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공이 느려도 성공하고 잘할 수 있다고 끝까지 보여 드리고 싶다."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3)이 7년 연속 10승 대기록을 쓴 뒤 울컥했다. 최고 구속 130km대 초반 직구로 유희관이 2013년부터 해마다 10승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할 때 누군가는 '느림의 미학'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그저 느린 공'이라고 했다. 

해석은 서로 다를지라도. 유희관은 묵묵히 두산 좌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유희관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8패)째를 챙겼다. 두산은 6-2로 이기며 3연승을 질주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최다 기록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해태에서 뛰던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정민철(빙그레·한화, 1992년~1999년)과 장원준(롯데·두산, 2008년~2011년, 2014년~2017년)이 8년 연속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유희관은 두산 역대 최다승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개인 통산 86승(51패)째를 챙겼다. 

다음은 유희관과 일문일답.

-7년 연속 10승 달성 소감은.

돌이켜보면 두산에 입단해서 정말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다. 좋은 감독님, 코치님, 야수들, 포수들을 만나 이런 기록을 세웠다. 기쁜 마음보다 고마운 분들이 생각나는 하루다. 

-KIA와 직전 경기에서 완투승(13일 9이닝 2실점)을 거두고 또 KIA를 잡았다. 

상대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 10승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던졌다. 오늘(20일) 선발투수라 일찍 퇴근하고 TV로 동료들이 SK와 더블헤더를 치르는 것을 봤다. 다들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오늘 더 힘내서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100구가 넘었는데 8회에 또 등판했다. 이닝 도중에 박수받으며 내려오는 장면을 생각했는지.

생각하진 않았다. 예전에는 박수받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런 계산을 하기도 했다(웃음). 8회까지 책임지려고 했는데, 코치님께서 2타자만 잡자고 하셨다. 다행히 2타자를 잘 잡았다. 

-기립 박수를 받았는데 기분은.

함성이 평소보다 더 컸다. 그래서 아드레날린이 더 솟구친 것 같다(웃음). 모자도 벗고 인사도 했다. 감사하다는 의미였다. 

-올해도 10승 공약을 고민해보겠다고 했었는데.

생각한 것은 없다. 내 기분은 좋지만 아직 팀이 잔여 경기가 있다.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고, 나도 다음 경기를 준비할 생각만 하고 있다. 미라클 두산이라고 하지 않나. 포기하지 않고 1위까지 도전하고 싶다. 

-선두 SK와 1.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끝날 때까지 모른다. 관중도 줄어들고 아쉬운 점이 많은 시즌이기도 했지만, 이런 순위 싸움이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키움이랑 SK 맞대결에서 중에 누가 이겨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우리가 잔여 경기에서 가능한 많은 승수를 채워 나가야 할 것 같다. 

-7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역대 4번째 기록이라고 들었다. 이런 기록을 내가 썼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을 못 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묵묵히 가면 마지막에는 인정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갑자기 울컥한다. 공이 느려도 성공하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끝까지 보여드리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