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애스트로스 투수 게릿 콜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완 정통파 투수 게릿 콜(29)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8이닝 6피안타10탈삼진 2실점하며 시즌 18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현재 콜은 18승5패(200.1이닝), 평균자책점 2.61, 탈삼진 302개를 기록하고 있으며 팀 동료 저스틴 벌랜더(283)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탈삼진 300개 이상 기록한 투수는 18명뿐이다. 현역 중에서는 맥스 슈어저(2018), 크리스 세일(2017), 클레이튼 커쇼(2015) 등 단 3명만이 300탈삼진을 기록했다.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콜이 이번 오프 시즌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최대어가 될 것은 확실하다. 팬들의 관심은 벌써 콜의 계약을 협상하게 될 '특급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어느 팀에게 얼마의 몸값을 받아낼지를 궁금해 한다.

◆뉴욕 양키스를 사랑했던 어린이, 2001년 WS 관전하며 꿈 키워

콜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뉴포트비치에서 태어나 인근의 오렌지시에 있는 사립고등학교 '오렌지 루터란 하이스쿨'을 졸업했다. 오렌지시는 LA 에인절스 스타디움에 있는 애너하임시 바로 옆 동네다.

그러나 콜은 뉴욕 지역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뉴욕 양키스 팬이었다. 2001년 11살이었던 콜은 뉴욕 양키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를 애리조나 홈구장에서 양키스 저지를 입고 아버지와 함께 관람했던 것을 기억한다. 가장 좋아하던 팀이 적지에서 월드시리즈를 놓치는 것을 직접 관전했던 어린아이는 야구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애리조나 마무리투수 김병현이 양키스에게 4차전과 5차전 연이어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주저앉았던 바로 그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애리조나가 우승했다.

원래 마른 체격이었던 콜은 사춘기 때부터 식욕이 왕성해지며 체격이 좋아졌다. 콜은 과거 10대 시절을 회상한 인터뷰에서 "야구에 대한 사랑이 커질 때 음식에 대한 사랑도 같이 커졌다. 야구 연습이 끝나고 집에 와서 냉장고를 통째로 먹었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현재 콜의 키와 몸무게는 193㎝, 102㎏이라고 소개된다. 콜은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왜소했으나 2학년 때부터는 부쩍 성장하며 시속 94마일(151㎞)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콜의 소문을 듣고 3학년 때 시즌 첫 경기에는 약 50여 명의 스카우트들이 몰려왔다. 콜은 그 경기에서 96마일(154㎞) 패스트볼을 선보이며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임을 확인시켜줬다.

◆ 뉴욕 양키스 1라운드 지명 거부하고 UCLA로 진학한 까닭

콜은 3학년 시즌에 8승2패, 평균자책점 0.47, 75이닝에서 121탈삼진을 기록했다.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될 것으로 전망됐다. 뉴포트비치에 거주하는 스캇 보라스와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는 실제로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던 뉴욕 양키스가 1라운드 전체 28순위로 지명했다. 콜보다 2순위 후(1라운드 전체 30순위)에 보스턴에 지명된 케이시 켈리(현 LG 트윈스)는 300만 달러의 사인보너스를 받았다. 양키스는 물론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콜은 미국대학리그(NCAA)가 명시한 아마추어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당시 보라스와 '무급 고문(unpaid advisor)' 관계를 맺고 있었다. 양키스는 18세 콜과 계약하기 위해 400만 달러 이상의 오퍼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콜은 양키스의 오퍼를 받지 않았다. 아예 액수를 제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콜은 집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서부 명문대학 UCLA 진학을 선택했다.

▲ 게릿 콜이 UCLA 대학 시절이던 지난 2010년 6월28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로젠블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대학야구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을 상대로 피칭을 하고 있다.

콜이 대학교 1학년 때 한 인터뷰를 보면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보다 학업을 선택했다'는 클리셰 같은 이유와는 차이가 있었다.

콜은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고민하던 것을 회상하며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아버지와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는 재정 도표까지 만들어 보여주며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에 지명된 후 곧바로 프로생활을 한 선수들과 대학을 졸업한 후 프로생활을 한 선수들의 은퇴 후 수입까지 비교해 설명해 주셨다"고 밝혔다.

콜은 아버지와 다양한 시나리오의 삶을 비교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꼼꼼하게 미래를 설계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하면서 신체보험까지 들고 난 후에 UCLA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곧바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것보다 대학에서 야구의 꿈을 이어가는 것이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콜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 400만 달러의 계약금을 포기한 것을 놀라워하는 동료들에게 나중에 더 많은 금액을 받고 프로에 진출할 것을 장담했다고 한다.

