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경기 전 수원 삼성과 상주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30라운드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갓 전역한 김민우(29)에 쏠렸다. 김민우는 전반 37분 선제골을 넣으며 기대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승부를 완성한 주인공은 후반 7분 동점골로 경기를 1-1 무승부로 끝나게 한 공격수 김건희(24)였다.

김건희는 이날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전반전 도중에는 수원 선수의 핸드볼 파울이 지적되지 않자 심판에게 격하게 따졌다. 경기 내내 매 순간, 매 장면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기어코 동점골을 넣을 때는 침착한 퍼스트 터치에 이어 예리한 오른발 슈팅을 골문 구석에 찔러 넣으며 자신의 기술을 과시했다.

2018년 5월 수원을 떠나 상주 상무로 군 입대를 결정한 김건희는, 입대 직전에야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만개했다. 잠재력을 폭발시키려던 무렵 입대했고, 입대 직후 큰 부상을 당하며 장기간 재활에 매진해야 했던 김건희는 전역을 앞두고 찾아온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다. 

◆ 수원을 사랑하는 공격수 김건희, 수원에 비수를 꽂은 복잡한 마음

김건희는 부상 복귀 후 지난 9월 14일 전북 현대와 리그 경기에 득점한 것에 이어 수원전 득점으로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건희는 "일단 빅버드, 내 집 같은 곳에 와서 뛰는 데, 좀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는데, 일단은 우리 팀에 집중하고 내가 오래 쉬었기에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생각해서 우리 팀에 집중하려고 생각하니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담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게는 감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 빅버드에서는 세리머니하지 않은 김건희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유스 팀인 매탄고에서 성장해 수원에서 프로로 데뷔한 김건희는 수원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대형 공격수였다. 2016시즌 김건희는 리그 20경기를 뛰었지만 리그 득점이 한 골에 그쳤고, 2017시즌에는 부상으로 고생하며 리그 출전이 7경기에 불과했다. 

2018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3골을 넣으며 입단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입대한 김건희는 상주 입대 후 부상으로 인한 재활 기간 몸을 제대로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오래 쉬기도 했는데 재활한 기간이 많았다. 오랫동안 재활 많이 하고 체력 운동도 많이 해서 몇 달 전부터 몸 상태는 좋았는데 경기 감각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팀 전술에도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조금씩 더 끌어올려야 한다."

◆ 상주에서 더 잘해서, 더 성장해서 수원으로 돌아가겠다

김건희는 이날 득점 장면 외에도 연계 플레이, 전환 패스, 역전골로 이어질 수 있었던 돌파와 슈팅 등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득점 상황이 자신의 계획대로 됐다고 설명하면서는 밝은 모습을 보였다.

"치고 나서 상민이 형이 다리 뻗는 게 보여서 가랑이로 반대 꺾으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운이 좋게 된 거 같다."

김건희는 득점 후 어두운 표정으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수원에서 오기 전에도 울산과 아챔에서도 그쪽 골대로 넣었는데 기분이 그랬다. 기쁘다기 보다는 뭔가 좀 그랬다."

김건희의 이날 득점으로 수원은 꼭 필요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6위는 지켰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됐다. 그런 수원의 아픔은 김건희에게도 아픔이다.
 
"수원은 항상 그런 압박감과 부담감 있는 팀이다. 조금만 못해도 많이 욕 먹고, 반대로 좀 잘하면 바로 금방 분위기 탈 수 있는 팀이다. 항상 응원하고 있고 잘 됐으면 좋겠다."

▲ 수원 서포터즈에 인사한 김건희 ⓒ한준 기자


김건희는 그런 개인 감정과 관계 없이 프로 답게 상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그 점이 귀감이 됐다. 심판 판정에도 어느 때보다 격하게 항의했다. 김건희는 다시 수원과 경기하게 되더라도 전력을 쏟아 최고의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가 수원이지만 내 팀은 지금 상주고 우리 팀에 집중하고 여기서 더 잘하고 승리하고 쉽고 뒤고 싶어서 그런 장면이 나온 것 같다. 둘 다 잘해서 상위 스플릿가서 또 붙었으면 좋겠고 FA컵 결승에서 다시 붙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열심히 골을 넣기 위해 죽기살기로 하겠다."

경기가 끝난 뒤 김건희는 수원 서포터즈석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수원 팬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김건희는 2020년 1월 전역한다. 차기 시즌은 수원으로 돌아온다. 김건희는 그날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 모든 것을 쏟고 있다. 

"제가 입대를 결정했을 때는 리그 순위도 2위였고, AFC 챔피언스리그도 8강 올라가서 되게 분위기가 좋았다. 그 다음에 입대하고 TV로 항상 응원했는데, 안좋은 힘든 모습 볼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정말 선수들도 열심히 하겠지만 팬들이 겪는 아픔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더 성장하고 결과를 내서 수원 가서 정말 기훈이 형 처럼 팀을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김건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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