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박찬욱 감독이 영화 '박쥐' 속 송강호와 김옥빈의 키스신을 두고 "궁극의 키스신을 만들려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찬욱 감독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4일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필름메이커스 토크'에 나섰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박쥐'에서 신부 상현(송강호)이 태주(김옥빈)을 죽이고 다시 자신의 피를 주며 키스, 태주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시퀀스를 본 뒤, '박쥐'의 출발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 대해 "10년이 걸렀다. 10년간 그 생각만 한 것은 아니지만 햇볕도 쬐고 물도 주면서 키워왔다. 처음 뱀파이어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했을때 생각한 첫 장면이 이거였다. 이 장면이 먼저 있었고 가지를 뻗어갔다. 말하자면 씨앗과 같은 장면"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숭고한, 선한 일을 하려다 잘못돼서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있다. 그리고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녀를 싸우다 죽이게 됐는데, 핵심이 이거다. 죽이다 보니까 피가 나고 그 피에. 죽이는 행동을 의식한 순간 '내가 뭘 한거지' 충격받고 굉장한 죄의식에 사로잡히는데 그러자마자 피의 향기가 그를 사로잡는다. 그래서 죄의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욕망이 채우고 그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죽은 사람의 피를, 더구나 사랑하는 여자의 피를 마구 빤다.

그리고 그녀를 되살릴 생각을 하게 되고 뱀파이어로서의 삶이 결코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죽인,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기 위해 자기 피를 줌으로서 그녀를 되살릴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을 상처내 빨게 해준다. 자기도 그녀의 손목을 빨고. 여자도 자기의 손목을 빨게 해서 피가 순환한다. 혈액형은 여기서 따지지 말자."(웃음)

▲ 영화 '박쥐' 스틸
박찬욱 감독은 해당 장면에 대해 "미친 광기의 애정이 한계까지 갔을 때 피가 하나가 된다. 일심동체가 아니라 피가 하나로 합쳐지는 궁극적 단계까지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그것의 완성으로서 자신의 혀에 상처를 내서 키스를 해서 그렇게 해서 그녀로 하여금 마음껏 나의 피를 흡혈하게 해준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키스 중의 키스가 아닐까. 궁극의 키스가 아니겠는가"라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궁국의 키스를 선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이 3단계를 생각했다"라고 너스레를 섞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찬욱 감독은 "여기까지는 한번에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이런 것이 잘 안풀렸다"며 '테레즈 라캥'이란 소설을 독립적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당시 안수현 프로듀서('도둑들' '암살' 제작자)가 둘을 합치면 왜 안되느냐고 제안하며 지금의 형태가 됐다.

박춘억 감독은 "괜찮긴 한데 두 편 만들 소재를 하나로 합치는 게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오늘날 '박쥐'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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