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출처|스틸, BIFF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베일을 벗었다. 카자흐스탄의 거대한 평원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출생의 비밀을 마주한 소년의 성장기가 고요히 펼쳐졌다.

3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리사 타케바) 시사회가 열렸다.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배경으로 삼은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마을 사람들과 말을 팔러 간 아버지가 살해당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겨진 아내와 아들, 어린 딸들이 이사를 떠나기로 하고, 한 남자가 이들을 찾아온다. 2015년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이 기사 타케바 감독과 공동 연출했으며,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선정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카자흐스탄 버전의 '서부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만하다"고 평가히도 했다.

베일을 벗은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여백의 미로 가득한 소년의 성장기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나고 말도둑들을 다시 마주하는 등 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표현은 극도로 절제돼 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넓은 스크린에 고요히 펼쳐진 중앙아시아 평원의 풍광이다. 땅과 하늘이 모두 그 위를 달리는 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대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언듯언듯 등장하는 소년의 꿈을 짧게 보여주며 아버지를 두 번 잃은 어린 소년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죽은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선물하려 했던 새끼고양이, 깜찍하고도 천진한 막내딸은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붙드는 신스틸러나 다름없다.

카자흐스탄-일본 합작영화로, 카자흐스탄이 배경으로 초원의 삶을 보여주지만, 두 나라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고 두 나라 배우가 연기로도 합을 맞췄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2018년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아이카'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자흐스탄 출신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가 아내 아이굴 역을 맡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분노' '사무라이 검신' 등에 출연한 일본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는 가족을 찾아온 남자 카이랏으로 분했다.

모더레이터로 나선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카자흐스탄 일본 합작영화다. 카자흐스탄 요소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이색적 작품이다. 드넓은 중앙아시아 초원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삶의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와이드 스크린과 롱쇼트의 미학을 활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과 악의 모든 일들이 진행된다. 절제된 연기와 절제된 감정 표현,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결말을 비롯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이야기"라며 "소년의 성장을 확인하고 떠나는 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부영화 '셰인'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평했다.

엔딩 크레디트를 통해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지금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로 옮긴 김영우 프로그래머에게 감사를 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월드프리미어. 러닝타임 83분.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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