에서 적응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즈만은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치며 라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아틀레티코에선 유로파리그 우승 정도가 자랑할 만한 성과지만, 프랑스 대표팀과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정상에 서면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우뚝 섰다. 2019-20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챔피언'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 활약 정도는 특별하지 않다.

팀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가운데 초반 5경기에서 2승 2무 1패를 거뒀다. 바르사 치곤 좋지 않은 결과였고 내용에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가장 큰 장점인 공격력이 충분히 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아직 겉도는 그리즈만

"팀에 합류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수아레스, 메시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더 많이 뛰어봐야 한다." - 그리즈만(18일 도르트문트전 직후)

그리즈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즈만은 초반 5경기에 모두 풀타임 활약했지만 2골 2도움을 올렸다. 수아레스가 부재한 동안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다. 레알 베티스전에서 2골 1도움을 몰아쳤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선 도움 1개 뿐이다. 도르트문트전에선 측면 공격수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경기 내용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 중반 메시-수아레스-그리즈만 스리톱이 가동됐지만 득점은 없었다.

5-2로 크게 이겼던 4라운드 발렌시아전에서도 그리즈만의 문제는 확인됐다. 그리즈만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움직이는 대신 지속적으로 후방으로 내려왔다. 골대 앞으로 움직이며 득점을 노리는 전형적인 공격수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장면은 전반 7분 터진 프렝키 더 용의 득점 때다. 안수 파티가 왼쪽 측면에서 저돌적인 돌파를 성공할 때 그리즈만은 컷백 패스를 요구하면서 페널티박스 앞에 멈춰섰다. 더 용과 동선이 겹쳤다. 파티가 크로스 타이밍을 늦춘 동안 더 용이 다시 쇄도하면서 골을 기록했다. 아직 명확하게 동선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그리즈만도 아틀레티코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할 순 없다.

◆ 중심이 아닌 그리즈만

일단 기록적인 측면에서 그리즈만은 큰 문제가 없다. 라리가를 기준으로 2019-20시즌 4경기에서 경기당 슛은 3.3개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의 3.1개에 비해서 높은 수치다. 경기당 패스 개수도 39.3개로 지난해 37.5개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체 패스 성공률도 83.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르사와 아틀레티코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바르사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하는 팀이다. 패스 숫자와 슈팅 기회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통계가 아닌 경기 내용적 측면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공격의 중심이었다. 아틀레티코는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단단한 경기 운영을 했다. 그리즈만이 아틀레티코의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리즈만은 2018-19시즌 라리가에서 15골을 넣은 아틀레티코의 최다 득점자였고, 동시에 9도움을 올린 최고의 도우미였다. 평균 키패스 숫자도 코케와 함께 2개씩 기록하면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공격 전반에 관여하면서 패스를 연결하고 전방으로 공을 움직이는 일종의 '돌격대장'이었다. 동료를 활용해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것은 그리즈만의 '전매특허'였다.

반면 바르사에서 경기 운영은 다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한다. 공간을 찾기 더 어렵다. 중앙 공격수는 직접 잡아서 연결하는 능력은 기본이고, 수비 라인 뒤로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마무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전에 투톱 파트너를 두고 움직인 것과 분명한 차이다. 수비 라인을 깨는 움직임에 능한 수아레스나 저돌적인 드리블러인 파티 혹은 이전의 네이마르와 다른 방식으로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

지난 도르트문트전 전반 12분 수아레스에게 파티의 패스가 투입될 때 공간을 찾아움직이는 그리즈만의 움직임은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리즈만은 직접 공을 잡지 않더라도, 동료들을 활용하며 공간을 확보할 줄 알아야 한다.

▲ 더 용과 동선이 겹치는 '포워드' 그리즈만(빨간 원)

◆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 1억 2000만 유로의 선수

"바르사가 계약했던 그 선수의 면모가 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즈만은 차이를 만드는 선수로 영입됐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

그리즈만은 맹활약한 레알 베티스전 외엔 경기 내용에서 기대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리즈만의 말대로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가, 나름대로 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출신답게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다. 발렌시아전 전반 2분 안수 파티의 첫 골 당시 절묘하게 공을 흘리거나, 후반 37분 수아레스의 골 당시 이타적으로 패스를 내주면서 득점을 도왔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을 살리는 묘도 보여줬다.

스스로도 인정했듯 팀에서 어떤 임무를 해야 하는지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아틀레티코에선 공격의 중심이었던 그리즈만도, 이제 바르사에선 어느 정도 완성된 공격 전술에 녹아들여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떠난 필리피 쿠치뉴 역시 공격이 집중됐던 리버풀 시절과 달리 바르사의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수아레스와 메시가 모두 복귀했다. 그와 호흡을 맞춰줄 뛰어난 동료들이 돌아온 것. 이제 자신이 팀에 녹아들면서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선수인지를 입증해야 한다. 바르사는 그리즈만에게 1억 2000만 유로(약 1580억 원)이란 거액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