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구의동, 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볼링이 왜 사람 미치게 하는 줄 알아? 이번엔 꼭 스트라이크 칠 거 같거든."

영화 <스플릿>에서 백 사장(권해효)이 던진 말이다. 담배 대신 입에 문 막대사탕을 우물우물 맛보며 볼링을 "사람 미치게 하는 마약"에 비유했다.

영화 볼 때만 해도 단지 '잘 빠진' 한 줄 대사인 줄만 알았다.

아니었다. 현역 볼러 입에서도 똑닮은 말이 나왔다. 놀랍도록 흡사했다.

지난 21일 서울 구의동 동서울그랜드볼링센터에서 열린 제39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단체대항 볼링대회. 27개 팀 171인에 이르는 볼러가 어프로치에 서 공을 굴렸다. 

23.42m에 이르는 레인에서 진땀나는 명승부를 펼쳤다.

여자 일반부 2인조전 우승을 거머쥔 엄예림(창원시청)에게 볼링 매력을 물었다. "스트라이크 칠 때 쾌감이죠." 부연하지 않았다. 답이 간결했다.

국가 대표 이연지(서울시설공단)는 "중독성이다. 볼링은 마약 같다. 쳐도 쳐도 질리지가 않는다. 배울 게 끊임없이 나온다"고 했다.

엄예림은 김혜원과 짝을 이뤄 2인조전 정상에 섰다. 4경기 합계 1924점을 얻었다(평균 240.5점). 날 선 손끝으로 우승 기쁨을 누렸다.

이영승 김현미(곡성군청) 조가 1871점으로 뒤를 이었다. 김유미 손연희가 손발을 맞춘 대전광역시청과 강수진 손혜린이 나선 평택시청이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다.

네 개 레인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린 여성 볼러 95인은 동서울그랜드볼링센터 오전을 환히 밝혔다.

◆ 본능 닮은 '텐핀 볼링'…천둥 소리 울렸던 남자부

표적(target)은 본능이다. 외면하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인간은 특정 대상을 타깃화하는 데 선수다. 그 타깃을 쏘거나 던지거나, 때리거나 굴려서 '맞추고' 싶어 한다. 일종의 정복감이다.

사냥이 그랬다. 백병전 공성전 심리전도 그렇다. 동네 꼬마 구슬치기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도 예외없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표적 설정→맞추기 원리를 뿌리로 둔다. 메커니즘 변용이다.

남자부는 힘이 넘쳤다. 사냥에 나선 포수 같았다. 볼과 핀 부딪힐 때 소리부터가 달랐다.

쾅쾅 천둥 치는 소리가 났다.

남자 일반부 2인조전 1경기에서만 퍼펙트 게임이 2번이나 나왔다. 광주체육회 서상천과 대구북구청 강영진이 나란히 300점을 기록해 동료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국가 대표 최복음과 가수형이 손을 맞춘 광양시청은 3경기에서 동반 퍼펙트를 노렸으나 각각 6프레임, 8프레임 연속 스트라이크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럼에도 둘은 537점을 합작해 종전 19위에서 공동 2위로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결국 기세를 몰아 스코어보드 최상단에 올랐다. 4경기에서 479점을 거뒀다. 합계 1888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투구법이 다양했다. 여자부와 견줘 이채로운 투구 동작이 눈길을 끌었다.

볼을 머리 위까지 힘껏 쳐들어 박력 있게 굴리는 선수가 많았다. 팔 높이에서 스윙을 멈추고 공을 놓는 클래식한 타법도 눈에 띄었다. 경북도청 신진원은 가슴 안짝에서 전갈을 연상시키는 투 핸드 투구로 관심을 모았다.

현역 최고 선수로 평가 받는 호주 양손 볼러 제이슨 벨몬트를 떠오르게 했다.

스플릿을 처리하는 테크닉도 돋보였다. 대구북구청 박정훈은 5-7-10 스플릿을 깔끔하게 처리해 박수를 받았다. 양쪽 끝 핀이 남은 까다로운 상황에서도 눈부신 볼 콘트롤을 보였다. 볼링의 보는 맛을 더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