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순천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MVP를 수상한 고예림 ⓒ 현대건설 제공

[스포티비뉴스=순천, 조영준 기자] "에이, 전 그런 거 잘 몰라요" '배구 아이돌'로 불리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자 고예림(25, 현대건설)은 수줍게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렇게 불러주시는 점에 감사드린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뛰어난 스타성을 지닌 고예림은 코트에 서면 자연스레 관중들의 눈길을 끈다. 제법 많은 팬이 있지만 이에 비례하는 실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고예림은 배구를 시작한 뒤 초·중·고교 시절 MVP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강릉여고 출신인 그는 2013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신인 시절인 2013~2014 시즌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2017년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신흥 강호'인 IBK기업은행의 일원으로 활약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2018~2019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은 고예림은 현대건설로 둥지를 옮겼다.

고예림은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올해 컵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28일 열린 결승전에서는 팀 최다인 26점을 올렸다. 고예림은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 시절 공격보다 리시브와 수비에 치중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에서는 살림꾼은 물론 해결사 소임까지 해내며 한층 성장한 기량을 보여줬다.

▲ 고예림 ⓒ KOVO 제공

2019년 순천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결승전은 28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렸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준결승에서 흥국생명을 힘겹게 3-2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을 놓고 맞붙은 팀은 KGC인삼공사였다. 1, 2세트를 먼저 따낸 현대건설은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3, 4세트를 내줬고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이어졌다.

마지막 세트에서 고예림은 외국인 선수 마야 대신 해결사로 나섰다. 5세트에서 현대건설은 11-14로 뒤지며 위기에 몰렸다. 세트 막판 고예림은 천금 같은 서브 득점을 올렸다. 이후 현대건설은 뒷심 싸움에서 이기며 컵 대회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고예림은 "5세트에서는 많이 냉정해지려고 마인드 컨트롤했다"며 "4세트 중요할 때 연속 실책을 했지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마음을 먹고 경기에 임하니 잘 풀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로 이적한 뒤 그의 기량은 한층 발전했다. 고예림은 "(현대건설) 선수들이 저를 다른 팀 선수같이 대하지 않고 모두 도와줬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팀의 주장이자 살림꾼인 황민경(29, 현대건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고예림은 "지금은 황민경 언니가 있어서 서로 많이 의존하고 도와준다"며 "예전에는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했다. 그런데 지금은 받는 것은 물론 공격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언니가 도와준다"고 말했다.

고예림은 그동안 팀의 궂은일을 담당하고 공격수들을 도와주는 점에 치중했다. 그러나 황민경의 도움으로 공격 비중이 한층 커졌다. 고비처에서 그는 한층 과감한 스파이크를 하며 공격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 2019년 순천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선수들 ⓒ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은 남자부의 대한항공(정지석, 곽승석)처럼 공격과 수비 리시브가 가능한 두 명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라인을 갖췄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고예림은 팀에 빨리 적응했다. 수비와 공격도 뛰어나지만 블로킹 능력도 키(177cm)에 비해 좋다"며 칭찬했다. 이어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는 것도 마야보다 고예림에게 맡긴다. 모든 점에서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컵 대회에서 생애 처음 MVP를 수상한 고예림은 "다가오는 시즌에는 제 위치에서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순천,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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