◆국가대표, 브랜든 크로퍼드 동생과 캠퍼스커플…그리고 트레버 바우어

UCLA에 입한한 뒤 첫해부터 콜은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9년 시즌엔 3.49의 평균자책점과 85이닝에서 104탈삼진을 기록하며 미국 야구 국가대표에 선정됐다. 2010년에는 11승4패 3.37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UCLA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51승17패)을 내는 데 일조했다. UCLA는 그해 미국 대학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 진출했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패하며 우승은 하지 못했다. 콜은 결승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11안타 6실점하며 대학 시절 최악의 피칭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콜은 대학교에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음하며 착실하게 메이저리그 입성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대학교에서 야구만 한 것은 아니었다. 콜은 같은 대학팀 선배였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격수인 브랜든 크로퍼드의 동생 에이미와 캠퍼스 커플이 된다. 에이미는 UCLA 소프트볼 선수였다. 대학 시절부터 사귀기 시작한 콜과 에이미는 2016년 뉴포트비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니까 콜과 브랜든 크로퍼드는 처남 매부 사이다.

콜의 UCLA 시절을 언급할 때 항상 같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올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된 투수 트레버 바우어다. 콜과 바우어는 UCLA 동료였으나 결코 친한 사이가 아니다. 아예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지금은 서로를 언급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바우어 역시 콜 못지 않은 실력으로 UCLA에 진학했다. 그러나 콜이 항상 1선발이었다. 질투와 시샘은 그 나이에 당연했을 것이다. 같은 팀에서 공존해야 했지만 '에이스' 자리를 놓고 어쩔 수 없이 항상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둘의 성격 차이였다. 당시 콜과 바우어와 같이 활동한 UCLA 야구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둘은 태생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상극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콜은 전통적인 방식의 훈련을 존중하고 휴식 시간에는 바닷가 또는 자연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편하게 즐기는 스타일이다. 반면 바우어는 세이버메트릭스 자료 분석을 중시하며 공의 회전율을 따져가며 훈련을 한다. 그리고 바우어는 남들과 어울리기보다 홀로 드론비행기 조정을 즐기며 SNS를 쉬지 않고 하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바우어는 신입생 시절 콜이 자신의 훈련 방식을 무시하고 모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우어는 현재로선 콜과 비교할 수준이 아닐지 몰라도 대학교 시절에는 그 누구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투수였다. 바우어는 2011년 대학교 3학년 때 16차례 선발등판에서 13승2패, 1.25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또한 9연속 완투승 및 탈삼진(206개) 부문 학교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바우어는 2011년 미국 대학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스파이크 어워드'를 수상했다.

▲ 게릿 콜과 부인 에이미가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팀 동료 저스틴 벌랜더와 부인 케이트 업튼의 자선행사에 참석하여 포즈를 취했다. 이 행사는 몸이 불편한 퇴역 군인들을 위한 안내견 입양에 필요한 모금 마련을 위해 열렸다.

◆압도적 ML 데뷔전…올 시즌 300K 돌파…보라스 사단 FA 최대어 

콜은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에게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바우어는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애리조나에 지명됐다. 콜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 공언했던 것처럼 18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게다가 보라스는 더이상 '무급 조언자'가 아니었다. 콜은 신인드래프트 역사상 루키에게 제시된 최대의 계약금 800만 달러를 받았다. 보라스는 협상을 질질 끌며 끝까지 버티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며 마감시간 15분을 남겨놓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콜은 2012년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뒤 2013년 시즌 중반인 6월 11일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한 빅리그 데뷔전에서 첫 타자를 공 3개로 삼진을 잡았다. 3번째 공은 시속 99마일(159㎞)을 찍었다. 콜은 이날 6.1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으며 2타점 안타도 기록했다. 1920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전에서 2타점을 올리며 승리투수가 된 선수는 4명밖에 없다. 아주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콜은 피츠버그 소속으로 2015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해 19승8패(208이닝), 2.60평균자책점, 202탈삼진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로 성장한 콜은 2018년 1월, 4명의 선수를 내준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콜은 휴스턴으로 이적한 후, 팀 동료 벌랜더와 댈러스 카이클에게 삼진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방법 등을 문의하며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다. 콜은 이들에게 세이버메트릭스 자료를 이해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제 콜은 브레이킹볼에 더 많은 회전을 구사하고 체인지업이나 싱커 사용을 줄이고 자신의 강점인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와 정면 승부한다. 콜은 300탈삼진(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상대로 기록) 고지를 넘긴 지난 19일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통해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콜은 올 시즌 휴스턴에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재 팀 동료 벌랜더와 같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에서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기여하게 된다면 야구 인생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보라스가 아주 큰 '대박'을 선사해줄 것이다. 보라스는 콜 외에 류현진(LA 다저스)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까지 고객으로 두고 있어 올 시즌 후 FA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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