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박찬욱 감독이 '복수'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라며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장면 장면을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4일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필름메이커스 토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중 마지막 유가족들의 복수 장면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란 제목을 갖고 있고 이영애가 연기하는 금자씨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후반부에 가선 금자씨는 거의 조연"이라며 "뒤로 물러나서 구경하는, 또는 가끔씩 개입해서 조율을 해주는 정도로 일이 잘 굴러가도록 하는, 일종의 구경꾼의 위치로 스스로를 퇴각시킨다. 그것이 이 영화를 구상할 때 가장 핵심으로 생각한 요체, 그런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복수극의 주인공이었을 줄 알았던 사람이 물러나고 조연으로 여겨졌던 조연들이 전면으로 드러나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것이 금자씨의 복수극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의 복수극인줄 알게 되는 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3부작'을 통해 '복수'를 거듭해 심도있게 그렸다. 그는 폐교에서 유괴범을 향한 피해 유족들의 마지막 복수가 벌어지는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의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자씨의 트렌치코트"라고 말했다. 깃을 모두 올리면 금자씨의 눈만 드러나는데, 해당 장면에서만 금자가 모든 단추를 채워 눈만 보인다고.

박찬욱 감독은 "그럼으로서 그녀는 이 단계에서 관찰자다, 행동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라는 핵심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오로지 본다는 것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고 만든 옷"이라고 부연하며 "이 장소가 교실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여기서 배움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을 죽인 복수극이라는 것도 상기된다. 금자씨는 선생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감독이 밝힌 '복수'의 속성이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은 "한 아버지가 '이런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그건 모든 복수극의 공통된 질문"이라며 "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옆의 사람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에 흡입돼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칼을 내밀고 밀려들어온다. 저는 이것이 복수극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말 아무것도 아닌고 공허한 것, 나싱(nothing)을 위해서 에브리싱(everything)을 바치는 게 복수다. 그것이 복수"라면서 "당사자는 그것을 안다. 그걸 모르겠나. 이 사람을 죽인다고 내 자식이 못 돌아오는 게 복수다. 그러나 어느 한계를 넘어가면 사람은 그런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 멈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제가 원했던 느낌이 빨려들어간다는 거였다.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그냥 하도록 강요되는 느낌. 어쩔 수 없이 저절로 하게되는 느낌. 그런 것을 표현하는 앵글이고 연기였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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