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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바디' 안지혜의 꿈, 불안, 연기 그리고 액션[인터뷰S]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19년 09월 30일 월요일

▲ 영화 '아워 바디'의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는 달리면서 달라진 여자 자영(최희서)의 이야기다. 그녀는 '사람답게는 살자'는 남자 친구의 이별 선언을 곱씹으며 주저앉아 있던 8년차 고시생. 달리는 여자 현주에게 시선을 뺏긴 그녀가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하며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몸과 자세, 정돈된 호흡으로 밤길을 달리는 현주는 관객의 시선도 함께 붙든다. 배우 안지혜가 그 현주를 연기했다. 2013년 드라마 '맏이'로 데뷔, SBS '육룡이 나르샤'의 비월 역으로 강력한 액션을 선보였던 배우다. 준비된 액션여배우 안지혜는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캐릭터로 나타나 아름답고도 섬세한 몸짓으로 장기와 매력을 드러내보인다.

-한가람 감독이 마라톤 사진을 보고 수소문해 캐스팅이 됐다던데.

"촬영이 재작년 이맘때다. 소속사 없이 혼자 다닐 때인데 '아워 바디' 오디션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연출부의 연락이 왔다. 마침 '박열'을 보고 최희서 언니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 근황 검색을 해서 '아 '아워 바디'에 나오시는구나' 한 다음날 전화가 온 거다.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감독님이 처음 보고 바로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기분좋게 나왔던 기억이 난다."

-대사 없이 몸짓과 이미지, 눈빛으로 많은 것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현주가 달리는 모습이 상상이 됐다. 극중 자영이 현주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활력이 넘치고 달릴 때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래 운동한 만큼 저도 모르게 자연스레 나오는 에너지가 도움이 된 것 같다. 디테일하게는 폼을 신경썼다. 거울로 보며 확인하고, 자세도 잡아갔다. 코치 선생님에게 레슨도 받았는데, 뛰는 모습을 찍어서 확인하면서 자세를 코치해 주셨다."

"등 사진도 중요했다. 촬영 개시까지는 한 달, 등 사진을 찍을 때까지는 3주가 있었다. 최대한 식단을 조절하고 엄청나게 등 운동을 했다. 감독님이 부담은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캐릭터라 잔근육을 보이고 싶었고 인위적으로 손대는 대신 최대한 내 본모습으로 해내고 싶었다. 뒷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에 필요해서 했지만 자체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사진은 영화 끝나고 주셨다. 침대 바로 옆에 있어서 매일 보면서 깨어난다.(웃음)"

-어려서부터 기계체조를 했다고. 운동하길 잘 했구나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액션 연기를 준비하면서는 그 생각을 했다. '어려서 힘들게 운동했는데 이걸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기계체조 선수였다. 선수를 보면 너무 힘들다. '내가 저걸 했다고?' 할 정도다. 아직 실업팀에 있는 친구도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힘든 걸 견뎠는데 뭘 못할까 싶기도 하다. 이번에 10km 마라톤을 했는데 전날엔 몸이 너무 가벼워서 뭐든 다 할수 있을 것 같더라. 용기를 얻었고 하고 나면 성취감이 있다. 뭔가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또 하나의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 영화 '아워 바디'의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엔터테인먼트

초등학교부터 기계체조를 시작, 대학 1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한 안지혜는 어쩔 수 없는 끌림에 따라 연기를 시작했다. 낯선 영역에서의 새출발이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자유자재로 몸을 쓰고 그에 감정을 실어낼 수 있는 장기는 어쩌면 그녀만의 것. 운동을 통해 길러진 근성도 마찬가지다. 의도치 않게 긴 공백이 있었지만 "쉰 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매일 액션을 연습하고 춤을 추고 또 운동을 했다.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불안감을 달랬던 경험은 '아워 바디'에, 그가 연기한 현주에 그대로 녹아났다.

-현주는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녀 역시 운동에 집착하듯 매달려야 할 만큼 불안하다. 현주의 마음에도 깊이 공감했나.

"촬영 당시 제가 20대 후반이었다. 불안하고, 소속사도 없는데 어떻게 오디션을 볼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막막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워바디'를 딱 보면서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현주는 달리기가 취미지만 나중엔 집착에 가까워진다. 그런 현주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고, 누구보다 멋지게 자영 옆을 지날 수 있고, 그녀의 좌절이나 실패를 잘 그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하는 자체도 중요했지만 현주를 표현하고 싶었다."

