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발잡이 김민우는 2선에서 자유롭게 뛸 때 빛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박형진 선수가 체력 부담이 없었다면 계속 공격형 미드필더에 두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그쪽에서 김민우 선수가 공격에 활기를 넣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1일 상주 상무를 상대한 수원 삼성 복귀전에 김민우(29)가 선발 출전한 위치는 투톱 한의권과 타가트의 뒤를 지원하는 10번 플레이메이커였다. 홍철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면서 3-4-1-2 포메이션의 왼쪽 윙백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임생 감독은 박형진을 왼쪽 윙백으로 두고 김민우는 본래 계획대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뒀다.

김민우의 공격형 미드필더 활약은 탁월했다. 경기 초반에는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좋은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김종우와 최성근으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아 투톱을 향해 찔러주는 왼발 스루패스로 상주 상무 골문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18분 김종우의 전진 패스를 받아 타가트에게 보낸 스루패스는 타가트의 문전 진입 과정에 5백 수비를 펼친 상주에 커트당했다. 전반 23분에는 넘겨받은 공을 직접 돌파에 이은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전반 34분에는 최성근이 길게 넘겨준 패스를 받아 왼발로 문전 왼쪽으로 빠져든 한의권에게 패스했으나 문전으로 넘어온 한의권의 컷백이 상주 육탄 수비에 잘렸다.

이렇게 꾸준히 좋은 기회를 만들던 김민우는 전반 37분 양상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흔들린 상주 골문으로 직접 진입해 한의권의 슈팅이 빠진 것을 밀어 넣어 선제골을 넣었다. 투톱 뒤에서 키 패스와 슈팅을 뿌리며 직접 득점에 관여하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 수원-상주전 전반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 공격 지역에 있을 때 빛난다

김민우는 후반전에 왼쪽 윙백으로 이동했는데, 이임생 감독의 설명대로 박형진이 왼쪽 윙백 포지션에서 체력 부담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스리백 체제의 윙백은 공수 양면에 걸쳐 활동량이 많이 요구되고, 미드필더와 윙어 역할을 겸하면서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어야 하는 빈도도 높다. 김민우도 후반전 포지션 변경 이후 상주 선수들과 부딪혀 쓰러지는 장면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김민우가 왼발로 공급한 크로스와 침투 패스는 수원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 옵션이었다. 김민우의 왼발을 통한 공격은 향후 수원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김민우는 임대 전 수원에서 스리백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 왼쪽 윙백 역할을 맡았다. 홍철이 입대한 자리를 채웠다. 김민우는 "주어진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하지만, 김민우가 수원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을 때는 오른쪽 날개로 뛰었던 슈퍼매치다. 사간 도스에서도 2선 미드필더로 뛰면서 공격 창조성을 이끌 때 가장 빛났다.

기본적으로 가진 기량이 출중해 윙백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수원에서 활약을 통해 선발되어 참가한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김민우는 레프트백 자리에서 수비력이 떨어져 약점만 노출했다. 김민우는 열심히 뛰고 기술도 좋으며 왼발 킥이 날카로운데, 그의 장점은 상대 지역에서 전방 압박을 하면서 직접 골을 노릴 때 더 빛난다. 

▲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민우 ⓒ한준 기자

◆ 10번 역할 부여 받은 김민우, 오른쪽 가짜 윙어 역할이 최적

이임생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낙점했으나, 두 명의 미드필더가 기점 패스를 넘겨주지 못하거나, 투톱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김민우도 고립되거나, 좋은 패스를 해도 골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여전히 김민우가 가장 득점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는 왼발로 접고 들어올 수 있는 오른쪽 날개다.

홍철이 경고 누적에서 돌아오면 왼쪽 측면 공격과 중원 빌드업이 강화되고, 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김민우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홍철이 왼쪽 공격을 확실히 담당해주면 김민우는 투톱 뒤 10번 자리와 오른쪽 날개 자리를 오가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상주전 후반전에 왼쪽 윙백으로 이동한 김민우, 홍철이 복귀하면 오른쪽 측면 공격 내지 2선 공격을 맡아 좌우 균형을 만들 수 있다. ⓒ김종래 디자이너

◆ 타가트 부상 이탈 재앙, 김민우 합류가 희망의 불씨

수원이 잔여 정규 라운드에서 우려하는 것은 내전근 부상으로 현재 K리그 득점 선두인 타가트가 이탈한 것이다. 타가트 이탈은 투톱의 결정력과 파괴력 저하를 의미한다. 상주전 후반전에 타가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원은 염기훈과 한의권을 투톱으로 둬야 했다. 두 선수 모두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공격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았다.

김민우를 10번 혹은 오른쪽 가짜 윙어로 기용하면서 마지막 패스의 밀도를 높인다면 오현규, 유주안 등 어리지만 전문 스트라이커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활동량이 많은 김민우의 존재는 노장 데얀의 결정력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김민우를 공격 2선의 자유인으로 두겠다는 계획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김민우를 어떻게 도와주고, 김민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주변 선수들의 전술적 역할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타가트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수원은 김민우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위 스플릿 진입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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