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야드 본부석 건너편에 착석한 2천여 해병대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해병대는 옆에서 응원해야 위협적이던데."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33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등장한 2천 명의 해병대를 보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포항은 울산과 163번째 동해안 더비를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해병대의 날'로 정했다. 지난 4월 진행 예정이었다가 강원도 대형 산불로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되고 군병력 지원이 필요하자 순연한 뒤 울산전을 해병대의 날로 정했다.

포항 선수단은 '빨간색'을 상징하는 해병대 스페셜 유니폼을 입었다. 6백 벌이 팔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귀신 잡는 해병'처럼 울산을 잡아 파이널 그룹A(1~6위)에 반드시 진입한다는 의지였다. 해병대 전역자 관중에게는 30% 할인이라는 혜택까지 제공했다. 

포항 팬들과 해병대의 응원을 안고 싸워야 하는 울산은 원정 응원을 온 1천여 팬들의 힘에 기댔다. 김 감독은 "해병대는 옆에서 응원해야 위협적이다. 중앙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평소 해병대는 본부석 건너편 2층 관중석 오른쪽 측면에 앉아 관전한다.

▲ 경기 시작 전 울산 현대 팬들에게 인사하는 울산 선수단

물론 해병대의 조직적 응원은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등 울산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 감독은 "위협적이지만,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부터 해병대 응원을 받으며 코치를 거쳐 지휘봉까지 잡게 된 김기동 감독은 "해병대를 선수 시절부터 함께 했다"며 "울산 응원석 좌우에 1천 명씩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압박해서 응원하면 기를 누르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해병대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본부석 건너편 중앙석을 가득 메웠다. 포항 치어리더가 이들 앞으로 다가가 응원을 이끌자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해병대 출신' 장내 아나운서가 군가 '팔각모 사나이' 제창을 요구하자 스틸야드가 무너질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중 해병대의 응원은 포항 팬들의 열기를 올리는 힘으로 작용했다. 울산도 "울산 현대"를 외치며 밀리지 않았다. 경기가 팽팽해 응원 겨루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프타임에는 포항 15세 이하(U-15) 팀과 해병대 간 승부차기 겨루기도 있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 출신 최민호 일병이 키커로 등장해 실축하는 등 볼거리도 있었다. 해병대가 5-4로 이기는 등 제대로 기념하고 돌아갔다. 

결국, 경기는 1-1 동점이던 종료 직전 포항 이광혁의 극장골로 2-1, 포항의 승리로 끝났다. 그야말로 극적인 승부에 해병대 응원전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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