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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생활 체육으로…A매치에", 알면서 방치됐던 女축구 발전 방안

네이버구독_201006 이성필 기자 elephant37@spotvnews.co.kr 2019년 09월 26일 목요일

▲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두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A매치를 확대해달라. 판을 깔아줘야 어린 선수들도 축구선수로서 꿈을 꿀 수 있다."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전가을(31, 화천 KSPO)의 발언에 참석자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제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25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홍명보 전무, 오규상 여자연맹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주제 발표와 토론을 위해 폴리 반크로프트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축구 정책담당자와 채재성 동국대 교수,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부 부장, 이미연 보은상무 감독, 이광선 설봉중 감독, 전가을 선수와 언론계에서 토론자로 나섰다.

UEFA 여자축구 정책 소개를 통해 여자 축구 발전 방안을 확인한 심포지엄은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갔다. 저변 확대를 통한 확대 발전,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경쟁을 통한 경기력 강화가 주제였다. 저변 확대와 거버넌스는 여자 축구 입문과 선수 육성이 중심이고 경기력 강화는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을 한 국가대표에 대한 논의였다.

가장 큰 관심은 향후 대표팀 전력 강화였다. 프랑스 월드컵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조소현(웨스트햄WFC) 등 중심 선수들이 나선 대회였다. 2023 월드컵에 뛴다는 보장이 없다. 이민아(고베 아이낙), 이금민(맨체스터 시티WFC) 등이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자원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이 계속 축구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골키퍼가 연쇄 부상을 당해 애를 먹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프랑스와 공식 개막전이라는, 무게감 있는 경기를 소화하기 버거웠다.  

전가을은 "A매치를 더 많이 열어달라. 4번을 해봤다. 판을 깔아줘야 어린 선수들도 축구 선수로서 꿈을 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 경기 노출이 많아야 입문하는 유소년 선수들이 여자 축구 선수로서 성장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미연 감독도 비슷했다. 그는 "A대표팀 23명 외에도 B대표팀도 활성화해야 한다. 합동 훈련을 하면 경쟁력 강화가 도움이 된다. 키프로스 대회나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국내, 해외 개최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며 원정 A매치 경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25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한축구협회
 


여자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도 쏟아졌다. 채재성 교수는 "유소년기의 (즐기는 스포츠) 선택은 본인보다 교사나 학부모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딸 가진 부모가 축구를 권하거나 교사가 축구를 우선해 가르치는 분위기,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전 제시도 핵심이었다. 채 교수는 "여자 축구가 산업, 직업적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축구를 선택하게 해야 하는데 (가치 실현이야말로) 이 문제의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은 "UEFA의 발표를 보니 4-7세, 학령기 이전이거나 저학년에 재미있게 가르치는데 우리도 4-6세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게 방향성 잡아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영, 유아 시절부터 축구공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게 해주며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부장은 축구협회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기를 바랐다. 체육회가 운영하는 주말체육학교 프로그램에 여학생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면 피구, 배드민턴 다음으로 축구가 생각보다 많다며 "판을 깔아달라"며 지도자 파견 등 협력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생활 체육으로 시작하는 여자 축구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심 부장은 "노르웨이, 독일 등은 기본 전제가 생활 축구다. 축구를 일상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수준이 생기고 경기력도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실제 정부에서 주도하는 공공 스포츠클럽에 여자 축구가 충분히 낄 자리가 있다. K리그 팀들이 여자 팀을 창단하는 것은 금전, 운영 등 제약 조건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선수가 육성되고 성인팀에 뛸 자원이 많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제는 이를 실행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리에 참석한 패널 다수는 축구협회가 한국여자축구연맹의 기능을 흡수하던가 엘리트 축구 선수 육성과 WK리그 운영의 분업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여자축구연맹 수뇌부들의 현상 유지 전략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런 방안은 과거 축구협회가 여자 축구 발전을 꾀하면서 들었던 제안들이다. 전담팀이 사라진 상황에서 다시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안, 방법론 누구나 모르지 않는 것들이었다. 10여년 전 활력 있게 움직였던 전 여자연맹 집행부는 다양한 정책 시도로 팬과 언론의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행사에 참석한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여자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보 수집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 여자 축구를 여전히 모르는 측면이 있다. 축구협회의 문제도 있지만, 여자 축구연맹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도 있어야 한다. 정말 선수 육성을 원하면 특단의 행동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외부 효과를 통한 여자 축구 발전 자원을 인위적으로라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성 위원은 "2002 한일월드컵 유치로 저변 확대가 이뤄졌고 경험도 쌓였다. 여자도 2023 월드컵 유치가 필요하다"며 발전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유치나 명확한 정책 수립을 하지 않으면 여자 축구 발전 동력을 얻을 힘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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