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나간 손흥민 ⓒ신인섭 통신원


[스포티비뉴스=브라이턴(영국), 신인섭 통신원] "오늘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우샘프턴전 2-1 승리 후)
"죄송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전 2-7 패배 후)
"죄송해요."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전 0-3 패배 후)

국가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공격수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은 믹스트존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론 말하지 않는 게 좋은 때도 있다. 취재진도 이해한다. 손흥민은 그럴 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떠난다.

2-1로 간신히 이겼던 사우샘프턴과 2019-20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결과에 관계 없이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던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과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2차전에는 자신이 바이에른을 상대로 첫 공식 경기 득점을 올렸지만 팀의 안방 완패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브라이턴과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원정 경기 0-3 패배의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바이에른이 유럽 축구의 열강이라면, 브라이턴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약체다. 최근 승리를 잊은 듯 패배가 이어지고 있는 토트넘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손흥민은 한국 취재진 앞에서 양해를 구하며 애써 웃어보였지만 심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이다.

▲ 쓰린 마음에도 취재진을 향해 웃으며 양해를 구하는 손흥민 ⓒ신인섭 통신원


손흥민이 최근처럼 입을 굳게 닫은 적은 많지 않다. 그러면서도 정중한 모습으로 인사한 뒤 떠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장과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는 자리는, 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팬들에게 전한다. 그런 의미를 알면서도 죄송하다고 자리를 떠난 심정은 쓰리디 쓰리다.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뒤로 하고, 토트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커다란 성공 이후 적절한 투자와 팀 재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토트넘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손흥민에게도 이제는 토트넘을 떠나야 할 때라는 의견이 적잖이 나왔다. 브라이턴과 경기를 앞두고는 레알 마드리드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손흥민의 머리 속도 복잡할 것이다. 손흥민은 브라이턴과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10월 A매치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7일 파주NFC에 소집되어 10일 스리랑카와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를 준비한다. 15일에는 평양으로 이동해 북한과 경기도 앞두고 있다. 최근 경기력과 팀 사정으로 속이 쓰릴테지만 입을 열어야 하는 일이 많이 예정되어 있다. 누구보다 답답하고, 팬들에게 미안한 손흥민은 여느 때처럼 그라운드에서 대답하고자 한다. 

스포티비뉴스=브라이턴(영국), 신인섭 통신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