-기계체조 선수 생활을 하다가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대학 1학년 때 교수님 추천으로 공연 오디션을 봤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에 캐스팅돼 1년간 공연을 했다. 무대에 서야 해서 발레며 비보이 특훈을 받았다. 이후 영화화 준비 과정에서 저도 오디션을 봐야 했는데 당시 감독님이 연기할 생각이 없냐고 하시는 거다. 생각이 없다고 했다. 1년여가 지나 졸업할때 쯤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때 생각이 났다.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가 '하고싶다'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텐데.

"맞다. 너무 다른 거다. 너무 낯설어서 적응을 못했다. 다른 세계로 넘어온 느낌이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힘들었다. 안 맞는 길인가보다 생각도 했다. 잠시 멈췄는데, 그래도 생각이 났다. 부모님은 한참 반대하셨다. 막내딸이 더 걱정되셨는지 무조건 반대셨다. 당시 새벽 5시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돈으로 연기학원을 다녔다. 돈이 부족하니까 집에서 한끼는 꼭 싸서 나갔다. 1년 가까이 그런 모습을 보신 부모님께 허락을 받았다. 소질이 있든 없든 해보자 했고, 프로필도 찍어 돌리고, 하나씩 지인들이 생기며 회사 미팅 기회도 생겼다. 그 즈음 광고며 '맏이', '육룡이 나르샤' 등을 찍었다."

▲ 영화 '아워 바디'의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엔터테인먼트
-연기의 길을 걷겠다는 확신이 언제 생겼나.

"매순간 힘들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순간 확고하게 마음을 정했던 것 같다. 미래는 어떻게 딜지 모르지만 10년을 버텨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무조건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하고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이것 역시 배우로서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 믿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맨땅에 헤딩' 같다. 아무 것도 없었다.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육룡이 나르샤'로 돋보였던 반면 이후 활동이 뜸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됐다. 회사도 없어졌고. 아무래도 오디션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쉰 적이 없다. 액션 연습실은 지금도 1주일에 3번씩 나간다. 댄스도 한다. 작품이 없으면 더 열심히 했다. 불안해서다. '아워바디'에서 자영이 꿈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그런 자영을 보며 박수를 쳤다.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그 불안한 시기를 잘 보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저를 밀어붙이기만 했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이게 내가 찾은 방법이었구나 잘 보냈다' 생각이 들더라. 현주도 집착에 가까울 만큼 운동에 매달린다. 그 마음을 저도 이해한다. 운동을 안하면 불안할 정도니까."

-최희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는데, 직접 작업해 보니 어땠나.

"'박열'을 보고 나서 희서 언니 필모그래피를 보기 시작했다. ''킹콩을 들다'의 울그락불그락 소녀가 희서 연니였어?' 생각이 들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다른 연기를 하다니' 그러면서 '동주'를 봤다. 느낌이 다 다르다. '박열' 보면서 팬질(?)을 많이 했다. '정말 열심히 달려온 선배구나' 하는 게 느껴졌고 마음이 저절로 갔다. 언니는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사람에겐 느낌이 오나보다. 저는 너무 좋아서 언니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촬영 땐 주위에 맴돌았다. '어떻게 연기를 할까, 어떻게 만들어가실까' 계속 봤다. 언니도 많이 챙겨주셨다.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 반응을 미리 접했다. 호응이 컸다고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반응이 있었다면.

"인생영화라고 해주신 관객이 있었다. 감동받고 공감됐다고 하시더라. 영화가 좋다고 꼭 개봉했으면 좋겠다 이야기해주시기도 했다. 그때 부산을 돌며 GV를 하고 홍보를 열심히 했는데 참 즐거웠다. 매 순간이 소중했다. 부산에서 처음 뭔가를 하는데 약간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부산에 와버렸네' 싶었다. 첫만남, 첫미팅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막 떨리기 시작했다. 희서 언니와 맛집도 가고 그랬다. 그 시간이 생각난다. 다시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에 영화가 개봉하니 더 생각난다."

-최근 화인컷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고, '아워 바디'가 개봉했다. 여러 모로 새로운 시작 같은 시기다.

새로운 회사를 만나서 너무 좋다. 너무 감사하다. '아워 바디'를 통해서 많이 단단해졌고, 지금 회사와 함께 그 단단함을 유지하면서 잘 헤쳐나가고 싶다. '아워바디'를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르다. 그 상태에서 지금 회사를 만났고 좋은 선상에 선 것 같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의 각오, 포부를 밝힌다면.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저도 그런 배우이고 싶다. 안지혜란 배우를 보면서 많이 웃으셨으면 울으셨으면 좋겠다.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만날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다. 액션배우란 타이틀을 계속 가져가고 싶고,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아워 바디'의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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